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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가 된 아이돌] 빅4만 있나…K-팝 제작자 세대교체

입력 : 2026-05-25 14:35:18 수정 : 2026-05-25 15: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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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제작자로 2막을 연 솔로 가수 지코, 김재중, 박재범(왼쪽부터). 세계일보 DB, 뉴시스, 소속사 제공
아이돌 제작자로 2막을 연 솔로 가수 지코, 김재중, 박재범(왼쪽부터). 세계일보 DB, 뉴시스, 소속사 제공

‘아이돌(idol)’이란 일정한 팬층을 보유하고 그들에게 지지와 사랑을 받는 ‘우상’을 의미한다. 요즘은 공연 예술 활동을 하는 젊은 가수를 아이돌이라 지칭한다. 이들을 발굴하고 기획하고 육성하는 연예기획사는 2000년대 이후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핵심 동력이 됐다.

 

현재 K-팝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대형 기획사 대부분의 공통점은 시장을 직접 경험한 ‘가수 출신’ 수장이 기업을 설립했다는 점이다. SM, YG, JYP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며, 작곡가 출신 방시혁 의장의 하이브가 후발 주자로 나서 가장 가파른 성장을 이룩했다. 

 

현존하는 국내 최대 기획사를 설립한 가수 출신 제작자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수만, 양현석, 방시혁, 박진영. 각 소속사, 뉴시스 제공
현존하는 국내 최대 기획사를 설립한 가수 출신 제작자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수만, 양현석, 방시혁, 박진영. 각 소속사, 뉴시스 제공

◆‘언터처블’ 빅4 이어 비·싸이도 가세

 

가수 출신 이수만이 1995년에 세운 SM엔터테인먼트는 H.O.T., S.E.S.로 대표되는 1세대 아이돌 붐을 견인했다. 체계적인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기반으로 음악과 비주얼, 퍼포먼스까지 모두 갖춘 ‘완성형 아이돌’을 지향하며 K-팝의 성장을 이끌었다. 동방신기·소녀시대, 샤이니·엑소, NCT·에스파로 이어지는 세대별 프랜차이즈 스타는 SM의 든든한 자산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의 양현석이 세운 YG엔터테인먼트, 1997년 박진영이 설립한 JYP엔터테인먼트가 차례로 K-팝 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다. 하이브는 국내 엔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2005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시작해 방탄소년단을 세계적 그룹으로 키워낸 방시혁 의장은 2021년 사명을 하이브로 바꾸고 다수의 레이블을 인수·설립해 멀티레이블 체제를 확립했다.

 

K-팝 붐이 한 세대의 기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 빅4의 아성이 공고하게 버티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닦아놓은 K-팝 시스템을 몸소 겪은 아이돌 출신들이 직접 기획사를 세워 판에 뛰어들고 있다. 

 

솔로가수 싸이(왼쪽)와 비(정지훈). 피네이션, 뉴시스 제공
솔로가수 싸이(왼쪽)와 비(정지훈). 피네이션, 뉴시스 제공

그러나 모두가 성공적인 성과를 남긴 것은 아니다. 일례로 가수 비(정지훈)는 제이튠 캠프에 소속되어 활동할 당시 총괄 프로듀서로 그룹 엠블랙의 데뷔(2009)를 함께했다. 기획, 안무, 무대 연출 등 제작 전반을 총괄하며 ‘엠블랙의 아버지’로 불렸고,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후 직접 소속사 레인컴퍼니를 설립해 싸이퍼 론칭을 위한 투자·제작을 맡았으나 “사활을 걸었다”는 비의 열정에 비해 성과는 미미했다. 2023년 이후 싸이퍼 일부 멤버가 탈퇴했고,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으며 쓴맛을 봤다.

 

반면 ‘강남스타일’로 K-팝 솔로가수 최초의 빌보드 기록을 쓴 가수 싸이는 피네이션 수장으로 제작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19년 독립레이블 피네이션을 설립한 싸이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외형 확장에 나섰다.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크리에이티브 총괄으로 소속 아티스트 앨범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화사, 크러쉬, 헤이즈 등 솔로 가수뿐 아니라 TNX와 베이비돈크라이로 이어지는 아이돌 그룹 제작에도 적극적이다.  

 

‘아티스트가 아티스트를 만든다’는 흐름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업계 선배이자 프로듀서로 후배 양성에 힘을 싣는 사례들이 잇따른 가운데, 직접 기획사를 설립해 아이돌 제작 전반에 적극 나서는 ‘경력직 제작자’들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세대 제작자, 세대교체 바람

 

K-팝 부흥기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과 글로벌 진출의 과정을 직접 겪은 이들의 살아있는 체험담은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자산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을 경험한 아이돌 출신 제작자들이 본격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연예기획사 인코드 김재중 CSO(최고전략책임자, Chief Strategy Officer)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K-팝 2세대의 기틀을 마련한 동방신기의 멤버로 데뷔한 김재중은 아카펠라를 시작으로 SMP(SM Music Performance)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며 ‘실력파 비주얼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활동 당시 각종 시상식과 음악방송을 석권했고, 특히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일본 진출에 성공 신화를 썼다. 여전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며 솔로가수 활동 중인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연예 기획사를 설립해 제작자로 2막을 열었다.

 

언더그라운드 래퍼로 시작해 아이돌 그룹의 리더, 솔로 아티스트로 정도를 걸어온 지코도 아이돌 출신 제작자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다. 2011년 블락비 데뷔 초기부터 팀의 메인 프로듀서를 맡아 히트곡을 배출해냈다. 빼놓을 수 없는 K-팝 트렌드가 된 챌린지 문화도 지코의 ‘아무노래’(2020)가 시발점이었다. ‘새삥’, ‘스팟!(SPOT!)’ 등 음원차트를 강타한 곡들을 선보였고, 싸이, 화사, 아이들 등 동료 가수들의 프로듀서로도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2019년에는 직접 KOZ엔터를 설립해 제작자의 길로 뛰어들었다. 

 

박재범은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 연습생부터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를 두루 거친 제작자다. 2008년 2PM의 리더로 데뷔해 메가 히트곡을 연이어 선보였지만, 팀 탈퇴 후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아이돌의 틀을 깨고 독립 힙합 레이블 AOMG를 설립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힙합·R&B 레이블로 성장시킨 그는, 승승장구하던 AOMG와 하이어뮤직 대표직을 내려놓고 2022년 새 엔터사 모어비전을 설립했다. 아이돌 제작의 꿈을 이루기 위한 새 챕터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한 투자자나 경영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무대 위에서 직접 몸으로 익힌 음악적 감각과 팬덤의 언어를 제작 과정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K-팝의 문법을 써 내려가고 있다. 1세대 창업자들이 맨땅에서 산업을 일궜다면 그 위에서 자란 세대들이 배턴을 이어 받았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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