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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만남] ‘우리은행의 추구美’ 미지명 선수 품고, VIP 자리는 꿈나무에게…이정섭 단장 “‘우리’ 네 번이면 ‘의리’”

입력 : 2026-09-23 07:00:00 수정 : 2026-09-22 23: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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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이정섭 단장.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우리은행 이정섭 단장.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유달리 큰 키 덕분에 학창 시절 체육 시간만 됐다 하면 인기였다. 서로 같은 팀을 하겠다며 친구들끼리 소소한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농담을 보태 시원한 중거리슛을 날리면 김유택, 골밑에서 득점하면 한기범이라 불렸다. 우리은행 농구·사격단을 이끌고 있는 이정섭 단장의 이야기다. 한참을 금융맨으로 살다 다시 스포츠와 살을 부대낀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에 스포츠를 향한 애정을 더해 우리은행 스포츠의 다음 장을 그린다.

 

◆우리우리우리의리

 “‘우리’를 빠르게 네 번만 해보세요. 우리는 어느새 ‘의리’가 됩니다.” 우리은행의 조직 문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의리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기관인 만큼 오랫동안 중요하게 여겨온 가치이기도 하다. 이런 결은 스포츠단에도 이어진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026~2027 여자프로농구(W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3명의 선수를 선발했다. 신한은행, BNK와 함께 가장 많은 선수를 뽑았다. 일주일 뒤 예상 밖의 발표를 하나 더 내놨다. 당초 지명받지 못한 정혜윤을 추가로 품었다. 그 배경에는 정진완 은행장(구단주)의 한마디가 있었다.

사진=WKBL 제공
사진=WKBL 제공

 이 단장은 “올해 초부터 스포츠단 업무를 맡아 여자농구 현실을 배워가는 중이다. 그중 전국에 고등학교 여자농구팀이 19개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시아 최고였던 한국이 일본에 추월당한 이유도 여기에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래프트 지명률이 38.5%에 그친 현실도 납득하기 어려웠다”며 “구단주님께 보고했더니 나보다 더 격한 반응을 보이셨다. ‘말이 안 된다. 선수를 더 뽑아라’고 하셨다”고 돌아봤다.

 

 이어 “2명이든 3명이든 더 뽑고 싶었지만 샐러리캡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사례인 만큼 한 명을 더 뽑는 데 의미를 두자고 했다”며 “사실 구단주님도 나도 한 명을 더 뽑는 게 그렇게 큰일이라고 생각지 않았는데 파급 효과가 컸다. 신상훈 WKBL 총재님께서도 깜짝 놀라 연락을 주셨다. ​시작은 한 명이지만 내년엔 타구단도 한 번 더 고민해볼 수 있지 않겠나”고 미소 지었다.

사진=WKBL 제공
사진=WKBL 제공

 새 시즌을 앞둔 여자농구단의 지휘봉 교체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은행은 전주원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위성우 감독을 총감독으로 이동시켰다. 전 감독은 위 감독 체제에서 오랫동안 코치로 활동했다. 다른 구단의 감독직 제안에도 우리은행에 남았고 마침내 지휘봉을 잡았다.

 

 이 단장은 “처음 감독 교체 이야기를 들었을 때 ‘Why me?’라고 했다. 위 감독은 우리 농구팀의 상징 같은 사람이지 않나. ‘삼고초려하라’고 말했다”면서도 “세대교체가 늦은 부분도 있었다. 내게 전 감독은 코트를 뛰던 선수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어느새 지도자로서 경험도 연륜도 충분히 쌓였더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믿고 기다려준 전 감독과 자리를 후배에게 넘기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한 위 감독 모두에게 고맙다”며 “조직이 오래가려면 바통을 잘 넘겨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 역시 우리 조직 문화와 닮았다”​고 덧붙였다.  

