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있잖아요(웃음). 제가 이런 과정을 너무 좋아해요.”
광주에서 끝날 뻔한 호랑이들의 가을이 대구로 이어졌다. 한 번만 삐끗해도 모든 게 끝나는 살얼음판 승부의 연속이다. 하지만 내야수 김도영(KIA)에겐 이 긴장감마저 즐거움이다. 승리를 쟁취해 나가며 다음 무대를 열어가는 짜릿함에 푹 빠진 것. 그가 꿈꾸는 ‘낭만 야구’가 무르익고 있다.
프로야구 KIA는 지난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삼성과의 2026 신한 SOL KBO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에서 4-2로 역전승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맞추며 다음 달 1일 대구에서 최종 5차전을 치른다. 한국시리즈(KS)로 향하는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앞뒀다.
김도영은 이날도 공·수·주에서 두루 존재감을 뽐냈다. 2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2득점을 써냈다. 0-1로 뒤진 4회 말에는 우중간 2루타로 출루해 동점 득점을 올렸다. 1-2로 끌려가던 7회 말에는 상대 3루수의 포구 실책으로 살아 나간 뒤 재치 있는 주루로 2루까지 향했다. 이어 해럴드 카스트로의 적시타에 홈을 밟으며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한준수와 하주석의 연속 적시타가 터지면서 전세가 뒤집혔다.
수비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았다. 3루에서 여러 차례 까다로운 타구를 건져내며 삼성의 공세를 막는 데 힘을 보탰다. 방망이와 글러브는 물론 빠른 발까지, 승리를 위해 자신의 무기를 두루 꺼내 들었다.
타순 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앞선 PO 세 경기에서 3번을 맡았던 김도영은 4차전에서 2번으로 전진 배치됐다. 그는 “타순이 더 빨리 돌아오는 느낌이라 좋았다. 출루해서 뒤 타자들에게 기회를 연결하려는 마음도 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PO 4경기 성적표는 5득점에 타율 0.438(16타수 7안타) 1홈런을 곁들였다. 매 경기 안타를 신고했고, 그중 세 차례는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올가을의 경험은 2년 전과 사뭇 다르다. 2024년 KIA는 정규리그 1위로 KS에 직행해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올해는 정규리그 3위로 출발해 LG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를 거쳐 삼성과 PO까지 치르고 있다. ‘탑독’의 자리에 올라 기다림 끝에 맞이했던 우승 무대와 달리, 이번에는 직접 다음 관문을 열어가야 한다.
김도영은 이 과정이 퍽 마음에 든다. 그는 “밑에서 계속 올라가는 걸 좋아한다. 나중에 돌아보면 뿌듯할 것 같다”며 “그런 낭만 있는 야구가 좋다”고 웃었다.
그렇다고 승부 앞에서 느긋한 건 아니다. 4차전을 앞두고 KIA 선수단은 한뜻으로 뭉쳤다. ‘광주에서 남의 팀 잔치를 구경할 수는 없다’는 각오였다. 벼랑 끝에서 일궈낸 역전승인 만큼 기쁨도 남달랐다. 김도영은 7회 카스트로의 동점 적시타를 떠올리며 “꺼져 있던 불이 다시 켜진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김도영이 꿈꾸는 ‘낭만 야구’의 결말은 아직 쓰이지 않았다. 대구 원정에서 삼성마저 넘어서면 KS 무대다. 그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장식할 기회가 눈앞에 있다.
그는 “선수들 모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다. 나 역시 힘들지만 동료들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힘을 더 내려고 한다”며 “어렵게 5차전까지 올라온 만큼 절대 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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