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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라 쿠카라차] ‘택시비 덤터기’ 악몽, 멕시코 첫인상은 충격이었으나

입력 : 2026-06-11 12:00:00 수정 : 2026-06-11 13: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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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달라하라 스타디움 근처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군인들. 사진=AP/뉴시스
과달라하라 스타디움 근처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군인들. 사진=AP/뉴시스

 

북중미 월드컵 취재라는 설렘과 사명감을 안고 멕시코 과달라하라 땅을 밟았다. 타코와 테킬라의 나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월드컵 개최국의 열기를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충만함이 충격으로 바뀌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채 1시간도 안 됐다.

 

인천에서 출발해 무려 18시간의 비행 끝에 과달라하라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장거리 여행,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가 있는 과달라하라 시내로 발길을 재촉했다. ‘택시 이용 시 우버 등 차량 호출 서비스 이용 권장’이라는 멕시코에서의 주의 사항이 떠올랐다. 공항 입국장 앞 정문에서는 우버와 같은 플랫폼 택시 탑승을 제한해 공항 정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사이 지속해서 우버를 호출했지만, 번번이 취소됐다. 

 

하필이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변수 중 하나인 멕시코 6월 우기를 피부로 느꼈다. 국지성 호우가 이어진다더니. 그때였다.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 멕시코인이 “택시가 필요하냐”며 말을 걸었다. 오케이를 외쳤다. 곧바로 택시가 나타났고, 그렇게 30분을 달려 호텔 앞에 도착했다.

 

순수했다. 일이 술술 풀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버로는 300페소(약 2만7000원)이면 충분한 거리, 두 명을 태웠다며 600페소(약 5만2000원)를 요구했다. 장거리 여정에 지친 탓에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걸 위안으로 삼고 택시비를 지급했다. 카드 결제를 했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주의 사항을 다시 상기시켰다. 결제된 금액은 600페소가 아니었다. 무려 10배인 6000페소였다. 당장 택시 운전사를 붙잡고 따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번역기가 등장했다. 택시 기사와 실랑이가 이어졌다. 또 방심했다. 전화 통화를 한다던 기사는 운전석에 앉더니, 이내 차 문을 잠그고 그대로 차를 몰아 도망갔다. 

 

어안이 벙벙했다. 눈뜨고 코 베인다더니. 이렇게 도착하자마자 당할 줄 상상도 못 했다. 타코와 테킬라는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라 쿠카라차, 이 마을 저 마을 지나 택시 기사가 도망가다니. 호텔 체크인을 한 뒤에도 쉽사리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이때 호텔 직원들이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당시 장면이 호텔 CCTV에 녹화돼 있었다. 경찰을 불러다 주기까지 했다. 경찰들이 영어를 못 알아듣자 스페인어로 번역해 주기도 했다. 그렇게 긴 하루가 끝나갈 때 호텔 직원이 방문을 두들겼다. 디저트와 따뜻한 차를 준비해 왔다. 어리둥절했다. 그러더니 한장의 편지를 함께 건넸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멕시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의 친절함과 따뜻함이다. 우린 당신이 필요한 모든 걸 돕겠다.”

 

어쩌면 외면해도 됐을 일이다. 호텔 측의 잘못도 물론 아니다. 하지만 호텔 직원들은 행동과 배려로 먼저 미안함을 전했다. 덕분에 불쾌했던 기억도 조금은 사라졌다. 최악이 될 수 있었던 멕시코의 첫인상보다 이들의 친절함이 더 강렬하고 오래 남을 것 같다. 우당탕 월드컵 시작이다.

 

호텔 측이 제공한 디저트 그리고 정성이 담긴 편지.
호텔 측이 제공한 디저트 그리고 정성이 담긴 편지.

 

과달라하라(멕시코)=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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