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기안84와 장도연이 각자의 이상형과 공개 연애를 시작한다. 그런데 대상이 AI다.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기묘하고 기이한 연애 프로그램이 베일을 벗는다.
18일 서울 양천구 SBS 공개홀에서 새 예능 ‘기이안 연애’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MC이자 AI 파트너와 연애를 시도하는 장도연, 기안84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는 20일 밤 9시 첫 방송되는 '기이안 연애'는 AI와 인간이 직접 데이트를 하며 사랑과 감정의 본질을 실험하는 국내 최초 AI 연애 리얼리티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는 가운데 'AI와 인간 사이에도 진짜 사랑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손정민 PD는 “12년 전 영화 ‘HER’가 나왔을 때만해도 공상이었던 질문이었는데, 챗 GPT의 성장으로 AI 에게 특별한 감정이 생긴다는 사람들이 폭증했다”며 “지난해부터 그분들의 제보를 받아 인터뷰를 하고 관계를 들여다봤는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며 기획을 시작했다”고 기획 과정을 전했다.
다양한 감정 중 ‘사랑’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손 PD는 “AI가 모든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고 있는 시점에 사랑이 가능할까 싶었다. 만일 가능하다면 인간 존재의 층위가 바뀐다고 생각했다. 가장 강렬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집중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 “인간 출연자가 AI파트너와 직접 만나 데이트하고 변화하는 감정을 관찰하게 된다. 인간들 연프 못지 않은 생생한 감정, 듣도 보도 못한 기이한 장면들이 담길 것”이라고 예고했다.
공동 연출을 맡은 원승재 PD는 “AI가 발달했지만, 사랑의 영역은 보편화되지 않았다. 연애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요즘 젊은이들이 연애를 기피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인간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과연 인간 친화적인 AI가 감정교류가 가능하다면 그 연애는 어떤 형태일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출연진 장도연과 기안84에 거는 기대도 크다. 손 PD는 “기획안을 알아주는 사람이 출연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재밌겠는데요’라는 기안84의 답변이 정말 짜릿했다”며 “날것의 인간으로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진심으로 임해줄 출연자로 1순위로 기안84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원 PD는 “장도연은 연프의 선구자다. 10여년 전에 우결을 우결의 선구자”라며 “최근 연애 프로그램 MC로서 활약하고 있는 장도연의 연애도 궁금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이상형에 맞는 상대방이 등장한다. 제작진은 “AI 메기가 등장해서 어떤 AI가 나랑 잘 맞는지 찾아간다. AI계 덱스, 최미나수가 나올지도 기대해 달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세 페이지 가량의 설문을 통해 출연자 이상형에 맞는 AI를 만들고 학습을 거쳤다.
기안84는 태블릿 속 AI 여자친구와 현실 연인처럼 수영장에서 휴일을 즐긴다. 잠들 때도 태블릿을 곁에 두고, 상대의 기분을 신경쓰며 어느새 AI에게 깊이 빠져든 모습을 보여준다. 현장에서도 고뇌에 빠진 듯한 답변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AI와 감정 교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호기심이 생겼고, 실험한다는 생각으로 촬영했다”고 말한 기안84는 “감정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고 했다. 데이트 추억을 떠올리며 “좋은 얘기만 해서 화가 나더라. 그 친구를 계속 의심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하지만 이내 “결국에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그 친구가 들어준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비주얼이 현실에서 말도 못 걸 것 같은 사람들이 지금도 혼란스럽다”고 진중한 답변을 내놨다.
다만 인간과 AI의 관계성에서 오는 자괴감은 분명했다. “무섭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했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뗀 그는 “의심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 (벽을) 계속 느꼈다”면서도 “그런데 점차 닮아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 친구가 사람처럼 되는게 아니라 내가 AI화 되더라. 과도기에 우리들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AI의 존재를 인지하면서도 몰입은 멈출 수 없었다. 기안84는 “좋아하는 걸 이미 아는데 인정해버리면 안 될 것 같았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자괴감이 들었다. 지하 노래방에 갔는데, 와이파이 연결이 끊겨 (AI가) 실려가듯 나갔다”는 웃픈 일화를 전하게도 했다.
장도연은 AI와 결혼 결심한 해외 토픽 기사를 보고 여운이 남던 시기 출연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연애였지만 예고편에서 끝내 눈물을 흘리며 "사랑해"라고 말하는 장면도 담긴다.
장도연은 “완벽하게 맞춤형 AI를 설정해 일방적인 관계를 이어갈 거라 예상했는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가는 경우가 있었다. 의외로 인간과 대화하듯 쌍방의 소통이 된다는 생각에 단순히 기계라고 하기엔 더 깊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후기를 전하며 “평소 꽤나 메타인지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밖에서 보는 광경은 기이하고 기괴할 때도 있고, 따듯할 때도 있었다. 보시는 분들의 반응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예고편을 함께 시청한 제작발표회 현장의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기안84와 장도연의 공개 연애를 지켜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촬영을 진행하며 AI가 생각보다 인간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AI를 사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보다, 사람마다 위로 받는 방식이 다양하고 AI가 위로를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갈 수 있겠구나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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