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실함이 희망을 만들었다.
SSG와 키움의 맞대결이 펼쳐진 6일 고척스카이돔. 좌완 투수 한두솔(25·SSG)에겐 두고두고 잊지 못할 날이 될 듯하다. 그토록 기다리던 1군 데뷔전을 치렀다. 8회 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점수가 다소 벌어진 상황(1-9)이라고 해도 인상적인 피칭이었다. 씩씩하게 제 공을 던졌다. 공 5개로 깔끔하게 상대 타자 셋을 잡아냈다. 최고 구속은 148㎞까지 찍혔다. 김원형 SSG 감독은 “그날 구위만 봤을 때 일단 합격점을 주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광주일고 시절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4년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표팀(U-18 아시아 야구월드컵)에도 선발됐다. 현실의 벽은 차가웠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몇몇 대학에서 관심을 보였으나 한두솔은 일본행을 택했다. 일본 사회인 야구팀 리세이샤 의료 스포츠전문학교에 입단했다. 다시 KBO리그를 두드린 것은 2018년이다. 육성선수 신분으로 KT에 합류했다. 하지만 부상, 부진이 겹쳐 방출됐다.

SSG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6월이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입단테스트를 통과했다. 이번에도 치열한 생존 경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고교 때보다 구속을 대폭 올린 것은 물론 약점으로 여겨졌던 제구 불안을 지우려 애썼다. SSG 입단 1년 만에 기회를 얻은 배경이다. 김원형 감독은 “방출, 군 입대 등 (한)두솔이가 그동안 참 어려운 환경을 겪었다. (피칭하는 모습을 보며) 절실하게 운동해 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나가야 한다. 김원형 감독은 “상황이 되면 또 내보낼 생각이 있다”면서 “한 경기 한 경기 하다 보면 1군에 오래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내보였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좋은 동기부여가 될 터. 김원형 감독은 “우리는 2군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두솔이를 보면서 ‘열심히 하면 언제든지 1군에서 공을 던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SSG랜더스 제공/ 한두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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