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정규투어 시드 유지를 걱정해야 했다. 시드순위전을 오가면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힘겨운 시간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의 문이 열렸다. 생애 첫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정상을 바라본다. 이지현3가 자신의 골프 인생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
이지현3은 31일 제주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파72·6924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20회 S-OIL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3라운드에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이날 전반에만 버디 4개를 몰아치는 등 4언더파 68타를 기록, 중간합계 12언더파 204타를 기록하며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 이지현3의 최대 강점은 꾸준함이다. 1라운드에도 4언더파 68타를 기록한 그는 샷 감각을 유지하며 2, 3라운드 모두 68타를 마크했다. 덕분에 1라운드 공동 3위에서 전날 공동 2위로, 그리고 이날 기어코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의 기회가 열렸다. 다만 2위 이예원(11언더파)을 필두로 3위 이재휸(10언더파), 4위 문정민(9언더파), 5위 전예성(8언더파) 등 촘촘하게 리더보드를 채우고 있다. 이들의 거센 도전을 이겨내야 한다.
결코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걸었다. 2016년 7월 KLPGA 정회원으로 입회한 이지현3은 2019시즌 정규투어에 데뷔했다. 하지만 매 시즌 출전권을 지키기 위해 시드순위전을 치러야 했다. 정규투어에 안착하지 못하고 드림투어를 병행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2024시즌에도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본선에서 45위에 머물렀다. 당시 그는 “정규투어에 진출한 뒤로 5년 동안 매년 시드순위전에 참가했는데, 매번 상금이 조금씩 부족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고 털어놨다.
좌절 대신 도전을 택했다. 부족했던 샷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훈련에 매진했고, 2024년 드림투어에서 결실을 봤다. 7월 드림투어 10차전에서 입회 8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10월 18차전에서는 17언더파 125타로 최소타 기록까지 작성하며 시즌 2승을 달성했다. 시드순위전을 걱정하던 선수가 드림투어를 대표하는 경쟁자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성장은 정규투어에서도 이어졌다. 올 시즌 이지현3은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 ‘2026 오로라월드 챔피언십’,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세 차례 3위에 오르며 개인 최고 성적을 잇달아 경신했다. 아직 정규투어 우승은 없지만, 꾸준히 우승 경쟁에 이름을 올리며 어느덧 커리어하이 시즌을 완성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 상승세를 우승으로 연결할 기회를 잡았다. 3라운드 초반 파 행진을 이어가던 그는 벙커에서 절묘한 탈출로 버디를 낚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지현3은 “그때 오늘은 운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조금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강한 바람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린이 부드러워 공을 잘 받아준다는 점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핀을 공략했고, 버디 기회를 만들어냈다. 체력 관리에 공을 들인 것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시즌을 준비하면서 체력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무엇보다 좋은 흐름 속에서 샷 감을 믿고 자신 있게 플레이했던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승을 목전에 둔 마지막 승부, 전략은 달라지지 않는다. 첫 우승이라는 부담에 움츠러들기보다 지금까지 해왔던 공격적인 플레이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이지현3은 “내일도 운이 따라주길 바라고 지난 라운드처럼 타수를 줄이는 데 집중하겠다. 지나치게 신중하게 플레이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공격적인 플레이를 이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상하게 내일은 크게 긴장하지 않을 것 같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내일도 자신 있게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커리어하이 시즌의 정점에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까지 더할 수 있을까. 이지현3의 마지막 18홀에 시선이 쏠린다.
제주=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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