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SBS)가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에피소드로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작품의 역사적 소재 활용을 두고 시청자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27일 온라인에는 닥터X의 연출을 두고 네티즌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관련된 닥터X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국회청원은 공개 전 찬성 요건인 100명을 충족해 소관위원회 회부 등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청원인은 원작인 일본 드라마와 달리 한국판에 (5·18) 관련 내용이 등장한 것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기 위한 끼워 맞추기라고 지적하며 방영 중단과 제작진의 국회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논란이 된 장면은 지난 24일 방송된 6회에서 나왔다. 해당 회차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머리에 총상을 입고 평생 후유증을 겪어온 환자 오상범(하성광 분)의 사연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극 중에서는 군의 총격을 받는 시민들의 모습과 오상범의 머리에 박힌 총알 파편이 과거 군부 정권의 헬기 사격을 입증할 핵심 증거라는 대사가 등장했다. 주인공 계수정(김지원 분) 등 인물들이 518번 버스를 타고 국립5·18민주묘지로 향하는 장면도 담겼다.
방송 이후 일부 시청자들은 역사적 소재를 끌어온 방식과 작품 전체 서사와의 연결성을 문제 삼았다.
온라인에서는 “한 시간 내내 5·18 이야기만 다루는데 기존 의학 드라마의 흐름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원작과 다른 내용을 갑자기 넣은 이유가 궁금하다. 작품의 완성도보다 정치적 메시지가 앞선 것처럼 보인다”, “역사적 사건을 다루더라도 극의 맥락에 맞게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국가 폭력의 피해와 오랜 세월 이어진 상처를 조명한 시도라는 옹호 의견도 적지 않다.
일부 누리꾼들은 “과거의 아픔을 드라마에서 다루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역사를 기억하고 피해자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회차였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창작의 영역을 제한하려는 것은 지나친 반응”이라며 작품을 두둔했다.
특히 원작과의 차이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졌다. “일본 드라마를 한국적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국내 현대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의견과 “민감한 역사적 사건을 기존 장르 서사에 접목하려면 충분한 개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맞섰다.
방송사 측은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논란은 작품을 넘어 출연 배우를 향한 비난으로도 번지고 있다. 방송 이후 김지원의 SNS에는 작품을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드라마의 연출과 서사에 대한 평가를 넘어 배우 개인에게까지 비난이 쏟아지면서, 작품에 대한 비판과 출연자에 대한 공격은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출이나 서사의 완성도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은 시청자의 권리지만,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감한 현대사 소재가 갑작스럽게 등장해 시청자 사이에서 의견이 갈릴 수는 있지만, 그 책임을 방송사 전체나 배우 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최근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대중문화 작품들이 잇따라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앞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 역시 역사 왜곡 논란과 관람 보이콧, 주연 배우 유해진을 향한 항의 등으로 논쟁이 확산된 바 있다. 작품의 역사 해석과 표현 방식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지만, 창작물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적 진영 대결이나 출연자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번지는 현상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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