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극장가, 배우 유해진이 묵직한 진심을 담은 신작으로 찾아온다.
지난 설 연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1690만 관객을 동원한 유해진은 역대 한국영화 흥행 2위이자 개인 통산 5번째 1000만 신화를 썼다. 왕의 남자(2005), 베테랑(2015), 택시운전사(2017), 파묘(2024)를 합치면 국내 역대 누적관객수 1위 배우다. 그런 명배우가 이번에는 신작 암살자(들)로 다시 한 번 추석 명절 스크린을 책임진다.
지난 5월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대상을 거머쥐었을 때 그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당시를 회상한 유해진은 소주를 마시며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하나씩 읽어보다 감동했던 순간을 털어놓았다. 유해진은 23일 “‘누군가 대상을 받아서 이렇게 좋은 적이 처음이다. 평생 한 계단씩 올라온 한 사람의 인생 결과를 보는 느낌’이라는 관객의 글에 감동했다. 진짜 갱년기인가 보다”라며 “하지만 제가 상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관객분이 마치 자기 일처럼 함께 기뻐하고 울어주셨다는 게 너무 고맙고 감격스러웠다. 나와 관객이 긴 시간을 함께 걸어왔다는 걸 실감했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허진호 감독의 숱한 질문 속 완성된 형사 박철구
추석 연휴에 개봉하는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기념 행사에서 발생한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유해진은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중부서 정보과 형사 박철구 역을 맡았다. 설 연휴를 사로잡았던 왕과 사는 남자의 영월 촌장 엄흥도가 그러했듯 이번 캐릭터 역시 거창한 정의감이나 대의보다는 파면당하고 고문받는 동료를 지키고 누명을 벗기 위해 서슬 퍼런 군사 정권에 대드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현장을 직접 목격한 인물이기에 발로 뛰는 역할이다.
유해진은 “설에 이어 이번 추석까지 연속해서 명절에 관객분을 만나게 됐다. 이전 작품들이 워낙 큰 사랑을 받았다 보니 설레면서도 큰 부담과 압박감이 느껴진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럼에도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이번에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진실을 좇는 것은 항상 배우로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이런 작품에 매력을 느끼고 선택하는 것이, 제가 가진 직업 안에서 진실을 표현하는 나름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를 통해 한국 멜로 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허진호 감독과의 첫 만남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유해진은 허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 스타일에 대해 묻자 “감독님은 복도를 지나가는 뒷모습을 찍으면서도 ‘지금 이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요?’라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셨다. 그 질문을 받으며 내 연기와 캐릭터에 대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늘 고민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시사회 밝힌 왕사남 팀의 의리
유해진과 주변에선 끈끈한 사람 냄새가 함께한다. 왕과 사는 남자 식구들 역시 이번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전폭적인 응원을 보내왔다. 유해진은 “최근 제천영화제에서 장항준 감독을 만났는데 예고편을 보고 잘 될 것 같다며 홍보에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고 하더라. 김은희 작가님도 꼭 보고 싶어 하셔서 VIP 시사회에 오시기로 했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함께 출연했던 후배 배우들과의 따뜻한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유해진은 “박지훈 배우가 워낙 바빠 부담이 될까 머뭇거리다가 문자를 보냈는데 바로 ‘갑니다’라고 답장이 왔다. 또 한 명 초대한 친구는 영화에서 내 아들로 나왔던 김민이다. 촬영 당시엔 정을 다 못 줬는데 요즘 자주 만나면서 정말 괜찮고 정이 가는 친구라는 걸 느끼고 있다”라며 웃었다.
기억에 남는 흥행 순간을 묻자 과거 왕의 남자 때를 떠올렸다. 유해진은 “예전에 왕의 남자도 상영관 수가 적게 출발했지만 관객의 힘으로 불어났다. 이번 왕과 사는 남자 때도 100만 관객을 달성했을 때 마치 1000만이 넘은 것처럼 좋아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관객이 진짜 순수하게 좋아해 주는 느낌이 서서히 생겨나는 게 느껴져 너무 행복했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타짜 20주년과 맞닿은 추석 경쟁
이번 추석 극장가에서는 공교롭게도 자신의 대표 캐릭터인 고광렬을 낳은 타짜 시리즈의 4번째 작품 타짜: 벨제붑의 노래를 비롯해 인턴 등 여러 한국 영화들과 한가위 흥행 대결을 펼치게 됐다. 올해로 탄생 20주년을 맞이한 타짜 시리즈와 라이벌로 마주하게 된 셈이다. 이색적인 대진표에 대해 묻자 특유의 넉넉하고 넓은 마음을 내보였다. 유해진은 “명절에 한국 영화가 홀로 개봉하면 왠지 모를 쓸쓸함과 암울함이 있다. 경쟁작이 있어야 에너지가 더 샘솟고, 관객분들 입장에서도 썰렁한 극장보다는 다양한 작품을 골라 보시는 게 훨씬 좋지 않겠나”라며 오히려 반가워했다.
그러면서 “타짜라는 단어는 저에게 너무 큰 의미이자 정감 가는 이름이라 남의 작품 같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저희 영화만 잘되기보다 모처럼 한가위에 찾아온 모든 한국 영화가 다 함께 잘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30년 차 대배우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칭찬을 받을수록 더 조심해야 하고 다음 작품에서 더 진지하게 연기해야 한다”라며 끊임없이 자신을 다잡는 유해진이다. 최고의 자리에 서서도 늘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유해진은 “여전히 역사 속 물음표로 남아있는 배후와 진실을 함께 추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암살자(들)의 예매를 독려했다. 그는 “이번 한가위 연휴 동안 소중한 이들과 함께 극장에 들러 영화를 즐기시고, 우리가 마주한 그날의 물음표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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