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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④] 소모품이 된 지휘봉… “단기성과만 좇다간 부작용 터진다”

입력 : 2025-06-06 09:00:00 수정 : 2025-06-06 03: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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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L 제공

 

프로스포츠에서 감독이라는 자리는 늘 빛과 그늘을 동시에 안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그 무게감이 더욱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감독 교체가 잦아지고 있다. 단순 성적 문제가 아니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구단 운영 구조가 달라졌고, 수장이 차지하는 역할과 권한의 경계도 흐려졌다. 감독 홀로 팀 성적을 책임지거나 만들어내는 시대가 아니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프런트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책임은 오롯이 감독만 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현일 tvN 스포츠 농구 해설위원은 “농구는 여전히 감독 역량이 큰 종목이다. 득점이 많고 팀 색깔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요즘은 전력 분석, 데이터도 중요하다. 감독 입지가 줄고 프런트 힘이 강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가 가진 힘이 선수단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새로 영입할 선수,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할 외국인 선수 선발 등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단 차원에서 결정하는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실제 한 프로축구 구단은 외인 선수 영입을 두고 감독이 선발한 선수와 단장이 선발한 선수가 나뉘면서 팀 불화설까지 나오는 사례도 있다. 그 결과 감독은 팀을 떠나야 했고, 단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KBL 제공

 

김대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선수가 있어야 명장도 있다”며 “성적 못 내면 감독부터 경질하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높아진 팬들의 시선만큼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에서 오가는 여론의 영향력도 커졌다. 구강본 한국교통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장기 사령탑을 찾는 게 어렵다. 장기적 관점에서 팀을 보기보단, 단기 성과에 쫓기게 된다. 결국 선수 혹사나 세대교체 실패 같은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의 부작용까지 등장했다.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고액 연봉자들은 감독보다 3~4배 더 받는다. 그런 선수들이 감독 거취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특정 선수와 구단 프런트 간 친밀도가 과도해질 경우의 부작용도 있다. 이 관계자는 “구단이 특정 선수 편을 들기 시작하면 감독은 붕 뜬다. 이런 분위기에서 장수 감독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성적은 결국 감독 책임으로 돌아간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여론 영향이 크다. 견디기 어렵다. 구단도 덩달아 팬심에 흔들리는 게 부지기수”라고 했다. 이러한 추세가 스포츠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긍정적인 의견부터 시작해 부정적인 시선 또한 가지각색이다.

 

구 교수는 “프로 스포츠에서 승리를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지금은 지나치게 과도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당분간 지금의 흐름이 쉽사리 변하진 않을 듯싶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좋은 성적이 감독 혼자서 만든 결과가 아니듯, 나쁜 성적도 감독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감독이 최종 책임을 지는 구조다. 소수만 앉을 수 있는 자리지만, 누구보다 고독한 무게감을 짊어져야 한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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