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개원 이후 20주년 맞아
정형·신경외과 전문의 17명 구성
연간 무릎 인공관절 수술 3000례
연구소 열고 139편 논문 발표
“수술 후 발목 안정성 확보 초점
재활 보조 신발 조인트슈즈 개
‘흑백요리사2’ 후덕죽 셰프처럼
노장의 힘 제대로 보여주고파”
불 앞에서 버티는 시간이 요리사의 진짜 실력을 드러내듯, 수술대 위에서 반복되는 선택과 태도가 의사의 실력을 증명한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해 압도적인 성적과 겸손함, 자신만의 철학을 보여준 백수저들이 존경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료계에도 말보다 결과로 자신을 증명해 온 대가들이 있다.
연간 무릎 인공관절 수술 평균 3000례. 33년째 현역 정형외과 전문의로 활약 중인 이수찬 목동힘찬병원 대표원장은 이 숫자를 ‘수술 기준을 지켜온 결과’라고 말한다. 이 병원장을 만나 20주년 소감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들었다.
◆20년, 누적 5만 8863례… 숫자가 아니라 ‘밀도’
2006년 개원한 목동힘찬병원은 올해로 개원 2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5만8863례로 6만례 돌파가 코앞이다. 매년 평균 약 3000례에 달하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단 한 해도 흐트러짐 없이 이어왔다는 점에서 이 기록은 단순한 누적이 아니라 ‘밀도’에 가깝다.
법인병원 기준 이 정도 성적을 보유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해외와 비교해도 무릎 인공관절 단일 수술만 놓고 보면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마코 인공관절 로봇수술의 경우 2023년과 2024년 전 세계 단일 의료기관 가운데 최다 수술 기록을 공식 인정받았다. 올해도 1위 기록을 기다리고 있다.
이 병원장은 “수술을 많이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은 같은 기준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라며 “반복되는 수술 속에서도 판단이 무뎌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3000례라는 숫자를 떠받쳐온 것은 매일 수술대 위에서 내려야 했던 수많은 선택들이었다.
◆숙련은 ‘안목’까지 바꾼다… 논문으로 다진 기본기
이같은 성과의 출발점은 ‘경험’이다. 수만례의 수술을 통해 축적된 손기술과 판단력은 수술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정확도를 높인다. 수술 시간이 짧아질수록 출혈은 줄고, 조직 손상도 최소화된다. 이는 통증 감소와 회복 속도 개선이라는 실질적인 차이로 이어진다.
차곡차곡 쌓인 경험은 연구와 발전으로 이어졌다. 마치 백수저들이 커리어의 정점에서도 끊임없이 맛을 연구하는 것과 닮았다. 이 병원장은 “로봇 인공관절 논문 만큼은 국내서 가장 많이 냈다”고 소개했다.
실제 목동힘찬병원은 일찍이 관절의학연구소를 열었다. 현재까지 SCIE급 논문 98편을 포함해 총 139편의 국내외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마코로봇 인공관절수술과 관련해서는 국내 의료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10편의 국제 논문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7편은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SCIE급 저널에 게재됐다.
◆대가가 최상의 도구 고집하듯… ‘로봇’ 도입의 이유
여기에 최신 과학기술을 더했다. 대표적인 게 로봇 인공관절 수술 도입이다. 목동힘찬병원은 2020년 스트라이커의 마코 로봇을 도입했다. 2년 뒤에는 짐머 바이오메트의 로사(ROSA) 로봇을 추가로 들였다. 현재 마코 3대, 로사 1대 등 총 4대의 로봇 수술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매년 무릎 인공관절수술 중 2500례 이상이 로봇수술로 이뤄진다.
이 병원장에 따르면 로봇 한 대당 도입 비용은 약 8억원. 유지비까지 포함하면 10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로봇 도입을 주저하지 않았다.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굳이 로봇이 필요하느냐는 시선도 있었다.
이 병원장이 로봇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환자의 만족도를 끝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그는 “인공관절 수술은 정형외과 치료의 마지막 단계”라며 “연골이 거의 소실된 상태에서 시행되는 만큼 한 번의 실패가 환자의 삶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은 의사의 손을 대신하는 장치가 아니라, 경험을 수치화해 오차를 줄이는 도구”라며 “이를 통해 환자 만족도를 95%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100%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가가 최상의 맛을 위해 가장 정밀한 도구를 고집하는 이유와 같다. 그는 앞으로도 환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면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이라는 의지다.
