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베테랑 좌완 류현진(한화)이 KBO리그 복귀 이후 가장 압도적인 전반기를 보내고 있다. ‘에이징 커브’라는 우려 섞인 시선을 비웃듯, 리그 최정상급 투구로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올 시즌 초반 한화 선발진은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두 외인 오웬 화이트, 윌켈 에르난데스부터 문동주까지 주전 투수들이 대거 이탈하며 흔들렸다. 그 속에서 류현진은 묵묵히 로테이션을 지켰다. 7일 기준 15경기에 출전해 82⅔이닝을 소화했다. 33실점(26자책)만을 허용하며,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 중이다.
복귀 이후 해마다 진화하는 모습이다. 복귀 첫해인 2024년 같은 기간 기록은 16경기 5승 5패 평균자책점 3.62였다. 2년 차인 2025년에는 15경기 5승 4패 평균자책점 3.26으로 전보다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올해 류현진의 세부 지표는 더욱 경이롭다. 70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동안 볼넷은 단 11개만 내줬다. 9이닝당 볼넷(BB/9) 수치는 1.13개로 리그 전체 1위다. 또한 다승 공동 3위(8승), 평균자책점 3위(2.67), 이닝 당 출루허용률(WHIP) 2위(1.06),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4위(2.76)를 달리고 있다.
팀 내에서도 독보적이다. 현재 한화 선발진 중 가장 빼어난 성적이다. 화이트(10경기 평균자책점 2.84), 왕옌청(17경기 평균자책점 3.59)이 뒤를 받치고 있으나, 에르난데스(15경기 평균자잭점 4.97)와 박준영(7경기 평균자책점 4.13)은 무게감이 다소 떨어진다.
만 39세 나이에 믿기 힘든 활약이다. 투수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의 탄성과 회복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경기당 100구 안팎의 공을 던져야 하는 선발 투수에게 에이징 커브는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40대 전후의 베테랑 투수들은 짧은 이닝을 막는 구원 투수로 보직을 바꾸곤 한다. 그마저도 살아남는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류현진과 동시대를 풍미한 다른 팀 에이스들의 행보를 보면 더욱 실감이 난다. 류현진보다 한 살 어린 김광현(SSG)은 어깨 부상으로 이탈해 재활 과정을 밟고 있다. 양현종(KIA)은 선발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으나, 2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류현진의 페이스에는 미치지 못한다.
기록 행진도 현재진행형이다. 류현진은 이번 전반기에 한미 통산 200승 고지를 밟았다. 이 뿐만 아니다. 한미 통산 2500탈삼진에 단 1개 만을 남겨두고 있다. 올 시즌 경기당 4.67개의 삼진을 기록 중인 만큼, 다음 등판에 해당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초 류현진은 지난 5일 잠실 LG전에 등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됐다. NC와의 전반기 최종 3연전 등판 가능성이 제기된 이유다. 예상은 빗나갔다. 한화는 6일 류현진을 1군 엔트리에서 전격 말소했다. 이로써 류현진의 전반기는 이대로 마감됐다.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구단의 계산이다. 류현진은 오는 11일 올스타전 출전도 앞두고 있다. 충분한 휴식을 부여하겠다는 의도다. 시선은 벌써 후반기로 향한다. 한화는 16일부터 후반기 레이스를 시작한다. 류현진은 이에 맞춰 복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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