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잡은 경기’라 여긴 순간, 승리가 손에서 빠져나간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리드를 지키기가 유난히 어렵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줄어드는데 불안은 오히려 커진다. 마무리는 물론 그 앞을 받쳐야 할 셋업맨과 중간계투까지 곳곳에서 흔들리는 탓이다.
정규리그 720경기 가운데 560경기(77.8%)를 치른 시점서 쌓인 블론세이브만 벌써 171차례다. 일정의 4분의 3 이상을 소화한 만큼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 속도를 단순 환산하면 최종 예상치는 약 220개다. 10개 구단 체제가 출범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200개를 넘어 종전 최다인 2024년 199개까지 웃도는 페이스다.
이 현상을 마무리 투수들의 부침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세이브 상황에 등판한 구원 투수가 동점을 허용하면 블론세이브가 기록된다. 이후 팀이 다시 리드를 잡았다가 또 동점을 허용하면 한 경기서도 여러 번 나올 수 있다.
지난 25일이 대표적이다. 하루에만 블론세이브가 무려 다섯 차례나 쏟아진 것. 잠실에선 손주환과 전사민(이상 NC), 손주영(LG)이 리드를 놓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원중(롯데)과 카나쿠보 유토(키움)도 같은 날 승리를 매듭짓지 못하는 등 고개를 떨궜다.
결국 171개라는 수치엔 셋업맨과 중간계투까지 아우르는 7∼9회 전반의 불안이 담겨 있다는 의미일 터. 그중에서도 마지막 관문인 9회 평균자책점이 4.39로 최근 7년 중 두 번째로 높고,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46으로 같은 기간 가장 나쁘다.
시즌 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심지어 일부 팀은 아시아쿼터 도입으로 뒷문이 한층 두꺼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랐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필승조로 점찍었던 타무라 이치로(전 두산)와 쿄야마 마사야(전 롯데), 미야지 유라(전 삼성) 등은 부진 끝에 시즌 도중 짐을 쌌다.
여기에 기존 클로저들의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여러 구단은 대체 자원을 투입하거나 집단 마무리 체제까지 가동했다. 막판 들어 불거진 문제도 아니다. 개막 한 달여 만인 5월 초부터 뒷문 구상이 하나둘 틀어졌다. 지난해 20세이브 이상을 거둔 8명 가운데 지금까지 꾸준하게 제 자리를 지킨 선수는 박영현(KT)과 조병현(SSG) 둘뿐이다.
믿고 맡길 만한 불펜 투수가 부족하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마무리 자리를 메우려고 셋업맨을 9회로 올리면 비게 된 8회에는 다음 순번의 투수를 앞당겨 써야 한다. 대체 마무리마저 버티지 못하면 새 후보를 찾는 과정이 되풀이된다.
한 자리를 보강하려다 불펜 전체가 약해지는 이른바 ‘보직 도미노’다. 올 시즌 이 같은 연쇄 현상에 시달리는 팀이 적지 않다는 점 역시 블론세이브가 크게 늘어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시행착오 끝에 비로소 틀을 잡은 불펜 조합이 더욱 귀해진 이유다. 곰 군단이 대표적이다. 선발 전환을 검토했던 타카다 타쿠토를 왼손 셋업맨으로 남겨둘 방침이다. 김원형 두산 감독은 “지금 (필승조로)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선발 복귀를 원하는 마무리 이영하를 두고도 현재 보직이 팀에 더 중요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무엇보다 정규리그 막판엔 불펜의 안정성이 순위를 가르는 경쟁력이다. 7∼9회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팀들이 가을야구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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