◆각도 너머의 변수… 로봇이 잡아내는 ‘인대 밸런스’
로봇 수술은 수술 후 환자가 체감하는 만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 대부분은 연골이 거의 소실돼 다리 정렬이 크게 무너진 상태로 수술대에 오른다. 이수찬 병원장에 따르면 수술의 기본 목표는 0~5도 범위의 정상 정렬을 회복하는 것이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로봇 수술 도입 이후 평균 약 3도 수준의 정렬 정확도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정확한 각도가 나와 객관적으로 잘된 수술이라도 환자는 ‘통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수찬 병원장에 따르면 이같은 통증의 핵심 변수는 엑스레이에 드러나지 않는 ‘인대 밸런스’다. 수술 과정에서 한쪽 인대가 과도하게 당겨지거나 느슨해질 경우, 기술적으로는 성공한 수술이라도 환자는 불편과 통증을 겪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수찬 병원장은 “로봇 수술의 강점 중 하나는 인대 균형을 실시간으로 수치화해 교정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진짜 스킨십’이 만드는 수술 이후의 차이
이 병원장은 기술만으로 수술이 완성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수술 이후의 과정, 특히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사후 관리가 예후를 좌우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엑스레이만 보고 잘됐다고 말하면 환자는 불안하다. 수술 부위를 직접 만져보고 체크하지 않고는 알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 병원장은 이를 ‘진짜 스킨십’이라고 표현했다. 위로나 제스처가 아니라, 회복을 앞당기기 위한 의료 행위라는 의미다.
무릎 인공관절수술 직후 허벅지와 종아리가 심하게 부어 있거나 조직이 단단해진 경우,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아도 무릎을 구부리고 펴는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태에서 ‘무릎을 자주 굽혔다 펴라’고 요구하면 환자는 통증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겪게 된다. 이 병원장은 손으로 직접 부기와 조직 상태를 확인하고 먼저 부기를 가라앉힌 뒤 단계적으로 재활을 진행해야 통증을 줄이고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은 끝 아닌 시작… 병원 문 나서는 발걸음까지 책임
재활 보조기기 ‘조인트슈즈’를 개발한 이유도 수술 이후까지 책임지는 치료 철학에서 출발했다. 무릎 인공관절수술 후 환자들은 다리 부종과 근력 저하로 처음엔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막상 걷기 시작하면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
이 병원장은 “무릎 수술을 했다고 무릎만 보면 안 된다. 무릎뿐 아니라 발목의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결국 다시 걷게 만드는 게 수술의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 수술 이후 기존에 신던 신발을 제대로 신지 못하거나, 근력 저하와 부종으로 발목이 쉽게 흔들리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다만 시중의 신발은 쿠션에 초점을 둔 경우가 많아 수술 후 환자에게 필요한 ‘안정성’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측면이 존재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병원 의료진들은 발목을 감싸 고정할 수 있는 구조의 재활 보조 신발 ‘조인트슈즈’를 개발했다. 발목 스트랩을 통해 고정력을 높여 보행 시 균형을 돕는 방식이다. 의료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돼 2017년 특허를 취득했다. 이 병원장은 “수술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환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책임지는 것이 병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연간 3000례’, 개인기 아닌 ‘시스템’의 결과
이 병원장은 목동힘찬병원이 매년 3000건의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개인기가 아니라 견고한 시스템의 결과”라고 단언했다.
현재 병원에는 정형외과와 신경외과를 포함해 전문의 17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년 이상 근속한 의료진은 11명, 17년 이상 같은 병원에서 수술을 이어온 의사도 4명에 달한다. 이직이 잦은 의료계 현실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구조다.
이 병원장은 수술은 의사 혼자 완성하는 일이 아니라 수술방·병동 간호사, 방사선사까지 모두가 같은 기준을 공유해야 결과가 안정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안정성이 의료진 간의 존중 문화에서 비롯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로를 존중하지 않으면 그 상처는 결국 환자에게 간다는 것.
이 병원장은 무릎 인공관절수술이 결코 적은 비용이 드는 치료가 아닌 만큼, 환자가 기대하는 치료 경험 역시 그에 걸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배들에게도 ‘친절’을 강조하는 이유다. 의술뿐 아니라 인술이 받쳐져야 한다.
그는 “파인다이닝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비용을 내고 그 자리에 갔다면, 음식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험을 기대하지 않나. 무릎 인공관절수술도 마찬가지”라며 웃었다. 그는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의사 개인의 역량을 넘어, 한 명의 환자를 충분히 케어할 수 있는 ‘전문화된 조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칼과 웍 든 노장 투혼 닮고 싶어”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이 병원장은 “최근 ‘흑백요리사2’를 열심히 봤는데 후덕죽 셰프님이 정말 인상깊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에어컨을 틀어도 버티기 힘들 만큼 뜨거운 불 앞에서, 젊은 30~40대 요리사들조차 쉽게 감당하지 못하는 게 중식의 주방 세계라고 들었다. 그런 환경에서 아직도 주방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인성이고 실력 아니겠나”라고 했다.
후덕죽 셰프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리로 시선을 옮기게 만들었다. 이 병원장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더라. 요즘 수술과 회진이 더 늘었다. 후덕죽 셰프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오랜 시간 불 앞에 서 왔을 법한 셰프의 어깨가 여전히 단단해 보였다. 나도 그렇게 되어야지, 그러려면 건강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중식 셰프님들은 칼과 웍을 많이 쓰시지 않나. 후 셰프님, 어깨 아프시면 저희 병원으로 오세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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