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대한민국”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이 한국어로 인사하는 영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해외 명문 구단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동시에 한국 시장을 겨냥한 결과다. 프로 구단의 유니폼을 후원하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마케팅에 구단 자체 팬덤 확장 전략이 맞물렸다. 이들은 파급력이 커진 뉴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해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한국 팬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다.
과거 해외 구단들의 SNS 활용은 이벤트성에 그쳤다. 설날이나 추석에 선수들이 한복을 입거나, 수능을 앞두고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 전부였다. 제작 형태도 롱폼 영상이 위주였다. 콘텐츠 호흡이 길다 보니 기존 축구 팬들만 찾아보는 한계가 명확했다.
최근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소셜 미디어 지오타겟팅(Social Geo-Targeting) 기술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구단 공식 SNS 계정에 게시물을 올릴 때 한국 사용자에게만 특정 게시물이 노출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콘텐츠도 한층 친근해졌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숏폼 영상이 주를 이룬다. 이들 영상은 알고리즘을 타고 유입돼 일반 대중들의 관심까지 끌어모으고 있다.
실제 사례는 다채롭다. 양민혁이 소속된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는 최근 신규 영입 선수 마르코스 세네시와 함께 재치 있는 한국어 콘텐츠를 제작했다. 영상 속 구단 관계자가 “저기요, 지금 몇 시예요?”라고 묻자, 세네시는 시계를 보는 대신 자신을 가리킨다. 선수 이름과 시각을 매치한 한국식 언어유희다.
박지성이 뛰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도 한국의 트렌드를 재빠르게 흡수했다. 대세로 떠오른 걸그룹 리센느의 유행어를 숏폼 영상에 녹여냈다. 선수들의 세레머니 영상을 묶어 ‘8월이닷, 여름휴가 가자 야호~’라는 문구를 배치했다. 일부 한국 팬들은 “이게 진짜 공식 인스타그램이 맞느냐”, “계정을 해킹당한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내 대형 유튜버와의 협업 역시 한국 팬들의 유입을 이끄는 주요 축이다. 구독자 620만명의 영국남자는 해외 선수들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콘텐츠로 팬덤을 넓혔다. 손흥민이 과거 토트넘 동료들과 함께 꽃등심을 맛본 영상은 조회수 2000만회를 돌파했다. 영어 채널 도합 489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슛포러브 역시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국내 게임사 대기업 넥슨과 협력해 유럽 축구 레전드들이 참가하는 초대형 친선 경기를 개최하기도 했다.
유럽 빅클럽들이 한국어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 SNS 참여율과 콘텐츠 확산력이 높고, 팬들의 소비 충성도 또한 세계적으로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는 “한국은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빠르고 댓글·공유·밈(meme) 생성 문화가 발달해 있다”며 “하나의 콘텐츠가 성공하면 예상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구단 입장에서는 광고비를 많이 쓰지 않고도 높은 노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제 한국은 아시아 시장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적인 핵심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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