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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이야기라 더 끌리네…‘왕사남→허수아비’, 실화 소재 콘텐츠가 뜬다 [SW이슈]

입력 : 2026-05-03 13:47:42 수정 : 2026-05-03 13: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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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던 1988년 한 강력계 형사는 진범을 잡기 위해 집요하게 추적하지만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수사는 벽에 부딪히게 된다. 시간이 흘러 2019년이 되어서야 진범이 밝혀지지만 형사의 죄책감과 그 과정에서 남겨진 이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허수아비’(ENA)는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해 방영 전부터 이목을 끌었다. 오랫동안 장기 미제로 남아있던 사건은 2019년 진범이 특정돼 무려 33년 만에 진실이 밝혀지면서 높은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허수아비'
'허수아비'


‘허수아비’는 진범이 잡힌 후 처음 선보이는 미디어믹스다. 제목은 실제  사건에서 경찰이 당시 범인의 자수를 종용하기 위해 현장에 세워두었던 허수아비 팻말에서 따왔다. 그간 대중매체에서 해당 사건을 미스터리한 관점으로만 비췄다면 이 작품은 진범이 밝혀진 이후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1988년 당시를 오가면서 극을 진행시킨다. 

 

드라마는 단 4회 만에 5.2%(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돌파하며 역대 ENA 월화드라마 시청률 5위에 올랐다. 주연 박해수·이희준의 열연과 더불어 실화 모티브가 주는 긴장감이 입소문의 배경이다. 범인을 잡고 난 뒤 남겨진 이들의 현실을 조명하면서 실화 소재의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는 실화 기반이 뚜렷한 흥행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허구의 서사를 넘어 실제 사건과 인물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더 깊은 몰입감과 공감을 제공하며 주목받는 분위기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확산과 함께 다양한 장르에서 실화 소재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콘텐츠 시장 전반에 현실성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올해 극장가 신드롬을 일으키며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한 ‘왕과 사는 남자’도 조선 제6대 왕 단종이 유배지에서 보낸 마지막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색했다. 단종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가 계유정난 이후 폐위되고 유배되는 과정, 그리고 영월 청령포에서의 고립된 삶 모두 역사적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유해진이 연기한 엄흥도 또한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이다. 당시 영월의 호장(지방 관직)이었던 그는 세조의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러준 인물로 기록됐다.

 

당초 장항준 감독은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를 영화로 다시 구성하는 게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영화 ‘서울의 봄’(2023)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서울의 봄’ 또한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1300만 관객 신드롬을 일으켰다. 역사적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고 해도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끌어낸다면 대중이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넷플릭스 ‘레이디 두아’
넷플릭스 ‘레이디 두아’

 

지난 2월 공개돼 넷플릭스 글로벌 2위까지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레이디 두아’는 공식적으로는 허구의 이야기지만 2000년대 중반 한국 사회를 뒤흔든 빈센트 앤 코 사기 사건을 강력한 모티브로 삼고 있다. 극 중 주인공 사라 킴(신혜선)은 공장에서 가짜 명품을 만들고 럭셔리 브랜드로 포장해 상류층을 농락한다. 

빈센트 앤 코 사건 또한 한 유통업자가 경기도 시흥의 공장에서 중국산 재료를 토대로 만든 시계를 명품이라고 속여 판매했다. 청담동 매장에서 초호화 론칭 파티를 열고 연예인에게 협찬을 주는 등 상류층을 중심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고 이를 주도한 인물은 훗날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대부분의 실화 기반 콘텐츠는 실제 이야기의 완전한 재현보다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건을 허구와 섞어 재구성한 형태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감은 이야기를 훨씬 더 무겁고 몰입감 넘치게 한다. 상상력의 산물인 픽션이 줄 수 없는 실화 특유의 리얼리티가 강력한 정서적 유대를 형성한다.

 

어느 정도 익숙한 사건 이름이나 인물이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실제로는 어떻게 됐을지 궁금증을 품게 만들고, 이는 다시 팩트체크와 참여형 담론까지 이어진다. 과거 사건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다시 읽으면서 이야기는 더는 과거 기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대중에 다가온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이미 인지도가 확보된 실제 사건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쉬운 검증된 서사라는 이점이 있다. 현실이 주는 울림이 픽션의 상상력을 압도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실제 사건의 이면을 파고드는 기획과 재해석의 흐름은 앞으로도 콘텐츠 시장의 가장 강력한 흥행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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