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은 지극히 사회적이면서 주관적이다. 경우에 따라 영구적이기도, 단발적이기도 하다. 대중이 사과를 수용할지, 복귀가 가능할지도 복불복이다.
미운 털이 박히고 나면 경우에 따라 재기 불능의 상태가 된다. 과거의 잘못을 끄집어내 하차 요구를 일삼는다. 대중이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과도한 사적 제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감 못 사면 ‘아웃’…강력한 캔슬 컬처
생존을 위해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들은 입장 표명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정 종교, 정치색뿐 아니라 크고 작은 견해를 드러내는 것도 조심하려 노력한다. 생각지도 않은 발언 하나로 미래가 송두리째 날아갈 수 있다. 재기하려 해도 과거의 논란이 발목을 잡는다.
방송인 샘 오취리는 짤막한 SNS 글 하나로 일자리를 잃었다. JTBC ‘비정상회담’에 가나 대표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샘 오취리는 친근한 말투와 예능감을 무기로 ‘진짜 사나이’, ‘대한외국인’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그러나 2020년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졸업사진 소재로 흑인 장례 문화를 택해 얼굴을 검게 칠하고 패러디하자 이를 ‘흑인 비하’라고 지적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발언 이후 과거 방송 자료들을 토대로 그가 동양인 비하 제스처를 했던 자료와 K-팝 비하의 의미로 쓰이는 ‘teakpop’ 해시태그를 사용했다고 알려지며 여론은 차갑게 돌아섰다.
대체 가능한 방송인의 논란은 치명적이다. 제작진은 논란 당사자의 출연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 결국 샘 오취리는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 사건 후 샘 오취리는 한 방송에 출연해 한국의 캔슬 컬처에 관해 언급한 바 있다. ‘캔슬 컬처’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배척하는 방식을 뜻하는 용어로 서구권에서 흔히 쓰인다.
공인, 특히 연예인의 경우 잣대는 더 엄격해진다. 이들의 활동을 보이콧하거나 SNS 상에서 나와 다른 의견을 내비치는 이들의 팔로우를 끊는 것도 캔슬 컬쳐의 한 부분이다. 누군가 논란에 휘말리면 과거 출연 방송과 SNS 등을 모조리 파헤쳐 비난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해당 발언자를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단죄한다. 이를 두고 사회 정의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샘 오취리는 한국이 강한 캔슬 컬처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귀는 복불복…비호감은 답도 없네
논란이 휘몰아쳐도 복귀는 제각각이다. 일례로 제임스 건 DC 스튜디오 CEO는 2018년 SNS에 올렸던 외설적인 글들이 뒤늦게 재조명돼 난감한 처지에 놓인 바 있다. 당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시즌3 연출까지 따놓았지만 해당 논란으로 디즈니에서 해고 당했다. 어린이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디즈니에 몸 담고 있기엔 충격적인 발언들이었고, 감독은 부적절한 언행이었음을 인정하며 반성의 입장을 밝혔다. 이후에도 과거 SNS에 남겨둔 적지 않은 논란글들이 파묘됐으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디즈니에 복귀했다. 2022년 DC 스튜디오의 공동 수장에 임명돼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비호감으로 낙인 찍힌 방송인 이휘재의 복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올 초 ‘불후의 명곡’으로 복귀를 시도했지만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휘재 가족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떠난 지 4년 만의 방송 복귀였다. “오랜만에 인사드린다”며 눈물을 보인 예고편조차 반감을 샀다. 본 방송에서 정식 MC를 대신해 잠시 자리를 차지한 이휘재를 추켜 세우는 출연진들의 분위기도 혹평을 받았다. 이 방송을 시작으로 방송가에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이후 출연 소식은 없었다.
이휘재는 1992년 MBC 3기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20여 년간 우리나라 대표 예능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육아 예능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연 이휘재는 층간 소음 논란, 장난감 비용 미지불 등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며 신뢰를 잃었다. 이후 하나둘 소환된 무례한 발언과 행동들은 비호감 낙인을 굳혔다.
2015년에는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까지 받았지만 돌연 캐나다 이주를 택했다. 각종 일화들로 인한 비호감 낙인이 치명타였다. 캐나다 이주 이후 “길에서 만난 사람을 무시했다”는 식의 목격담도 나왔다. 진위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결론은 여지없이 ‘미담이 없다’로 모인다.
떠난 이휘재의 빈자리는 빠르게 채워졌다. 말 한마디에 휘청이는 콘텐츠 제작 환경 속에서 특유의 깐족거림으로 인한 웃음 코드를 무기로 한 이휘재의 말 기술은 이제 옛날 방식으로 치부된다.
일각에선 이휘재가 범법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가혹한 비난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비호감’의 잣대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대중에게 각인된 비호감 낙인을 지우기는 어렵다. 대중의 정서를 살펴야 하는 연예인들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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