 

 굵직한 결정의 바탕엔 현장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이 단장은 “직원들이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의견을 많이 줬다”며 “내 업무의 본질은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다.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직원들의 판단을 믿었기에 결단할 수 있었다. 하고 나니 다들 잘했다고 하시더라. 강이슬 영입도 같은 맥락이다. 역시 직원들의 말이 맞았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우리은행 이정섭 단장.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우리은행 이정섭 단장.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스포츠와 함께 달린 우리

 우리은행과 스포츠의 인연은 길다. 1899년 최초의 민족은행으로 탄생한 우리은행은 1958년 여자농구단을 창단했고, 1978년에는 사격단을 만들었다. 눈길을 끄는 건 그 역사를 꾸준히 이어왔다는 점이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수많은 기업 스포츠팀이 통폐합과 해체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어려운 시기에도 선수들의 꿈과 무대를 놓지 않았다.

 

 오랜 인연은 지금도 태극마크와 함께 이어진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에는 사격 양지인과 권유나, 농구 강이슬이 나섰다. 우리금융그룹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근대5종 전웅태·성승민·신수민과 배구 한태준도 함께다.

 

 이 단장은 “개인에게도 영광이지만 그룹 차원에서도 선수들이 국가를 대표해 대회에 출전한다는 점에서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회를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물론 선수단 모두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좋은 결과를 이뤘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국가대표와 함께하는 길도 한발 더 넓어졌다. 우리은행은 대한체육회를 후원하고 있으며 AG를 앞두고 국가대표 응원 금융상품인 ‘우리 팀코리아 적금2’도 출시했다. 이 단장은 “스포츠를 어떻게 하면 가장 적극적이고 임팩트 있게 후원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대한체육회가 맞다는 생각을 했다”며 “슬로건이 있지 않나. ‘국가대표 매트리스는 베스트슬립.’ 그렇다면 국가대표 금융기관은 우리금융그룹이다”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

 스포츠단 외에도 브랜드·광고부터 사회공헌, 대외협력까지 이 단장이 맡은 업무는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힘들다는 말보다 즐겁다는 답이 먼저 돌아왔다. 그는 “원래 늘 바쁘게 살았다. 지금도 여러 업무를 맡고 있지만 좋은 직원들과 함께 일하니 재미있고 즐겁다”고 웃었다.

 

 바빠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스포츠를 향한 그의 시선은 더 넓은 곳으로 향한다. 상대적으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선수들, 스포츠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을 바라본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자 골프다. 이 단장은 “골프는 비인기 종목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기준에선 맞다. 많은 분이 ‘여자 골프는 안 하느냐’고 물어보신다”며 “임종룡 그룹 회장님께서 선언한 게 있다. ‘남자 골프만 후원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종목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관심은 미래 세대로도 향한다. 매년 4월 열리는 ‘우리금융 챔피언십’ 프로암에서는 VVIP 고객에게 돌아가던 기회를 꿈나무들에게 양보했다. 이 단장은 “회장님이 2년 전부터 꿈나무들을 초청해 하루를 오롯이 프로 선수들과 보내며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자리를 내주셨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이정섭 단장.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우리은행 이정섭 단장.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미래 선수를 키우는 장기 프로젝트도 시작한다. 이 단장은 “임 회장님이 지난 19일 ‘우리 모모콘’ 행사에서 앞으로 10년간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종목의 꿈나무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미래 국가대표를 키우겠다고 선포하셨다”며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선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벽을 허무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그림은 남양주에서 그린다. 우리은행은 남양주에 조성 중인 연수원에 농구·사격 훈련시설과 숙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선수단만을 위한 공간에서 한발 더 나아갈 계획이다. 매년 어린이날 ‘우리 드림 스포츠 데이’를 통해 지역사회 아동들에게 다양한 스포츠를 접할 기회를 제공해온 것처럼, 장기적으로 일반 대중에게까지 문을 여는 구상이다.

 

 이 단장은 “금융기관이다 보니 큰 돈을 쓰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구단주님께서 연수원에 스포츠단 시설도 함께 마련하길 지시하셨다. 2년 뒤에는 시설만 보고도 우리은행에서 뛰고 싶다는 선수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할 정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아직 구상 단계지만 자리를 잡으면 일반 대중이 스포츠를 직접 경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명소로 만들어보고 싶다”며 “농구·사격단 운영뿐 아니라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도 후원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스포츠를 배울 기회의 장을 만들고 싶다. 아이들과 대중이 직접 경험해야 그 안에서 미래의 선수도 나오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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