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아르의 강렬한 얼굴을 내려놓고 ‘찌질함의 표본’으로 돌아왔다. 웃음을 위해 망가지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카메라 밖에서는 출연료를 낮추고 홍보 섭외까지 직접 챙겼다. 배우 박성웅에게 영화 ‘오케이 마담2’는 그저 그런 속편이 아니다. 엄정화를 중심으로 한 한국형 여성 액션 시리즈를 이어가겠다는 꿈이자 배우 겸 제작자로 내디딘 첫걸음이다.
박성웅은 ‘오케이 마담2’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편에 이어 미영(엄정화)의 남편 석환을 연기한 그는 이번 작품에 공동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오케이 마담2’는 초호화 크루즈 여행을 떠난 전직 레전드 요원 미영의 가족이 바다 한복판에서 크루즈 납치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코믹 액션 영화다. 2020년 개봉한 전편이 비행기 안에서 펼쳐졌다면 속편은 크루즈와 바다, 해변까지 무대를 넓혔다.
박성웅은 “기술 시사에서 영화를 보고 생각보다 스케일이 크게 나와 놀랐다. 실제로도 큰 배였지만 화면에서는 더 커 보이더라”며 “동굴 장면도 그렇게 재미있게 나올 줄 몰랐다. 음악 하나가 장면을 완전히 살렸다. 보고 나서 ‘부끄럽지 않은 영화가 나왔다’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절대 멋있으면 안 됐다”…누아르 얼굴로 완성한 ‘찌질미’
석환은 과거 국정원 내근직 출신이라는 자부심은 가득하지만 현실에서는 복귀만을 노리는 백수 남편이다. 크루즈 납치 사건마저 국정원 복귀 테스트로 착각한다. 가족이 위기에 처하면 몸부터 던지지만 정작 싸움에는 서툰, 지질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박성웅은 “일단 이 캐릭터는 웃겨야 한다. 찌질함의 표본”이라며 “이번 작품에서 나는 엄정화를 받쳐주는 역할이다. 내 부분에서 어떻게 해야 관객이 더 즐거울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가 세운 코미디의 원칙은 명확했다. 석환이 멋있어 보이는 순간을 철저히 경계했다. 박성웅은 “코미디는 타이밍이다. 폭발이 일어나 이상윤과 함께 날아가는 장면에서도 이상윤은 멋있게 뛰고, 나는 폭발 압력에 밀려 날아가야 했다”며 “석환은 절대 멋있으면 안 된다. 그 차이에서 웃음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웃음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바보 같은 행동을 덧붙이지도 않았다. 급박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생활 연기에 집중했다. 불을 입으로 불어 끄려는 모습부터 조종실에서 맞고 기절하는 장면, 박진주와 호흡을 맞춘 방귀 장면까지 상당 부분이 그의 애드리브로 완성됐다.
그는 “무표정으로 가만히 있으면 누아르가 된다. 그렇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나처럼 생긴 사람이 코미디를 하면 더 웃길 수 있다. 그렇다고 과하게 망가지거나 바보 같은 행동으로 웃기고 싶지는 않았다. 인물과 상황 안에서 나오는 웃음이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과의 호흡도 작품의 재미를 키웠다. 박성웅은 크루즈 대표 선아를 맡은 박진주에 대해 “캐릭터를 굉장히 잘 짜 왔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그 설계가 더 잘 보였다”고 칭찬했다.
빌런 안야를 연기한 최수영을 두고는 “작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단순히 세고 악한 인물은 오히려 쉽지만 최수영은 하이톤의 목소리와 코미디를 섞어 안야를 갖고 놀았다”며 “리딩 때부터 감이 왔고 화면으로 보니 더욱 확실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박성웅이 감탄한 배우는 작품의 중심을 책임진 엄정화였다. 그는 “마술사 의상을 입고 펼치는 초반 액션은 춤처럼 보였고, 최수영과 맞붙는 해변 액션은 거칠게 표현됐다. 액션의 결을 장면마다 다르게 나눈 점이 좋았다”며 “엄정화가 직접 소화한 부분이 많아 대역과의 연결도 크게 티가 나지 않았다. 영화를 본 뒤 무술감독을 따로 불러 잘했다고 칭찬했다”고 밝혔다.
