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하게 버티면서 번뜩일 순간을 기다렸다. 물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준비를 놓지 않았다. 그렇게 기다린 장진혁(KT)의 한 방이 가장 극적인 순간 터졌다.
장진혁은 27일 경기도 수원 KT 위즈파크서 열린 두산과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4-4로 맞선 연장 11회 말 선두타자로 나서 이용찬의 5구째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5m의 끝내기 솔로포, 동시에 개인 통산 첫 끝내기 홈런이자 두 번째 끝내기 안타였다.
장진혁에게는 더욱 값진 한 방이었다. 올 시즌 외야진 경쟁 속에서 좀처럼 선발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이날까지 43경기에 나섰지만 선발 출전은 6차례, 타석도 45번에 불과했다.
이날은 둘째 출산을 위해 경조 휴가를 떠난 샘 힐리어드의 자리를 메우며 7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앞선 네 타석에서는 안타가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볼로 유리한 카운트를 만든 뒤 스트라이크 하나를 지켜봤고, 다음 공을 힘껏 잡아당겼다.
장진혁은 “처음에는 출루를 생각했는데 좋은 카운트가 계속됐다. 3볼이 됐을 때부터 다음 공은 무조건 칠 수 있게 타이밍을 준비했다”며 “계속 못 치고 있었지만 감은 괜찮았다. 확신 있게 방망이를 돌린 게 좋았다”고 돌아봤다. 타구가 뻗는 순간에는 “맞자마자 넘어갔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화에서 KT로 둥지를 옮긴 지 두 번째 시즌이다. KT는 2025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FA)으로 이적한 투수 엄상백(한화)의 보상선수로 장진혁을 지명했다. 지난해엔 86경기를 뛰었고, 29차례 선발로 출전하는 데 머물렀다.
올 시즌은 더욱 타이트한 경쟁이 찾아왔다. 최원준과 힐리어드가 새로 가세하고 기존 외야 자원까지 버티고 있어 자신의 자리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역할을 가릴 수 없는 상황일 터. 선발보다 대주자와 대수비, 대타로 경기 후반을 준비해야 하는 날이 훨씬 많았다.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는 “계속 경기에 나갈 때와 뒤에서 한 번씩 나갈 때는 분명 다르다. 어렵지만 해내야 하기 때문에 연습 때부터 준비를 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타격 방향도 분명히 세우는 중이다. 담장 밖 아치만 노리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장점을 살리려면 장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장진혁은 “완전한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맞으면 2루타 이상은 쳐야 하는 유형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방향성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묵묵히 버틴 시간이 끝내기 홈런으로 돌아왔다. 경기 뒤 가장 먼저 이 기쁨을 전하고 싶은 사람을 묻자 장진혁은 뜻밖에도 자신을 꼽았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다”고 운을 뗀 뒤 “앞으로도 해야 할 게 많지만, 이렇게 놓지 않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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