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한 ‘찜통더위’ 대신 예측불허한 ‘소나기’가 홍명보호를 찾아온다. 멕시코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 2차전(체코·멕시코)을 치른다. 당초 고온다습한 더위에 우려가 커졌으나, 경기가 열리는 저녁 시간 기온이 20도 안팎까지 내려가고 있어 걱정이 덜어진다. 1차전은 현지 시각으로 오후 8시, 2차전은 오후 7시에 킥오프한다.
다만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갑자기 쏟아지는 집중호우다. 멕시코 우기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실제로 대표팀이 멕시코에 입성한 지난 6일에도 강한 소나기가 쏟아졌다. 예보에 따르면 1차전이 열리는 현지 시각 11일 오후 6시부터 강한 뇌우가 예상된다. 오후 8시 이후 강수 확률은 50%다.
홍 감독은 우선 훈련 스케줄을 변경했다. 7일 첫 훈련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날씨를 계속 체크하고 있다. 매일 오후에 비 예보가 있고, 도착한 날도 비가 많이 내렸다”며 “선수들과 얘기해서 훈련 시간을 오전에 할지, 오후에 할지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국 대표팀은 이날 훈련 종료 후 다음 날 훈련 시간을 현지 시각 오전 11시(한국 8일 오전 2시)로 앞당겼다.
기습적인 소나기 등 날씨 변화는 선수단의 컨디션과 직결된다. 오후 훈련 중 스콜성 폭우를 맞을 경우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근육이 굳으면서 부상 위험도가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경기 시간에 맞춰 신체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훈련 시간대를 고정하지만, 이번 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수중전도 준비해야 한다. 짧은 시간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 잔디가 미끄러워 부상 위험도가 높아진다. 경기 양상 역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공의 움직임이 불규칙해지면서 패스 정확도가 떨어지고, 볼 컨트롤도 평소보다 어려워진다. 공격 전개의 완성도가 떨어져 결정적인 찬스마저 무산될 수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회 운영 전반에 걸쳐서는 악천후에 따른 경기 연기, 취소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 우려된다. 미국의 기상 안전 규정엔 ‘8마일(12.9㎞) 낙뢰 규정’이라 불리는 안전 매뉴얼이 존재한다. 야외 스포츠 활동 중 인근 지역에 낙뢰가 확인되면 대피해야 한다. 30분 동안 낙뢰가 없으면 경기가 재개된다. 만약 30분을 기다리는 사이 또 낙뢰가 발생하면 다시 30분을 대기해야 한다. 낙뢰가 반복될 경우 경기 중단 시간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미국서 개최된 FIFA 월드컵에서도 낙뢰로 중단된 경기가 여럿 있었다. 울산 HD와 마멜로디 선다운스의 대회 첫 경기는 뇌우로 약 1시간 동안 중단됐다. 당시 울산 선수들은 경기 재개까지 긴 시간을 기다리면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FIFA는 현장 상황에 따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명확한 기준이 없는 가운데, 예기치 못한 기상 악화가 이어질 경우 경기 일정은 물론 팀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변덕스러운 멕시코의 하늘이 또 다른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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