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유래와 가치가 확인되지 않은 문화유산에 대해 소유자나 관리자가 국가에 직접 조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된다.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충북 제천·단양)은 국가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은 문화유산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국가에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에 대한 조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25일 밝혔다.
현행법상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유산의 현황과 관리 실태 등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은 유적이나 묘소에 대해서는 소유자나 관리자가 해당 문화유산의 가치를 국가유산청에 공식적으로 조사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별도의 법적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조선 제6대 왕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충의공 엄흥도 선생의 진묘로 추정되는 새로운 묘소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추진됐다.
현재 엄흥도 선생의 묘소에는 실제 묘를 숨기기 위해 가묘를 함께 조성했다는 전승에 따라 모두 4기의 봉분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후손들조차 어느 봉분이 실제 묘인지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기존 묘역에서 떨어진 수풀 속에서 봉분 1기와 석물 10개로 이뤄진 새로운 묘소가 발견됐다. 특히 비석과 석물에서 엄흥도 선생과의 연관성을 추정할 수 있는 흔적이 확인되면서 후손과 향토문화계에서는 정식 조사를 통해 해당 묘소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엄태영 의원은 엄흥도 선생의 후손으로서 이번 사례를 통해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적이 새롭게 발견되더라도 소유자나 후손 등이 국가 차원의 조사와 검증을 요청할 제도적 통로가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개정안에는 국가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은 문화유산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국가유산청장에게 해당 문화유산의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유산청장은 조사 신청이 접수되면 조사 필요성을 검토한 뒤 그 결과를 신청인에게 통지하고,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소유자의 사전 동의를 거쳐 해당 문화유산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엄 의원은 “충의공 엄흥도 선생의 묘소처럼 역사적 가치가 충분히 의심되는 유적이 새롭게 발견되더라도 이를 국가 차원에서 확인해 달라고 요청할 공식적인 절차가 없었다”며 “제도적 통로가 없다는 이유로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이 오랜 기간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을 통해 역사적 가치가 있는 미확인 문화유산이 정식 조사와 검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발굴·조사하고 보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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