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트로트 아이돌’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교민 대상 공연에서 영역을 확장, 현지인 팬덤 형성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단독투어부터 해외 뮤지션과 협업, 굿즈 판매 등 기존 K팝 아이돌의 해외 진출 과정을 통해 검증된 전략을 적극 활용하며 이전 세대와 차별화되는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 ‘미스트롯’·2020년 ‘미스터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흥행 이후 트로트가 부활하면서 송가인·임영웅 등 젊은 트로트 스타가 등장했다. 이들은 세대 차이라는 한계를 무너뜨리고 트로트 신드롬을 이끌며 아이돌 같은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송가인은 2022년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판타지 스프링 이벤트 센터에서 ‘연가 미국 콘서트 다시 만난 우리 기다림 끝에’를 개최했다. 임영웅은 지난해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시어터에서 단독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O)’로 현지 관객들과 만났다.
두 사람 외에도 다수의 트로트 가수들이 세계 시장으로 향했다. 영탁은 지난해 초 동남아시아를 접수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 ‘찐이야’ 열풍을 일으키며 K-트로트를 전파했흐며, 홍진영은 2022년 4월 영어곡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와 미국 팝가수 프롤리와 협업한 ‘걸 인 더 미러’를 발매하기도 했다. 비바 라 비다는 아이튠즈 미국 전체 장르 차트 90위권에 진입, K팝 차트에서 3위를 차지했다. 아마존 뮤직에선 K-트로트 사상 최초로 해외 글로벌 차트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렇듯 트로트 가수들의 새로운 도전이 점차 구체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의 트로트 산업은 팬덤 형성은 물론, 각종 굿즈 출시, 해외 공연, 극장용 다큐멘터리 론칭 등 K팝 아이돌 산업의 다양한 면면들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불러일으킬 미래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트로트 가수의 아이돌화를 통해 팬덤을 더 극적으로 고조시키면서 트로트시장 확대 및 수익성 극대화를 예상할 수 있다. 다만 해외 콘서트 같은 경우 아직은 교민 기반 공연이다. 대략 1980년대부터 트로트 가수 중심으로 이뤄져 온 ‘재외동포 큰잔치’ 공연의 연장 선상 정도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패턴 이상의 유의미한 소비층 확장은 아직 발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단 아이돌 산업 전략과 동일하게 타깃 해외시장의 선택과 집중부터 시작돼야 할 필요가 있다. 트로트의 경우 자연스럽게 일본이 첫 타깃 시장이 될 수 있다. 트로트는 애초 일본 엔카와 경향성을 함께 하는 장르이기에 1980년대부터도 일본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었다. 일본 NHK 홍백가합전에서도 1980년대에 이미 조용필, 계은숙, 김연자, 패티김 등을 초청했을 정도다. 향후에도 일본을 해외시장 개척 시발점으로 두고 전반적 해외 진출을 꾀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사실 지금의 신예 트로트 가수들은 ‘트로트도 부르는’ 가수에 가깝다. 대표 격인 임영웅부터가 트로트를 포함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가수다. 다만 이들이 트로트 외에 부르는 음악은 시대 유행을 타지 않는 발라드 또는 다소 레트로한 느낌을 주는 각종 장르 음악들이기에 향후 기존 영미권 올드팝들이 강세를 보이는 동남아 등지로의 진출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지 공략을 위해 가사에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를 넣는 것은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K팝에서 영어 가사는 대부분 댄스음악에서 감각적 측면을 강조하려 넣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지금 몇몇 트로트 가수들이 시도하는 것처럼 라틴이나 R&B, 유로댄스 등 장르의 노래를 할 땐 영어 가사를 일부 삽입하는 방식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가사에서 서정성을 강조하거나 스토리텔링을 담는 기존 트로트나 발라드에는 잘 안 맞는 시도일 수 있다. 부르는 노래의 성격에 맞는 가사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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