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구경에 나섰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툭툭 털고 일어났지만 집에 돌아온 뒤에도 허리가 아프다면, 가벼운 타박상으로 넘겨도 될까. 낙엽이나 젖은 흙으로 미끄러워진 가을 등산로에서는 잠깐의 방심이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골다공증이 있는 60~70대는 작은 충격에도 척추뼈가 손상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산행 중 넘어진 뒤 생긴 허리 통증은 근육통이나 타박상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넘어진 직후 걸을 수 있었다고 골절이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휴식을 취해도 통증이 이어지거나 몸을 일으키고 자세를 바꿀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척추뼈가 눌려 주저앉는 ‘척추압박골절’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척추압박골절은 척추뼈가 외부 충격이나 골밀도 저하로 인해 주저앉듯 눌리면서 발생하는 골절이다. 뼈의 강도가 약해지는 골다공증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며,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에는 뚜렷한 외상 없이 일상적인 움직임만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허리와 등 부위의 통증이다. 누워 있다가 일어나거나 앉은 자세에서 일어설 때 통증이 심해지고, 허리를 구부리거나 자세를 바꾸는 동작에서도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70대 허리 통증은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지만, 낙상 이후 갑작스럽게 발생했다면 골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척추압박골절을 방치하면 척추뼈의 변형이 진행되면서 만성적인 통증이나 자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골다공증이 동반된 환자는 한 차례 골절을 경험한 이후 추가 골절 위험도 높아지므로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진단은 환자의 증상과 낙상 경위 등을 확인한 뒤 X-ray 검사를 통해 척추뼈의 형태와 골절 여부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필요에 따라 MRI 검사를 시행해 골절이 최근 발생했는지 확인하고 신경 및 주변 조직의 손상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
치료는 골절 정도와 통증,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비교적 안정적인 골절이라면 보조기 착용과 약물치료, 적절한 활동 조절 등 보존적 치료를 우선 고려한다. 다만 통증이 심하게 지속되거나 골절 상태에 따라 추가적인 처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척추체성형술 등의 시술을 검토할 수 있다.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치료법을 적용하기보다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서울바른세상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배장호 원장은 “골다공증이 있는 고령층은 가벼운 낙상이나 엉덩방아만으로도 척추압박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산행 후 허리 통증이 지속되거나 일어서는 동작에서 통증이 심해진다면 단순 근육통으로 판단하지 말고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골절 치료뿐 아니라 골다공증 관리까지 병행해야 추가 골절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척추압박골절은 치료 이후의 관리도 중요하다. 골밀도 검사를 통해 골다공증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와 영양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 회복 상태에 맞춘 근력 및 균형 운동은 신체 안정성을 높이고 낙상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을 산행을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체력에 맞는 등산로를 선택하고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낙상 이후 발생한 허리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고령층에게 지속되는 허리 통증은 단순한 근육 손상이 아닌 척추 건강의 이상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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