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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돌로미티에서 되새긴 삶의 의미…정찬수의 특별한 여행 기록

입력 : 2026-10-22 12:32:25 수정 : 2026-10-22 12: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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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바위산과 끝없이 펼쳐진 초원, 산길 끝에서 여행자를 맞이하는 산장.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의 장엄한 자연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나 그 풍경을 직접 걸어서 만나는 여정에는 아름다움만큼이나 수고와 인내,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정찬수 변호사의 여행 에세이 ‘생애 한 번쯤은, 이탈리아 돌로미티를 걷다’는 대학 동기 일곱 명과 함께한 15일간의 자유여행을 기록한 책이다. 군법무관과 검사 생활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민우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는 저자는 법조인 특유의 꼼꼼한 관찰력에 여행자의 감수성과 사진가의 시선을 더해 돌로미티의 풍경과 그 안에서 경험한 시간을 풀어낸다.

 

여정은 브라이에스 호수에서 출발해 세네스와 파네스 고원, 라가주오이, 친퀘 토리,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 세체다, 알페 디 시우시 등으로 이어진다. 렌터카와 곤돌라, 리프트를 이용하고 산장과 호텔을 오가며 이어지는 트레킹은 하루 평균 10㎞ 안팎의 발걸음으로 채워진다. 산악의 절경을 지나 베네치아에서 마무리되는 일정은 자연의 웅장함과 도시의 정취를 함께 전한다.

 

이 책의 매력은 유명한 관광지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돌로미티의 지형과 형성 과정, 알프스의 산악문화, 장거리 산악길인 알타 비아와 암벽 등반로인 비아 페라타, 제1차 세계대전의 흔적까지 살핀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역사를 품고 있는지 들려주면서 여행의 시야를 넓힌다. 산을 단순히 감상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과 인간의 시간이 겹쳐진 공간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여행의 현실적인 면모도 생생하다. 고산지대의 환경과 긴 산행은 예상보다 큰 체력을 요구하고, 변덕스러운 날씨와 가파른 오르막, 끝없이 이어지는 내리막은 여행자의 계획을 흔든다. 산악도로 운전과 숙소 생활, 현지 사정에 따른 일정 변경 등은 자유여행이 낭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항공편과 숙소 예약부터 교통수단 이용, 장비와 복장, 날씨 확인까지 실제 경험에서 얻은 정보도 담아 돌로미티 여행을 준비하는 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책의 중심에는 여덟 친구의 동행이 자리한다. 여행 기획과 길 안내, 운전, 통역, 식사 준비 등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누군가 뒤처지면 기다리며 서로의 속도에 맞춰 길을 이어간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감동하는 지점은 다르고, 감당할 수 있는 걸음의 속도 역시 다르다. 그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과정에서 여행은 개인의 도전을 넘어 함께 완성하는 경험이 된다. 산길에서 마주한 어려움은 오히려 오랜 우정의 깊이를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100여 페이지에 걸쳐 수록된 사진은 이러한 여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암봉과 초원, 계곡과 산장,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 글과 어우러져 여행 당시의 빛과 공기를 되살린다. 동행자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쓴 여행 후기도 더해져 하나의 여정이 여러 사람에게 서로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전작 ‘생애 한 번쯤은, 지중해 위를 걷다’에 이어 이번 책에서도 여행을 통해 얻은 풍경과 감정, 사람에 관한 기록을 선보인다. 책 속 문장인 “인생은 하고 싶은 일을 미루기에는 생각보다 짧고, 좋은 사람과 함께할 시간 또한 길지 않다”는 말은 이번 여정이 전하는 메시지를 압축한다. 언젠가 떠나겠다는 다짐을 현실로 옮기는 일, 그리고 그 시간을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는 삶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선택이다.

 

생애 한 번쯤은, 이탈리아 돌로미티를 걷다는 돌로미티 트레킹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구체적인 여행의 길잡이로,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춤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삶을 돌아보게 하는 여행기로 다가온다. 장엄한 산을 걷는 일은 결국 자신을 돌아보고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는 일이기도 하다. 책장을 덮고 나면 독자는 돌로미티의 풍경뿐 아니라, 미뤄 둔 꿈을 언제까지 미뤄도 좋을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작가소개 

저자의 이력은 사법연수원 수료까지 이어지는 법조 경력에서 시작한다. 한양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3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제20기로 수료했다. 군법무관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등을 거쳐 현재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민우의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법정 밖에서는 여행과 사진, 와인을 사랑하는 기록자다. 낯선 길을 걸으며 만난 풍경과 사람을 사진에 담고, 여행이 남긴 기억과 감정을 글로 옮겨 왔다. 네이버 카페에 국내외 여행기와 와인 투어기를 꾸준히 연재하고 사진전에도 참여하며, 삶의 순간을 카메라와 문장으로 붙잡아 두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첫 여행기 생애 한 번쯤은, 지중해 위를 걷다에 이어 두 번째 여행기 생애 한 번쯤은, 이탈리아 돌로미티를 걷다를 펴냈다. 알프스의 심장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의 웅장한 암봉과 초록빛 고원, 깊은 계곡과 산장을 걸으며 만난 풍경과 사람, 그 땅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엮었다.

 

이 책은 돌로미티를 소개하는 안내서에 머물지 않는다. 법조인의 세심한 관찰과 여행자의 감성, 사진가의 시선이 어우러져 산길 위의 두려움과 설렘, 친구들과 나눈 웃음, 예기치 못한 비와 구름, 긴 길 끝에서 마주한 감사까지를 담아낸다. 한 사람의 여행이 어떻게 삶의 기억이 되어 가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생애 한 번쯤은, 돌로미티를 걸어보기를 바라며.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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