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짓겠다, KPGA 회장 도전”… 잇따른 사업 청사진과 투자 약속
-선수 후원금부터 행사비까지 수억원 대납… 법적 분쟁으로 번진 ‘빚투’
# 2년 전 가을 매니지먼트사 비넘버원 관계자는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조영식 경희학원 설립자의 선산을 방문했다. 이듬해에는 투어 활동 중인 골프 선수들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이후 조 총재의 자택은 물론 사석에도 인사를 나누고 식사했다. 선수 중에는 현재 투어에서 정상을 경험한 우승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왜 골프와 관계도 없는 조 총재와 그의 가족들을 만났을까. 바로 조 총재의 아들이자 주식회사 경희(현재 폐업)의 조준만 대표의 초대로 이뤄졌다. 조 전 대표는 매니지먼트사 비넘버원과 함께 경희 골프단 창단을 준비 중이었다. 그리고 해를 넘긴 지난해 3월 경희대 동문회관에서 경희 골프단의 창단을 알렸다. 화려한 창단식과 선수 후원, 그리고 각종 행사까지 조 전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훗날 이 과정이 수억원대 채무 논란으로 번질 것이라고는 당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골프업계 관계자들은 “조 전 대표를 둘러싼 환경 자체가 신뢰를 형성하는 구조였다"며 "당시 상황만 놓고 보면 의심보다 신뢰가 앞설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골프업계에서는 경희골프단 후원금 미지급 논란이 불거졌다. 비넘버원 측에 따르면 선수 후원금과 인센티브, 골프단 창단식 비용, 자선대회 운영비 등 조 전 대표 측이 부담하기로 했던 비용 상당수를 대신 지급했다. 이에 따른 대납 규모만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조 전 대표가 개인 명의로 차용한 수억원 역시 약속한 기한까지 상환되지 않으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빚투 사건의 핵심은 단순 채무 문제를 넘어 어떻게 신뢰가 형성됐고, 그 신뢰가 금전 거래로 이어졌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넘버원 측은 “조 전 대표는 경희재단과의 관계, 조 총재를 포함한 가족의 재력, 정·재계 및 체육계 인맥, 골프장 설립 계획 등을 지속해서 언급하며 신뢰를 형성한 뒤 비넘버원은 물론 주변인에게 금전을 차용했다”며 “금전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의도적인 기망 행위였는지에 대해 수사기관 등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비넘버원 측은 조 전 대표의 채무 문제와 관련해 민사·형사 절차에 착수했다. 현재 민사소송과 함께 형사 고소가 진행 중이다. 현재 민사 사건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형사 사건은 경기 평택경찰서에서 각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용석 비넘버원 대표는 지난달 말 평택경찰서에서 고소인 진술을 했다.
◆배경을 활용해 신뢰 관계를 형성한 조준만 전 대표
업계에서는 “왜 아무도 조 대표를 의심하지 않았느냐”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 전 대표는 2023년 말부터 프로골프 선수 후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비넘버원 측에 따르면 조 전 대표는 자신이 경희학원 재단 설립자 일가의 후손으로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의 아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후원 선수 및 비넘버원 관계자들은 선산 및 자택을 방문해 직접 인사를 나눴고, 심지어 조 전 대표의 여동생 피아노 연주회에도 초대받았다. 특히 최용석 비넘버원 대표는 지난해 10월23일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 총회까지 찾았다. 조 총재는 이 자리에서 마지막 연임에 성공했다. 비넘버원 측은 “조 전 대표가 부친의 연임을 축하해 달라며 중국 방문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조 전 대표는 비넘버원 측에 경희 자선골프대회 행사 대행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는 경희대 총동문회 관계자는 물론 조 총재와 관련이 있는 밝은사회 국제클럽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한 골프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선수 후원에 적극적인 기업인 정도로 인식했다”면서 “하지만 실제 가족 행사에 초청받고, 부모를 직접 만나고, 국제대회 현장까지 함께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신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경희골프단 창단식을 경희대 동문회관에서 진행했고, 경희 자선 골프대회에서도 경희학원 재단의 다양한 관계자를 만났다”며 “당시에는 의심할 만한 장면보다 신뢰할 만한 장면이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골프장 계획, KPGA 회장 출마, 그리고 100억 투자 설명
취재 결과 조 대표는 소속 선수는 물론 주변 관계자들에게 사업 계획을 여러 차례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주 지역 골프장 개발 계획과 골프 관련 사업 구상, 향후 골프계 활동 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비넘버원 관계자는 “조 전 대표가 남양주에 있는 조 총재 소유의 토지에 골프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말했다”며 “해당 용지는 이미 인허가가 완료됐으며, 2025년 5월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조 전 대표는 향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직에 도전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희 골프단 소속의 한 투어 선수는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집안과 재력, 인맥 등을 통해 충분히 KPGA 회장직을 맡을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다른 선수는 “조 전 대표가 올해 3월부터 경희학원 재단의 이사로 활동하게 될 것이며, 재단 이사장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선수 후원금 미지급으로 촉발된 빚투
경희 골프단 창단 이후 행사 비용의 상당 부분과 및 선수단 후원금은 비넘버원 측이 대납했다. 비넘버원 측은 “정산 요청을 하자 조 전 대표가 경희학원 재단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을 것이며, 투자금이 들어오면 대납 비용과 선수 후원금을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대표는 차용증까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경희 골프단 소속 선수들에게 지급돼야 할 후원금과 인센티브가 밀리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항공료와 숙박비, 캐디 비용, 훈련비 등을 선수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후원금은 단순한 계약금이 아니라 선수의 시즌 운영 자금이다. 이후 비넘버원 측이 정산과 후원금 지급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조 전 대표와의 연락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넘버원 측은 “이는 단순한 개인 간 금전분쟁이 아니다. 대학 설립자 일가의 가족관계와 재단, 기업 및 체육계 인맥 등을 기반으로 신뢰가 형성됐고, 이후 금전 거래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사회적 관심과 철저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조 전 대표 측에 입장을 물었으나 “직접 전달한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조 총재 측에도 관련 사실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으나 “태권도와 관련된 사안 외에는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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