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농구 LG가 중동의 거함 알 리야디 베이루트(레바논)의 벽을 넘지 못하고 벼랑 끝에 몰렸다. LG는 9일(한국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셰이크 사이드 빈 막툼 스포츠홀에서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챔피언스리그 아시아’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알 리야디 상대로 76-103 완패했다.
연이틀 난적을 마주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루 전 타오위안 파우이안 파일럿츠(대만)전에서도 73-89로 패했던 LG는 C조 최하위(0승2패)로 조별리그를 마감했다. 알 리야디는 지난해 이 대회 정상에 오른 디펜딩 챔피언이다. 아시아 최고 가드 명성에 빛나는 와엘 아라지와 213㎝ 센터 쏜 메이커, 백전노장 포워드 하이크 교치안 등이 출전하며 위용을 드러낸 바 있다.
이번 대회는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 레바논 등 아시아 프로리그 각국 최강 9개 팀이 참가했다. 3개 조로 조별리그를 치른 뒤 최하위 1개 팀이 탈락하고, 상위 8개 팀이 토너먼트로 으뜸을 가린다. LG는 이번 패배로 최종 골득실 -43(149득점-192실점)을 기록하게 됐다. 마찬가지로 승리 없이 2패를 기록한 A조 최하위 저장 광샤 라이온즈(중국)의 골득실(-31·152득점-183실점)보다 낮아 최하위 탈락 위기에 놓였다.

실낱같은 희망이 B조 최종전에 달려 있다. 조건은 결코 쉽지 않다. 우츠노미야 브렉스(일본·0승1패)가 9일 오후 11시 샤밥 알 아흘리(UAE·1승1패)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만일 골득실 -11(86점-97실점)에 머무르고 있는 우츠노미야가 33점 차 이상으로 패할 경우 LG가 골득실을 역전한다. 반면 우츠노미야가 승리하거나, 적은 점수 차로 패하면 LG의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다. 두 팀의 골득실이 동률이 되면 다득점을 따진다.
LG는 이번 대회 베스트 전력을 가동하지 못한 채 잇따른 패배를 떠안았다. 주축 아셈 마레이와 칼 타마요가 빠진 게 컸다. 폴리 폴리캡, 케빈 알렌을 긴급 수혈해 임시 외국인 선수 구성을 꾸렸다. 국내 선수진 역시 허일영과 장민국, 전성현 등이 부상 및 개인사정으로 인해 불참했다. 이 밖에도 실전 감각 차이가 컸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LG는 한 달 가까이 휴식기를 보냈으나, 상대 팀들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자국리그 일정을 소화했다.
알 리야디 팬들의 우레 같은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그럼에도 LG는 초반 열세를 딛고 장군멍군 경기 양상을 그려냈다. 알렌과 폴리캡의 쌍포 활약을 앞세워 전반 1, 2쿼터를 2점 차(47-49)로 마쳤다.

시소게임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 건 3쿼터 중반부터다. 상대 핵심 기둥인 아라지의 연속 득점이 분위기를 뒤바꾼 것. 아라지는 이날 최종 24점을 폭격하는 등 LG의 수비를 연거푸 꿰뚫었다.
LG에서는 폴리캡(21점)을 필두로 알렌(15점)과 양준석(14점), 유기상(11점) 등이 분전했다. 다만 한 차례 크게 요동친 승부의 추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후반 부진(29-54)이 뼈아프다. 나아가 4쿼터에만 18점 차 열세(11-29)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한편 이번 대회 조별리그 일정은 9일 오후 8시 타비앗(이란·1승0패)과 브롱코스(몽골·1승0패)의 A조 3차전부터 우츠노미야와 알 아흘리 B조 3차전, 그리고 10일 오전 2시 알 리야디와 타오위안의 C조 3차전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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