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함께 극장을 갈 기회가 없잖아요. 이렇게 ‘짜루’와 영화를 볼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서울 중랑구의 용마폭포공원 다목적광장이 14일 ‘개특별한’ 영화관으로 변신했다.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SIEFF)의 부대 행사 ‘지구 WE 펫밀리 축제’의 일환으로 반려견 동반 영화 상영회가 열린 것. 중랑구민 이다현 씨는 “상영작도 유기견에 관한 작품이라고 들었다. 취지도 너무 좋아서 일찌감치 예약을 하고 짜루와 함께 방문했다”고 말했다.
환경재단이 주최하고 메리츠화재 펫보험 펫퍼민트, 펫푸드기업 네츄럴코어 등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반려가족들의 주말 축제였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돼 플리마켓과 체험부스, 마이펫올림픽, 반려인 개그맨 박성광과 동물보호단체 유엄빠의 토크콘서트, 하이라이트인 영화 상영회로 이어졌다.
환경재단 관계자는 “반려견 동반 영화 상영회는 올해가 5년째로, 그동안 서울숲, 마포문화비축기지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용마폭포공원에서 진행 중”이라며 “최근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어나고 관련 문화도 성숙해지는 가운데 반려견과 함께 영화를 즐기며 생명 존중과 공존의 가치를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상영작은 오성윤 감독의 ‘길 위의 뭉치’로, 버림 받은 반려견 뭉치가 또 다른 유기견들, 들개들과 연대하며 새로운 미래를 스스로 열어가는 이야기다. 오 감독은 220만 관객을 모은 2011년작 ‘마당을 나온 암탉’을 연출한 국내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이며, 길 위의 뭉치는 도경수·박소담·박철민·강석·이준혁 등 유명 배우들이 성우로 참여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이날 상영회에 앞서 반려견 약 50마리, 보호자 약 130명이 모인 가운데 오 감독과 박철민 배우가 무대인사를 가졌다. 오 감독과 박 배우는 마당을 나온 암탉부터 함께한 인연을 소개하며 각자 반려견과 얽힌 추억도 관객들과 공유했다.
저녁 8시부터 본격적인 상영회가 시작됐다. 관객들은 각자 챙겨온 돗자리와 이동식 의자 등에 눕거나 앉아 먹거리도 즐기며 영화를 감상했다. 강아지들도 보호자의 품에 안기거나 개모차에 탑승하거나 돗자리에 누워 특별한 여름밤의 추억을 나눴다. 비교적 선선한 날씨에 밤 8시 반 이후 완전히 어둠이 내리자 야외 상영장 풍경은 더욱 근사해졌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 강아지가 개장수에게 붙잡히는 장면에서 관객 강아지들이 멍멍 짖는 장면은 물론 우연이겠지만 의미심장했다. 영화 내용 자체는 다소 어두운 스토리 위주였지만 박철민 배우의 위트 있는 대사와 특유의 애드리브에 관객석에서 웃음도 종종 터져 나왔다.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많이 보인 가운데 용마폭포공원으로 산책을 나온 반려가족도 흥미를 보이며 관람을 하는 모습이었다. 약 1시간 30분 러닝타임 이후 엔딩크레디트가 오르자 박수가 곳곳에서 나왔고 그러자 몇몇 강아지들이 연이어 멍멍 짖고 그러자 또 이곳저곳에서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경기 남양주시에서 셔틀랜드십독 ‘굿보이’와 함께 방문한 보호자는 “영화를 보다가 두 번 울었다”며 “강아지와 집에서 OTT 영화를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진짜 영화’처럼 같이 감상한 건 처음이다. 너무 좋은 추억이 됐다”고 엄지를 세웠다.
셔틀랜드십독 동호회에서 만나 강아지는 강아지끼리, 보호자는 보호자끼리 친구가 됐다는 빈려견 ‘전설이’ 보호자도 “강아지와 극장엘 간다는 게 상당히 어려운 일인데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며 “마당을 나온 암탉도 너무 감명 깊게 봤는데 이번 작품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고 말했다.
영화 상영회를 포함한 이번 지구 WE 펫밀리 축제는 총 반려견 397마리, 보호자 784명이 동참했다. 환경재단 측은 “앞으로도 환경과 생명, 공존의 의미를 일상 속으로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7년 전 처음 구상한 작품… 다음 작품 주인공은 고양이”
오성윤 감독은 이날 무대 인사를 통해 길 위의 뭉치는 약 7년 전 한 유기견 보호소의 열악한 환경을 직접 확인한 뒤 이 같은 현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처음 구상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언더독’이라는 제목으로 6년 전 개봉했지만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다고.
그 뒤 마당을 나온 암탉 제작사와 손잡고 리마스터링해 지난해 재개봉을 했으며, 올해 8월 중으로 다시 극장에서 재개봉한다고 알렸다. 다시 붙인 제목과 주인공 강아지의 이름은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또한 오 감독은 닭과 강아지에 이어 현재 고양이가 주인공인 영화를 제작 중이라는 사실도 관객들 앞에서 공개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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