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상을 잡았다 하면 ‘억’ 소리가 난다. 한두 장을 웃돈 얹어 되파는 수준은 옛말이다. 매크로(자동 입력 프로그램)로 표를 쓸어 담고, 불법 프로그램까지 돈을 내고 구독하는 장사판으로 번졌다. 3년 연속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프로야구가 뜨거운 흥행 뒤에 따라붙은 암표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매진 행렬이 펼쳐진다. 26일 시점서 올 시즌 KBO리그 565경기 가운데 277경기에서 관중석이 꽉 찼다. 좌석 점유율은 85.7%에 달한다. 표가 귀해진 만큼 정가보다 비싸게 되파는 암표 거래도 기승을 부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개막을 전후한 2~3월 암표 신고·모니터링을 벌인 결과 의심 사례만 약 1만6000건이었다. 정가 1만1000원짜리 입장권이 15만원까지 치솟는 등 13배 넘는 거래도 포착돼 문체부가 고액·다량 판매 의심 게시물 186건을 경찰에 넘겼다.
한때 경기장 주변에서 은밀하게 오가던 암표는 시대 변화와 함께 온라인으로 주무대를 옮겼다. 국회도서관이 지난 6월 발간한 ‘데이터로 보는 암표매매’에 따르면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 신고는 2020년 3627건에서 지난해 4만1239건으로 11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가운데 프로야구 신고가 4만541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의심 게시물 모니터링 건수도 26만2381건에 달했다. 프로스포츠 암표는 정가의 평균 2.56배에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수법도 나날이 진화 중이다. 최근에는 매크로 개발자가 암표상들에게 프로그램을 정기 구독 방식으로 공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달 경기남부경찰청이 검거한 암표상 35명은 매크로와 예매 대기열을 우회하는 ‘직링(직접 링크)’ 프로그램으로 입장권 2만여장을 확보해 정가의 1.5~5배에 되팔았다. 이들의 판매대금은 8억원 상당에 달했다.
기존 신고·대응 체계엔 구멍이 술술 뚫려 있었다. 지난해 프로스포츠 암표 신고 4만1239건 가운데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티켓 발권 내역을 특정할 수 있었던 유효신고는 2585건(6.3%)에 그쳤다. 협회는 이 중 2509건에 판매자 경고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실제 거래 취소 여부까지 확인할 권한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28일부터 시행에 나선 이른바 ‘암표 방지법’이 해법으로 떠오른다. 개정 국민체육진흥법 시행으로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공정한 구매 절차를 우회해 재판매 목적으로 표를 사들이는 ‘부정구매’와, 상습·영업 목적으로 구입가보다 비싸게 되파는 ‘부정판매’가 금지됐다.
입장권 판매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도 부정 거래 방지 의무가 부과돼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제재 수위도 대폭 높아진다. 부정판매로 얻은 이익에는 판매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부정구매·판매 수익은 몰수, 추징 대상이다.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신고포상금 제도도 새로 도입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 역시 부정거래가 확인된 시즌권·유료회원의 예매 제한과 자격 정지 및 박탈에 나서고, 예매처는 이상 거래 탐지와 계정 제한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제 남은 건 현장에서의 실효성일 터. 뜨거운 예매 전쟁이 펼쳐질 가을야구 또한 시험대다. 달라진 제도가 암표를 얼마나 걷어낼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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