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공을 던지기 위해 야구하는 것 아닌가요.”
중요한 경기서 선발투수가 일찍 내려갔다. 2이닝도 채 버티지 못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불펜진이 가동됐다. 팽팽한 접전 속으로 흐름의 방향을 유리한 쪽으로 이끈 주인공이 있다. 오른손 투수 이재희(삼성)다. 2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3차전서 세 번째 투수로 나서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재희가 중간에서 길게, 그것도 실점 없이 막아준 덕분에 삼성은 6-4 2점차 승리의 노래를 합창했다.
포스트시즌(PS) 데뷔전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위력적인 피칭이었다. 점수 차가 촘촘해 더 긴장될 법도 하지만 이재희는 가을야구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야구를 하는 게 이런 상황(무대)서 던지기 위함이 아닌가. (이런 경기에)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사람이 엄청 많다”면서 “긴장하기보단 잘 막아내 보자 생각했다. 굉장히 재밌었다”고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이기는 분위기에 함께해 기쁘다. 나 혼자 잘했다기보다는 수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끄덕였다.
어쩌면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놀랍다. 계속해서 부상 악재와 싸웠다. 지난해 토미존 수술을 받은 데 이어 지난 7월 말 오른쪽 내복사근을 다쳤다. 올 시즌 안에 돌아올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10월 말 돌아왔다. 극적으로 PO 엔트리에까지 승선했다. 이재희는 “부상 상태가 좋지 않아, 정규리그 안에 돌아오기 살짝 힘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빨리 회복하려 노력했다. 퓨처스(2군)서 재활했는데 코치님과 트레이닝파트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가을야구는 처음이지만, 심장은 초보가 아니었다. 팀의 마무리 김재윤이 PO 직전 부상으로 전력서 이탈했다. 더욱 의지를 불태웠다. 어떻게 해서든 김재윤의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각오였다. 이재희 역시 마찬가지. 이재희는 김재윤에 대해 “최고참 선배이자 정말 잘 던지는 형”이라고 표현하며 “그간 의지를 많이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똘똘 뭉쳐 승리를 지켜냈다. 이재희는 “정규리그 내내 불펜진이 정말 잘해주지 않았나. 이제부터 조금이라도 더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PO를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KIA의 우세를 전망했다. 마음을 더 독하게 먹는 계기가 됐다. 이재희는 “정규리그서 더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KIA가 우세하다는 평가가 많더라. 무서움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시리즈 전적서 2승1패로 앞서가게 됐다. 이제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까지 한걸음 남았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재희는 “안주할 수 없다. 최종적으로 이기고 나서 우리가 더 강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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