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한국판 ‘인턴’이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2015년 세계적 흥행을 거둔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한국적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82년생 김지영’, ‘만약에 우리’ 등으로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최민식과 한소희가 각각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맡았던 역할을 연기했다.
특히 데뷔 45년 차를 맞은 최민식은 그간 보여준 강렬한 캐릭터와는 결이 다른 푸근하고 사랑스러운 실버 인턴으로 변신해 색다른 얼굴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영화는 37년간 다니던 출판사에서 은퇴해 노년을 보내던 기호(최민식)가 우연히 패션 스타트업 ‘우투투’의 실버 인턴 채용 공고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면접에 통과한 그는 창업 3년 만에 회사를 패션계의 다크호스로 키워낸 CEO 선우(한소희)의 직속 인턴으로 배치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어른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며 그를 부담스러워하는 선우와 자유분방한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기호의 인생 2회차 회사 생활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이 과정에서 기호는 스마트폰으로 ‘MZ들과 일하는 법’과 낯선 신조어의 뜻을 검색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애쓴다.
일밖에 모르는 선우 역시 태블릿과 노트북 화면을 오가며 일분일초를 쪼개 회사를 이끈다. 세대도 직급도 살아온 궤적도 다른 두 사람이지만, 화면을 들여다보며 하루를 보내는 모습만큼은 닮아 있다.
이러한 장면은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일상이 된 현대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업무는 물론 소통과 정보 검색까지 대부분 화면을 통해 이뤄지면서 고개를 숙이거나 앞으로 내민 채 보내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자세가 오랜 시간 반복되면 목에 상당한 부담이 쌓인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질환이 ‘일자목 증후군’이다. 정상적인 목뼈는 옆에서 봤을 때 완만한 C자 곡선을 유지해 머리의 하중을 고르게 분산시키고 목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준다.
그러나 고개를 앞으로 내민 자세가 굳어지면 이 곡선이 사라지고 일자 형태로 변하게 된다.
미국의 척추외과 전문의 케네스 한스라지 박사가 국제학술지 ‘국제외과기술(Surgical Technology International)’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똑바로 섰을 때 약 5㎏ 안팎인 머리 무게가 고개를 15도 숙이면 약 12㎏, 30도에서는 약 18㎏, 60도에서는 약 27㎏의 하중으로 목에 전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목에 가해지는 부담이 누적되면 목과 어깨 주변 근육이 긴장 상태에 놓여 뻐근함과 만성적인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목뼈 사이 간격이 좁아져 목뼈가 디스크를 위아래로 압박하고, 이에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는 경추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경우 목 통증뿐 아니라 어깨와 팔, 손끝까지 저리고 당기는 방사통이 나타나며, 심하면 팔에 힘이 빠져 물건을 놓치는 일도 생긴다. 특히 중장년층은 노화로 디스크의 수분과 탄력이 줄어든 상태라 손상이 더 쉽게 생길 수 있다. 기호처럼 은퇴 후 다시 일터로 나서 화면 앞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목과 어깨의 뻐근함을 단순한 피로로 여기고 넘기는 것은 피해야 한다. 휴식을 취해도 통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거나, 팔과 손으로 저린 느낌이 이어진다면 통증의 원인과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목 통증이라도 근육의 긴장에서 비롯됐는지, 디스크나 신경에 문제가 생겼는지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목 통증을 치료할 때 통증 부위뿐 아니라 틀어진 목뼈의 정렬과 주변 근육, 인대의 상태를 함께 살펴 침, 약침, 추나요법 등을 병행하는 한의통합치료를 시행한다. 이 같은 한의통합치료의 효과는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연구팀은 SCI(E)급 국제학술지 ‘통증연구저널(Journal of Pain Research)’에 목디스크 수술 이후 목 통증으로 입원한 환자 142명을 대상으로 한의통합치료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그 결과 통증 정도를 나타내는 통증숫자평가척도(NRS; 0~10)는 입원 당시 평균 5.61에서 퇴원 시 3.52로 개선됐으며, 팔로 뻗치는 방사통 역시 5.76에서 3.65로 줄었다.
경험 많은 세대와 새로운 세대가 함께 일하는 오늘날, 각자의 강점을 마음껏 펼치려면 무엇보다 건강한 몸이 뒷받침돼야 한다. 모니터는 눈높이에 맞추고 스마트폰은 가슴 높이까지 들어 올리며, 틈틈이 고개를 들어 목을 풀어주는 작은 습관부터 실천해보자. 아울러 바쁜 하루 속 잠시 화면에서 눈을 떼는 여유가 오래 건강하게 일하는 비결이 될 것이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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