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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는데 안과까지?”…당뇨망막병증, 병원 검진 필요한 이유

입력 : 2026-08-28 08:38:23 수정 : 2026-08-28 09: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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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이 있는 건 알지만 눈은 잘 보이는데요. 안과검사까지 꼭 받아야 하나요?"

 

진료실에서 흔히 듣는 질문이다.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검사를 받고 약을 복용하면서도, 눈에 특별한 불편이 없으면 안과검사는 뒤로 미루기 쉽다. 안경을 쓰면 잘 보이고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으니 눈에는 아직 합병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뇨망막병증은 '잘 안 보이기 시작한 뒤' 찾아가는 병이 아니다. 눈이 잘 보일 때부터 확인해야 하는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이다.

 

◆시력은 좋은데 망막병증이 있다고요?

 

눈을 카메라에 비유하면 망막은 영상을 받아들이는 필름에 해당한다. 그중에서도 중심부의 '황반'은 글씨를 읽거나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정밀한 시력을 담당한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망막의 가느다란 혈관이 손상된다. 처음에는 작은 혈관이 부풀거나 미세한 출혈이 생기고, 혈액 성분이 혈관 밖으로 새기도 한다. 병이 더 진행하면 망막에 피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허혈’ 상태가 되고, 이를 보상하려고 약하고 비정상적인 혈관(신생혈관)이 자라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시작됐다고 해서 곧바로 시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병변이 황반 바깥쪽에 있거나 황반 중심부가 아직 잘 유지돼 있으면 환자는 상당 기간 ‘잘 보인다’고 느낄 수 있다. 치료가 필요한 단계에서도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시력표에서 1.0이 나온다는 것과 망막이 건강하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염명인 메리놀병원 안과 과장은 “당뇨망막병증에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눈이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수년간 검사를 받지 않다가, 출혈이나 황반부종이 생긴 뒤 처음 병원을 찾는 환자”라며 “증상이 없을 때 현재 망막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치료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2형 당뇨병은 진단받은 때부터 눈검사를

 

그렇다면 당뇨병 환자는 언제 안과검사를 받아야 할까. 2025년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은 2형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병을 진단받은 시점에 포괄적인 안과검사를 받도록 권고한다.

 

2형 당뇨병은 실제 진단되기 몇 년 전부터 이미 고혈당 상태가 지속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형 당뇨병은 일반적으로 진단 후 5년 이내에 첫 검사가 권고된다.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매년 검사하되, 망막병증이 없고 혈당이 잘 조절되는 저위험 환자는 상태에 따라 1~2년 간격을 고려할 수 있다. 반대로 이미 망막병증이 있거나 병이 진행 중이라면 1년보다 훨씬 짧은 간격으로 관찰해야 할 수 있다.

 

즉 ‘당뇨병 환자는 모두 몇 개월마다 검사한다’처럼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망막의 단계, 황반부종 유무, 혈당 조절 상태와 전신질환을 종합해 다음 검사 시기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력검사’와 ‘당뇨 눈검사’는 다르다

 

“건강검진에서 시력을 측정했는데 정상이라고 했다”고 말하는 환자도 많다.

 

그러나 시력검사는 지금 얼마나 작은 글씨를 읽을 수 있는지를 보는 검사다. 당뇨병으로 망막 혈관에 이상이 생겼는지 확인하려면 망막 자체를 들여다봐야 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산동 안저검사다. 약물로 동공을 넓힌(산동) 뒤 황반뿐 아니라 주변부까지 살펴 출혈, 신생혈관 등 이상을 확인한다. 안저사진을 찍어 두면 이전 검사와 비교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필요한 경우에는 빛간섭단층촬영(OCT)을 시행한다. OCT는 망막을 단면으로 정밀하게 보여줘, 황반에 물이 차고 두꺼워지는 당뇨황반부종을 평가하는 데 특히 유용하다. 망막의 혈액순환이나 비정상 혈관을 더 자세히 봐야 할 때는 혈관 상태를 보여주는 조영 검사를 선택적으로 시행한다.

 

모든 환자에게 모든 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안저 상태와 증상에 따라 필요한 검사를 골라내는 것이 망막 전문 진료의 핵심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시행하는 안저검사와 OCT는 당뇨망막병증뿐 아니라 녹내장, 황반변성 등 다른 눈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당뇨병 환자에게 정기 안과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한 가지 질환만 확인하는 데 있지 않다.

 

◆당뇨망막병증이라고 모두 눈 주사를 맞는 것은 아니다

 

망막병증이 발견되면 환자들은 “이제 눈 주사를 계속 맞아야 하나요?” 걱정한다. 하지만 당뇨망막병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바로 주사나 레이저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전신 상태를 잘 조절하면서 정기적으로 망막 변화를 관찰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다.

 

치료가 중요해지는 대표적인 상황이 당뇨황반부종이다. 손상된 혈관에서 액체가 새어 황반이 붓는 질환으로, 시야가 흐려지거나 글씨가 번져 보이고 직선이 휘어 보일 수 있다. 황반 중심부를 침범해 시력에 영향을 주는 경우, 비정상 혈관과 부종을 억제하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나 스테로이드 주사가 중요한 치료로 쓰인다.

 

병이 더 진행해 신생혈관이 자라는 단계(증식당뇨망막병증)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혈관이 터지면 눈 속을 채운 투명한 젤리 같은 조직인 유리체에 피가 고이는 유리체출혈이 생길 수 있고, 망막을 잡아당겨 견인망막박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는 상태에 따라 망막에 넓게 레이저를 쬐어 신생혈관을 억제하는 범망막광응고술이나 anti-VEGF 주사가 필요하며, 출혈이 지속되거나 망막이 심하게 당겨지면 유리체를 제거하는 수술(유리체절제술)이 필요할 수 있다.

 

염명인 과장은 “증상이 진행했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너무 늦지만 않으면 적절한 주사·레이저 치료로 유리체출혈이나 견인망막박리, 당뇨황반부종으로 인한 시력 손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지나치게 불안해하기보다 현재 망막 상태에 맞는 치료와 추적관찰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이라는 전신질환이 망막에 나타난 합병증이다. 안과 치료만 잘 받으면 혈당 관리는 소홀해도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내외 진료지침은 혈당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당뇨망막병증의 발생과 진행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TIP. 이럴 땐 예정된 검사일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아래 증상은 유리체출혈이나 망막박리 등 시력을 위협하는 변화의 신호일 수 있어, 곧바로 진료가 필요하다.

 

- 한쪽 눈 시력이 갑자기 떨어짐

-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보임

- 검은 점이나 실 같은 것(비문증)이 갑자기 많이 떠다님

- 시야 일부가 검게 가려지거나 커튼이 내려오는 느낌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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