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의 시간은 짧고, 불펜의 하루는 길다. 프로야구 KIA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서 좀처럼 풀지 못하는 숙제다. 급기야 투수 9명을 동원하고도 패한 경기까지 나왔다.
벼랑 끝에 몰렸고, 마운드에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KIA는 2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삼성과의 2026 신한 SOL KBO PO 3차전에서 4-6으로 졌다. 시리즈 전적 1승2패다. 3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4차전까지 내주면 한국시리즈(KS) 진출이 좌절된다.
준플레이오프(준PO)를 3연승으로 통과할 때만 해도 선발진은 든든했다. LG와의 세 경기에서 제임스 네일이 7이닝, 아담 올러가 6이닝, 시라카와 케이쇼가 5이닝을 책임졌다. 그러나 PO에 들어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네일은 1차전에서 헤드샷 퇴장으로 4⅓이닝 만에 내려왔고, 2차전 올러는 4⅔이닝 5실점으로 고전했다.
3차전에서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시라카와는 1회 2사 후 낫아웃 폭투로 주자를 내보낸 뒤 르윈 디아즈에게 투런포를 허용했다. 이후 안정을 되찾았지만 5회 류지혁에게 다시 2점 홈런을 맞았다. 결국 4⅓이닝 4실점으로 물러났다. 세 경기 연속 선발투수가 5회조차 마치지 못한 것이다.
이 빈자리는 고스란히 구원진의 몫으로 돌아갔다. PO 세 경기에서 선발진이 책임진 이닝은 13⅓이닝에 불과했다. 불펜이 나머지 12⅔이닝을 나눠 막아야 했다. 구원진의 투구 수가 1차전 72개, 2차전 78개, 3차전 89개로 늘어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3차전에선 정해영을 시작으로 곽도규와 이태양, 조상우, 이의리, 성영탁, 김범수, 전상현 등이 줄줄이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시라카와까지 9명으로, PO 한 경기 팀 최다 투수 출장 타이기록이다.
이범호 KIA 감독도 현시점 마운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3차전을 마친 뒤 “선발투수들이 길게 던져주면 가장 좋다. 하지만 지금은 여건상 불펜을 최대한 활용해 점수를 막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도 불펜 소모는 선수들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다시 네일의 차례다. 이 감독은 4차전 선발투수로 양현종과 네일을 놓고 고민한 끝에 승리 가능성을 높일 선택을 내렸다고 밝혔다. 불펜을 아낄 여유가 없는 총력전이지만, 선발이 제 몫을 해줘야 구원진에도 숨 돌릴 틈이 생길 수 있다.
광주=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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