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이었다. 유교국가인 조선에서 종묘는 왕실의 상징성과 정통성을 보여주는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졌다. 조선 건국 후 1395년(태조 4) ‘궁궐을 기준으로 왼쪽에 종묘, 오른쪽에 사직을 세운다’는 예에 따라 서울 종로구 종로 157, 지금의 자리에 종묘를 창건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종묘를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이라고 설명한다. 30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종묘는 의례공간과 의례를 준비하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건물 전체와 경관 요소를 포함하는 유산구역은 완충구역으로 둘러싸여 있다.
매년 거행되는 종묘제례 또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그중에서도 종묘가 지닌 완전성과 진정성에 주목했다. 물리적 형태와 전통 의례를 모두 보존하고 있는 공간으로 종묘의 건물 배치와 건축양식은 원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종묘제례의 음악과 무용도 전승되어 정기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한국 유네스코 1호’ 어떻게 지정됐나
유네스코 문화유산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단계를 증명하는 건물 유형,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 혹은 경관의 탁월한 사례를 대상으로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유교문화가 독특하게 결합한 단아하면서도 신성한 건축물로서 현재까지도 제례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종묘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1995년 종묘와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을 한꺼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이 가운데 종묘는 유교 왕실 의례 공간이라는 의미와 함께 종묘제례·종묘제례악이 별도 무형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유형과 무형이 결합한 첫 세계유산으로도 꼽힌다.
세계유산 영향평가(Heritage Impact Assessment, HIA)는 개발·공사 계획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경관·진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조사·예측·평가해, 부정적 영향을 피하거나 최소화하는 절차다. 만일 추진하는 개발사업이 세계유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사전 통지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거쳐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모색한다.
세계유산문화센터는 건물 및 개발, 교통시설, 유형 자원 추출, 물리적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환경 등 세계유산에 위협을 주는 영향 요인으로 대표적인 14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유산의 물리적 특성뿐 아니라 경관, 정체성, 전통적 활용 방식 등 비물질적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관리를 권장하고 있다.
◆세계유산지구와 완충구역
세운4구역은 종묘 남쪽 인근, 세운상가 일대를 가리킨다. 1979년 도시 재개발 구역으로 처음 지정되고, 2004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다시 지정됐지만, 20년 동안에도 개발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달 초 대법원이 고층규제 조항을 삭제한 서울시 문화재보호조례 개정에 대해 위법이 아니라는 취지의 최종 확정판결을 내리면서 서울시는 2030년 완공 계획의 개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도심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재개발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산에서 종묘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녹지축과 입체적인 도심 스카이라인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수행해야 한다며 이를 제지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서울시는 완충구역(buffer zone)을 설정하지 않은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평가 이행만을 요구한다며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완충구역이란 유산 본구역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 지역을 추가 보호하는 필수 공간으로 시각적 완전성, 진정성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해당 구역을 개발할 경우 HIA의 대상이 된다.
종묘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후 30년간 완충구역이 지정되지 않은 상태로 지속돼 왔다. 당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완충구역(종묘 100m) 너머 도시화·고층 건물도 시야 훼손 우려’라는 권고를 냈으나 실제 지정되지 않았다.
최근 서울시와의 갈등이 격화되자 국가유산청은 종묘 일대 약 19만㎡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면서 HIA 의무화를 서둘렀다. 반면 서울시는 세운4구역은 100m 밖이라 영향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종묘에서 175m 떨어진 세운4구역이 HIA 대상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