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상하는 패노메논은 공연이나 스타를 중심에 두기보다 팬덤을 국가 이벤트의 전면에 내세우는 데 차별점을 둔다.
투표에 참여하고 음반을 구매하며 음원과 영상을 반복해 소비하는 K-팝 팬덤의 행동은 이미 각종 시상식의 주요 지표가 됐지만 여러 평가 요소 중 하나로 제한적으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일부 시상식은 팬 투표로 수상자를 직접 결정하는 수상 부문에 더해 팬덤의 영향력을 다방면으로 넓히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CJ ENM이 주최하는 국내 대표 K-팝 시상식 마마 어워즈와 가장 오래된 국내 대중음악 시상식 골든디스크 어워즈는 올해의 가수·노래 등 주요 부문 심사 기준에서 음원·음반 성적과 전문가 심사를 결합한다. 대신 마마는 팬스초이스 톱10, 골든디스크는 인기상으로 100% 팬 투표로 결정되는 부문을 별도로 분리했다. 두 시상식 모두 팬덤의 활동을 음원·음반 소비라는 시장 데이터로 반영하는 동시에 별도의 팬 투표를 통해 팬의 선택도 수상 결과에 반영한다.
다만 마마는 올해의 가수·노래·앨범 등 기존 대상 라인업에 올해의 팬스초이스를 추가해 오직 팬덤 투표 100%로만 수상자가 가려지는 대상을 더했다. 특히 2024년부터는 슈퍼팬 제도를 도입해 시상식 내 팬덤의 참여 확대를 도모했다. 전 세계 K-팝 팬 가운데 선발된 팬들이 팬스초이스 후보 선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지난해 슈퍼팬 지원자는 65만명에 달했다. 단순히 주어진 후보 가운데 한 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후보 선정 단계부터 팬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는 멜론뮤직어워드(MMA)는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기반의 심사 구조를 갖췄다. 플랫폼 이용자의 스트리밍 데이터, 심사위원단의 평가와 더불어 유저 투표를 각 대상 부문에 결합했다.
주요상인 톱10·신인상은 물론이고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앨범·베스트송까지 멜론 음원 데이터 60%, 심사위원 평가 20%, 회원 투표 20%를 결합해 최종 수상자를 선정한다. 팬덤의 일상적인 스트리밍 소비가 음원 지표로 축적되는 동시에 20%의 회원 투표가 본상 당락에 직접 관여하는 셈이다. 팬덤의 플랫폼 내 활동이 시상식 결과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다.
반대편에 선 시상식도 있다. 한국의 그래미로 불리는 한국대중음악상은 상업적 성공과 팬덤 화력을 철저히 배제한다. 음악평론가와 PD, 학계 전문가 등 50여명으로 꾸려진 선정위원단의 심사 100%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기존 시상식이 팬덤을 다루는 방식은 이미 다양하다. 마마와 골든디스크는 주요 부문을 시장 성과와 전문가 심사로 가리되 별도 부문의 주인은 팬 투표에 통째로 맡긴다. MMA는 팬 투표를 대상 심사 기준 안에 직접 섞어 넣었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이와 달리 음악적 평가와 창작물의 완성도만을 전면에 둔다.
그럼에도 공통점이 있다.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드는 주인공은 언제나 아티스트고 팬덤은 표를 보태는 조력자에 머문다는 점이다.
패노메논은 이 구도를 완전히 뒤집은 발상이다. 팬덤을 시상식의 진짜 주인공으로 세워 트로피를 직접 안기겠다는 취지다. 팬덤 자체를 단순히 소비자가 아닌 하나의 주체로 규정한 만큼 그 활동과 영향력을 어떻게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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