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스타일링에 먼저 시선을 빼앗겼다가 당당하면서도 과감한 김혜수의 연기에 또 한 번 빠져든다. 매회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디테일이 살아있는 감정 표현으로 김혜수가 보는 맛과 연기하는 맛을 동시에 잡았다.
현재 공개 중인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에서 김혜수는 인테리어 회사 CEO이자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 경희로 분했다. 거침없는 말투와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보여지는 삶을 누구보다 의식하며 회사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치열하게 버티는 단단한 인물이 자리한다. 남편의 불륜을 마주한 뒤에도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던 경희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점차 평정심을 잃어가는 과정은 김혜수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통해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김혜수의 열연에 힘입어 작품 또한 연일 입소문을 타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4주 연속 쿠팡플레이 인기작 1위에 이어 컨슈머인사이트 OTT K-오리지널 콘텐츠 시청자 평가 리포트 드라마 부문 만족도 1위까지 차지했다. 공개 초반부터 역대 쿠팡플레이 누적 시청량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작품 공개 후 인터뷰를 가진 김혜수는 대본을 처음 접했을 당시부터 제목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제목에 확 끌렸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니면 뭐가 문제일까’ 하고 봤는데 진짜 불륜이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라고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를 떠올렸다.
실제로 대본을 읽은 뒤에도 제목처럼 불륜이 문제가 아닌 작품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김혜수는 “상황이나 사건 같은 게 새롭지는 않다. 다른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많이 다뤘던 작품인데 이런 것들을 다루고 전환하는 방식이 독특하고 유니크하게 느껴졌다”며 “대본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고 설명했다.
주목한 것은 화려한 인플루언서라는 경희의 외적인 모습보다 그 이면에 자리한 인물의 삶이었다. 김혜수는 “경희는 어려운 시절 밑바닥부터 경험하면서 대중과 함께 성장하면서 성공을 이뤄낸 사람”이라며 “인플루언서보다는 화려한 외피를 두르고 치열하게 살아온 가장이 위기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는지, 어떻게 그 민낯이 드러나는지에 더 관심이 갔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 이면에 가려진 민낯을 들추는 과정이 배우로서 흥미가 있었고 매혹적이었다”며 “가공된 작위적인 모습과 정직한 본연의 모습, 이런 조율을 어떻게 해 나갈지 집중해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혜수가 바라본 이번 작품은 단순히 불륜이라는 사건이나 인물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아니었다. 그는 “불륜을 두고 인물이나 심리에 포커스를 맞췄다기보다는 예상치 못한 상황과 변수 속에서 얼마나 인물이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는지, 스스로도 예상하거나 가늠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작품이라고 접근했다”고 작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극의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블랙코미디의 톤을 유지하는 데 있어 김혜수는 “일부러 무거운 상황 속에서 웃음을 줘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대본 자체가 굉장히 잘 그려져 있다. 대본을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조화롭게 보여질 수 있는 구조였던 것 같다. 배우로서는 너무 감사한 것”이라며 “대본이 완성도가 있는 만큼 오히려 뭔가를 놓치지 않을까 조바심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창희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김혜수는 “장르적인 요소가 발현될 때 장르물을 좋아하는 시청자는 열광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부담스럽거나 따라가기 벅찰 수도 있다”며 “그런데 감독님은 그것을 굉장히 대중적으로 풀어가는 재능과 능력이 있다. 결과적으로도 아주 잘 작용한 것 같다”고 높게 평가했다.
김지훈, 조여정, 김재철과의 연기 앙상블도 주목할 만하다. 네 배우는 서로 다른 욕망과 비밀을 품은 인물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내면서도 한 장면 안에서 절묘하게 호흡을 맞춘다. 김혜수와 조여정이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부터 김지훈의 능청스러운 연기, 후반부로 갈수록 존재감을 키우는 김재철까지 배우들의 개성이 충돌하고 어우러지며 극의 블랙코미디적 재미를 더한다.
김혜수 또한 각 배우의 개성과 연기 스펙트럼을 짚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모든 캐릭터들이 굉장히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며 “예상되는 기대감의 이면을 얼마나 적절하게 보여주느냐가 배우들마다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지훈에 대해서는 “거듭할수록 김지훈이 남편 재홍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재홍은 애초에 이런 인물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인 배우로서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가진 재능이 오랜 시간 덜 발현된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통해 이 배우가 얼마나 더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그걸 잘해준 배우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조여정에 대해서는 배우로서 꾸준히 쌓아온 내공을 높이 평가했다. 김혜수는 “배우로서 차곡차곡 내실을 다지면서 많은 시도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다들 아시다시피 늘 자기 몫 이상을 해내는 배우”라며 “그래서 현장이 기대가 됐고 실제로 너무 좋았다. 촬영이 지나고나서도 현장에서의 순간들이 소중하다”고 함께한 시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재철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김혜수는 “배우로서 엄청난 포텐이 내재됐다. 외모나 음성 때문에 그동안 무게감 있거나 카리스마 있는 역할에 특화됐었는데 이번에 부조리한 블랙코미디의 정점을 연기한다”며 “배우 대 배우로서의 희열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김혜수는 이 시리즈가 단순한 불륜 이야기가 아니라 성공 뒤에 가려진 인간의 솔직한 민낯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라고 봤다. 그는 “우리가 부러워하고 이상으로 생각하던 대상의 외피와 내면이 일치하는가. 이런 상황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과연 얼마나 정직하고 진실할 수가 있는가. 다 가진 것 같은 성공한 사람이 내리는 선택이 온전하게 옳은가. 이런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제 의식이 수면 위로 엄청나게 부각돼서 올라오는 건 아니지만 작가님이 이 블랙코미디를 통해 전하고자 한 주제의식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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