엄정화가 액션을 촬영하는 동안 다른 배우들이 먼저 쉬기도 어려웠다. 박성웅은 “우리가 촬영을 마치고 객실로 돌아가 한잔하려다가도 현장에서 소리가 들리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엄정화는 밤 12시까지 줄에 매달려 있었다”며 “우리보다 10배, 20배는 더 고생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출연료 낮추고 홍보까지…공동 제작자로 짊어진 책임감
‘오케이 마담2’의 제작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1편은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리며 누적 관객 122만명으로 극장에서 퇴장했다. 이후 IP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으며 6년 만에 후속편 제작으로 이어졌다.
박성웅은 “1편 개봉 당시 작품을 잘못 만든 것도 아닌데 외부 악재로 물러나야 했다. 무대인사를 마친 뒤 엄정화가 펑펑 울었다”며 “그래도 IPTV와 OTT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2편까지 올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속편을 완성하기 위해 배우와 주요 스태프는 출연료와 개런티를 자진 삭감했다. 박성웅 역시 공동 제작자로 나서 제작진과 배우들을 연결하고 작품 홍보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그는 “배를 빌려 실제로 움직이며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여건이 넉넉하지 않았다.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과 주요 스태프까지 십시일반 힘을 모았다”며 “이 영화를 만들어 개봉하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지만, 일단 2편을 만들면 3편까지 갈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제작자로서 현장을 대하는 태도도 인상적이다. 자신이 앞에 나서기보다 배우와 감독이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에 집중했다.
박성웅은 “엄정화가 잘돼야 영화가 살고, 악역을 맡은 최수영이 강해야 주인공도 더 강해 보인다. 각자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낼 때 모두가 빛난다”며 “누군가 혼자 돋보이려고 하는 순간 균형이 흐트러진다. 배우와 감독이 능력을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작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보 역시 남의 일로 두지 않았다. 그는 직접 방송 출연을 섭외하고 각종 인터뷰에 응하며 작품 알리기에 나섰다. “나는 홍보팀이 아니지만 직접 섭외해서 방송에도 나가고 인터뷰도 다니고 있다. 그만큼 애정이 큰 작품이고, 그저 2편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엄정화 원톱 액션 계속되길”…3편 넘어 장기 시리즈 꿈꾼다
그 책임감의 중심에는 엄정화가 이끄는 여성 액션 시리즈를 계속 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오케이 마담2’가 한 편의 영화에 그치지 않고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액션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길 바랐다.
박성웅은 “‘오케이 마담’이 엄정화를 대표하는 시리즈가 됐으면 한다”며 “누나가 4·5편까지 이끌고, 이후에는 성장한 딸이 엄마를 지키기 위해 훈련받아 활약하는 식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 배우가 단독 주연으로 이끌어가는 액션 시리즈의 계보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3편을 향한 아이디어도 이미 준비됐다. 그는 “1편이 비행기, 2편이 크루즈였으니 3편은 대륙횡단열차도 좋을 것 같다”며 “나는 납치돼 흑화했다가 다시 석환으로 돌아오면 어떨까 싶다”고 웃었다.
현재 극장가에서 경쟁 중인 외화 대작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박성웅은 “‘오디세이’는 우리와 결이 다른 작품이다. 40도가 넘는 무더위에 편하게 극장을 찾아 크루즈 여행을 대리 체험하고, 웃음과 액션, 가족의 감동까지 느낄 수 있다”며 “‘오케이 마담2’는 쉽고 빠르고 재미있는 영화다. 우리만의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배우로 시작해 공동 제작자로까지 영역을 넓힌 박성웅의 목표는 단순하다. 그와 동료들이 함께 만든 ‘오케이 마담2’가 관객의 선택을 받아 다음 항해를 이어가는 것이다.
박성웅은 “300만명이 보면 3편을 찍을 수 있을 것 같고, 500만명이 보면 4편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작품이 잘돼 ‘오케이 마담’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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