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국내 시행 각각 21·13주년을 맞은 한국 경륜과 경정(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시행). 사람의 인생으로 치면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청년기 시절이지만, 최근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서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다. 경륜·경정 종주국 일본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고객 고령화와 다양한 레저 활동의 출현으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다각적 대책을 시행 중이다.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스미노에 경정장·기시와다 경륜장과 사테라이토·보트피아 우메다 등 인근 경륜·경정 장외발매소를 직접 찾아 한국 경륜·경정이 일본 경륜·경정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 방안을 모색했다.

▲믿을 구석은 ‘인터넷 베팅’
위기에 처한 일본 경륜·경정에는 그나마 믿을 구석이 있었다. 인터넷 베팅이 그것으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터넷 베팅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 경륜의 경우, 인터넷베팅 매출이 지난 2013년 158억9000만 엔·지난해 279억 엔·올해 10월까지 378억8000만 엔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일본 경정 역시 지난 2010년 이후 인터넷 베팅 비율이 꾸준히 오르더니, 점점 대세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반면 한국 경륜·경정은 확실한 ‘믿을맨’이 없는 상황. 현재 국내에서 인터넷 베팅을 규제하고 있는 탓이다. 베팅이 전 사회적으로 퍼져 도박 중독을 양산한다는 우려 때문인데, 일본 경륜·경정 측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인터넷 베팅이야 말로, 시행체 및 정부가 베팅자를 관리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가츠시 코데라 일본경륜협회 매니저는 “경륜 위기 탈출의 돌파구로 인터넷 베팅의 활성화를 꼽았고, 오프라인에서는 누가 얼마를 베팅하는지 알 수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모든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 오히려 건전한 베팅문화로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인터넷 베팅의 도입은 하향세로 치닫고 있는 한국 경륜·경정에 있어 반드시 검토·도입돼야 할 선진 베팅 문화임에 틀림없다.
▲‘협업’이 대세
전 세계적 트렌드인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협업) 마케팅도 눈에 띄었다. 사테라이토 경륜 장외발매소에서는 모터사이클 경주인 오토레이스와의 협업을 진행, 이달부터 오토레이스 중계를 시청하면서 베팅도 가능하다. 이는 일본경륜협회(JKA)에서 경륜과 오토레이스 둘다 시행하는 터라 가능했다. 오토레이스는 15년 역사에 매출 비중도 경륜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한 장소에서 두 레이스를 소개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게 JKA 측 복안이다.
여배우들과도 맞손을 잡았다. ‘대상경주’ 등 빅 매치에 인기 여배우를 모델로 등장시켜 젊은층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 경륜·경정이 대중들에게 도박의 개념 보다 레포츠라는 인식이 강하기에 가능했다. 오가와 마사토 스미노에 경정장 사업부 차장은 “인기 여배우들이 경륜·경정 모델로 나서도 이미지의 타격은 커녕, 오히려 대중들에게 친숙히 다가가는 효과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차별화 요소, 눈길 끄네
국내에는 없는 차별화된 요소도 곳곳에 배치됐다. 여자 경륜이 대표적으로, 지난 2012년 7월 부활해 현재 젊은 고객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여자 경륜의 부활과 함께 매출액이 늘면서, 경륜장마다 여자 경륜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게 JKA 측 설명이다. 히로시 요시노 사테라이토 경륜지점 전문관은 “남자 경륜은 9명이 레이스를 펼치고 다소 몸싸움이 심한 반면, 여자 경주는 6명이 하고 몸싸움이 덜해 상대적으로 베팅이 쉽다”며 “젊은층이 여자 경륜에 더 호감을 갖고 이유”라고 설명했다. 물론 남녀 선수 간 기량 차이라는 단점도 존재하지만, 새 고객 창출에 있어 분명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심야 경주도 눈에 띄었다. 경정의 경우, 스미노에 경정장에서 4∼11월 야간 레이스를 개최해 야간에도 레이싱을 즐길 수 있다. 아가타 마사기 스미노에 경정장 사업부 기획선전과장은 “조명을 받아 선명하게 비치는 수상에서 펼쳐지는 야간 레이스는 낮 레이스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며 “특히 퇴근 후 직장인들의 참여가 높아 매출 증대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또 경륜의 경우 ‘미드나이트 경륜’이 돋보였는데, 야간에 무관중 레이스를 펼쳐 장외발매소와 인터넷으로만 베팅을 하는 방식이다. 경륜팬들은 굳이 경륜장으로 오지 않아도 되고, 경륜 사업체는 관리 인원 최소화와 전력 사용 최소화 등 고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보고 있다.
▲국민적 레저 스포츠로 거듭나야
일본 경륜·경정에 있어 다소 아쉬운 점은 기존 경륜·경정팬에 젊은팬층까지 더해 국민적 레저 스포츠로 자리 잡으려는 움직임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이는 역으로 한국 경륜·경정에서 배워야 할 점으로 보인다. 한국 경륜·경정은 젊은층 유입을 위한 ‘풀(pull) 마케팅’을 전격적으로 진행해왔다. ‘풀 마케팅’은 고객들의 참여를 이끌어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어떻게 하면 고객을 매장에 더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는가’가 골자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의 경우,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광명스피돔을 복합레저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이를 적용하고 있다. 5일 광명스피돔에서 열리는 이색 ‘런 페스티발’인 ‘에일리런’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일본은 인터넷 베팅이라는 큰 무기가 있는 만큼, 젊은층 고객은 인터넷으로 몰고, 기존 오프라인 공간은 큰 변화없이 기존 노년팬들로 채우려는 분위기다. 경륜·경정장이 단순히 베팅만 하는 곳에서 벗어나, 남녀노소 누구나 스포츠 레저와 문화 예술을 즐기는 장소로 거듭나 국민적 레저 스포츠로 거듭나야 한다는 본질적 문제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야 할 듯 싶다. jjay@sportsworldi.com
일본 오사카 스미노에 경정장의 경정 레이스 모습.
일본 오사카 기시와다 경륜장의 경륜 레이스 모습.
사테라이토 경륜 장외발매소에 설치된 오토레이스 중계 안내판.
보트피아 우메다 경정 장외발매소 내부 전경.
인기 여배우들이 모델로 등장한 일본 경정 ‘대상경주’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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