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가 묵직하고 빠지는 것 같아요”, “오래 걷거나 서 있으면 밑으로 무언가 내려오는 느낌이 들어요.”
진료실을 찾는 중년 여성들이 흔히 호소하는 증상이다. 이른바 ‘밑 빠지는 병’으로 불리는 골반장기탈출증의 대표적인 신호일 수 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방광, 자궁, 직장 등을 지지하는 골반저의 근육과 인대, 결합조직이 약해지면서 장기가 정상 위치보다 아래로 내려오는 질환이다. 출산과 노화, 폐경 이후 조직 변화, 비만이나 만성 변비처럼 복압을 반복적으로 높이는 요인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출산이나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여기거나, 남에게 말하기 어려운 증상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참고 지내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진료실에서는 증상이 시작된 지 10년이 넘어서야 병원을 찾았다고 이야기하는 환자들도 만날 수 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라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넘기지 말고 상태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탈출되는 부위에 따라 ▲방광이 질 쪽으로 처지는 ‘방광류’ ▲자궁이 아래로 내려오는 ‘자궁탈출증’ ▲직장이 질 뒤쪽으로 밀려 나오는 ‘직장류’ 등으로 나타난다. 두 가지 이상의 문제가 함께 생기기도 한다.
증상 역시 ‘밑 빠짐’에만 그치지 않는다. 질 입구에서 무언가 만져지거나 돌출되는 느낌이 들 수 있고 소변 줄기가 약해지거나 잔뇨감, 요실금, 배변 불편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는 골반장기탈출증을 치료할 때 내려온 장기의 위치뿐 아니라 기능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방광이 아래로 처지면 방광과 요도의 위치나 각도 관계가 달라져 소변이 원활하게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일부 환자에서는 요실금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장기가 얼마나 내려왔는지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방광·자궁·직장의 위치와 이를 지지하는 골반저 구조를 함께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가 배뇨와 배변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평가해야 치료 방향을 정할 수 있다.
방광류와 요실금이 함께 나타난 경우도 마찬가지다. 방광류가 있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요실금 수술을 동시에 시행할 필요는 없다. 현재 요실금 증상과 요도 기능, 방광류 교정 이후 예상되는 배뇨 상태 등을 살펴 필요한 치료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 수술 후 소변이 원활하게 배출되는지, 잔뇨량이 증가하지 않는지도 중요하게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치료 방법은 증상의 정도와 탈출 부위, 골반저의 지지 상태, 배뇨·배변 기능, 연령과 전신 상태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증상이 경미하면 보존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로 진행됐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환자마다 다른 골반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같은 자궁탈출증이나 방광류로 진단받더라도 실제로 약해진 지지 부위와 장기가 내려온 방향, 정도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원에서는 수술 시 방광·자궁·직장의 위치 관계와 골반저의 지지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메쉬를 이용해 약해진 지지 구조를 보강하는 메쉬리프팅을 시행하고 있다. 정해진 형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와 탈출 양상에 맞춰 메쉬의 형태와 적용 범위를 조정해 수술을 설계한다.
자궁탈출증이라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자궁적출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자궁은 골반 내 다른 장기 및 지지 구조와 연결돼 있다. 따라서 자궁만 따로 떼어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보다 주변 장기의 위치와 골반저 전체의 구조적 관계를 살펴 자궁 보존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골반장기탈출증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내려온 장기를 위로 올려놓는 데만 있지 않다. 기존 장기를 가능한 한 보존하면서 방광, 자궁, 직장이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골반저 전체의 구조와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밑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나 질 입구에서 무언가 만져지는 증상이 반복되고 배뇨·배변 불편까지 동반된다면 오래 참고 지내지 않는 게 좋다. 어느 장기가 얼마나 내려왔는지뿐 아니라 골반저 전체의 구조와 기능을 함께 살펴 자신에게 맞는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소성민 포웰의원 대표원장(비뇨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정리=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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