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다음을 보여줄 때다.
파격이 곧 혁신을 의미하진 않는다. 조직을 개편할 때도 마찬가지. 새로운 얼굴의 등장만으론 오랫동안 켜켜이 쌓아온 체질을 바꾸지 못한다. 오히려 급작스러운 변화는 때때로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파격이라는 타이틀 뒤엔 반드시 명확한 비전과 계획이 담보돼 있어야 한다. 프로야구 롯데가 또 한 번 요동친다. 단장과 감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특히 프런트 새 수장이 된 이택근 단장에게 시선이 쏠린다. 무엇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
왜 이택근이었을까. 기본적으로 롯데와의 접점이 없다. 이 단장은 1999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24순위)로 현대 지명을 받았다. 이후 우리 히어로즈, LG, 넥센, 키움 등을 거쳤다. 2003시즌 처음 1군 무대에 올라 2020시즌까지 뛰었다. 그나마 인연이라고 여길 수 있는 부분은 부산 출신이라는 점 정도다. 경남상고-고려대 출신이다. 반드시 연결고리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구단을 운영하기 위해선 그만큼 내부적으로 이해도가 높아야할 터. 물음표가 붙은 배경이다.
롯데가 강조한 대목은 ‘전문성’이다. 롯데는 “선수 출신 이택근 단장의 전문성으로 현장과 원활하게 소통, 맞춤 육성 시스템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팀 체제를 만드는 데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수 커리어 자체는 화려하다. 국가대표로서도 맹활약했다. 은퇴 후 해설위원 및 전력강화위원회 등 다양하게 활동했다. 하지만 정작 프런트 경험은 전무하다.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단기 연수를 받은 것을 제외하면 지도자로서의 경력 또한 없다. 어떤 전문성을 언급하는지 모호하다.
이번 인사는 그룹 차원에서 이뤄졌다. 2026시즌을 끝으로 사실상 기존 단장과 감독의 임기가 끝난 상황. 이강훈 대표이사도 11월 정기 인사를 앞두고 있다. 영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구단 내부의 목소리가 배제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외부서 추천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다카쓰 신고 스페셜 어드바이저가 이택근 단장을 추천했다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당시 롯데는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과적으로 이택근 단장이 선임되면서 롯데의 입장은 힘을 잃었다
선수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큰 점수를 주는 시대는 지났다. 롯데는 이미 한차례 경험하기도 했다. 2019년 9월, 성민규 신임 단장을 선임했다. 당시에도 파격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선수로서의 이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 등에서의 이력을 앞세웠다.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웃지 못했다.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도 가을야구는 여전히 멀었다. 뿐만 아니라 현장과의 갈등, 리더십 부재, 투자 실패 등 불협화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용두사미로 작별인사를 고했다.
조직은 자극적인 이벤트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택근 단장은 평소에도 여러 매체를 통해 KBO리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내비치곤 했다. 그 중엔 롯데 이야기도 있었다. 밖에서 들여다보는 구단은 단편적이다. 할 일이 산더미다. 롯데는 9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한 팀이다. 외인 구성을 비롯해 내년 시즌 전력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롯데는 허문회 수석코치, 박승민 2군 감독 등 코칭스태프 인선에 한창이다. 이택근 단장과 키움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도 꽤 보인다.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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