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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로그] “하이볼은 드레싱 같은 술…맛끼리 사람끼리 이어줘”

입력 : 2026-08-23 18:32:47 수정 : 2026-08-23 23: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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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나리 마구치 ‘록피시’ 바텐더
“산토리 가쿠빈, 日 하이볼 그 자체
스시 등 대부분 음식과 잘 어울려
손의 힘 빼고 만들면 좋은 맛 나와”

“하이볼은 하나의 드레싱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이스리스(Iceless) 하이볼’의 전설 일본 도쿄 긴자 ‘록피시(ROCK FISH)’의 카즈나리 마구치 오너 바텐더는 하이볼을 ‘연결하는 술’이라고 말한다. 드레싱이 서로 다른 재료를 한 접시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주듯 하이볼도 음식의 경계를 크게 가리지 않는다. 기름진 돈가스부터 담백한 스시까지 폭넓게 어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도쿄 긴자 ‘록피시’의 오너 바텐더 카즈나리 마구치가 하이볼을 건네고 있다. 김두홍 기자
일본 도쿄 긴자 ‘록피시’의 오너 바텐더 카즈나리 마구치가 하이볼을 건네고 있다. 김두홍 기자

마구치 씨는 산토리 글로벌 스피리츠의 초청으로 최근 서울을 찾았다. 2002년 도쿄 긴자에 록피시를 연 그는 20년 넘게 자신만의 하이볼 스타일을 다듬어왔다.

록피시 하이볼의 특징은 얼음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리가 낀 잔에 차가운 가쿠빈 60㎖와 탄산수 190㎖를 붓는다. 마지막에 레몬 껍질을 가볍게 비틀어 향을 더한다. 얼음이 없으니 농도가 변하지 않아 첫 모금부터 마지막 모금까지 맛의 차이가 거의 없다. 그는 이렇게 수십만잔의 아이스리스 하이볼을 만들었다.

마구치 오너 바텐더와 남준영 키보 대표가 아이스리스 하이볼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마구치 오너 바텐더와 남준영 키보 대표가 아이스리스 하이볼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아이스리스 하이볼 들고 미소짓는 마구치 씨와 남준영 셰프. 정희원 기자
아이스리스 하이볼 들고 미소짓는 마구치 씨와 남준영 셰프. 정희원 기자

마구치 씨가 말하는 하이볼의 매력은 자기주장을 앞세우지 않는 데 있다. 음식 곁에 자연스럽게 머물며 서로 다른 풍미를 이어준다. 조화는 음식에서 끝나지 않는다. 바에서는 하이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바텐더와 손님이 만나고, 손님과 손님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 한 잔이 행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구치 씨가 20여 년 전부터 카운터에 붙여둔 문장이다. 그에게 하이볼은 맛과 맛,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다.

마구치 씨가 아이스리스 하이볼을 만들고 있다. 김두홍 기자
마구치 씨가 아이스리스 하이볼을 만들고 있다. 김두홍 기자

◆‘아저씨 술’의 반전 매력…“단순한 재료로 맛은 무한대”

마구치 씨가 처음 하이볼을 접한 것은 스무 살 ‘삼보아’에서 근무하면서다. 당시 그는 칵테일을 만들고 싶어 바텐더가 됐다. 마구치 씨는 “하이볼은 지금처럼 젊은층이 즐기는 술이라기보다 이른바 ‘아저씨들이 마시는 술’에 가까웠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위스키와 탄산수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술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단출한 구성의 술이지만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모습을 보며 매력을 느꼈다.


◆가쿠빈, 일본 하이볼 문화 그 자체

록피시의 하이볼은 산토리 가쿠빈으로 만든다. 프리미엄 위스키가 다양해진 요즘도 마구치 씨가 가쿠빈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나에게 가쿠빈은 일본 하이볼 문화 그 자체”라며 “자기주장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고 음식과 잘 어울리며, 부드럽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으면서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탄산과의 균형도 중요하게 본다. 마구치 씨는 숙성이 깊은 위스키는 탄산보다 미즈와리나 온더록으로 즐기는 편이 더 어울릴 수 있다고 봤다. 반면 가쿠빈은 위스키와 탄산이 지닌 힘의 균형이 좋아 하이볼로 만들었을 때 자연스러운 조화를 낸다고 짚었다.

카즈나리 마구치 오너 바텐더가 산토리 가쿠빈으로 만든 아이스리스 하이볼을 소개하고 있다.얼음을 넣지 않아 첫 모금부터 마지막 모금까지 맛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특징이다. 김두홍 기자
카즈나리 마구치 오너 바텐더가 산토리 가쿠빈으로 만든 아이스리스 하이볼을 소개하고 있다.얼음을 넣지 않아 첫 모금부터 마지막 모금까지 맛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특징이다. 김두홍 기자

◆“하이볼은 드레싱”…돈가스부터 스시까지 잇는 술

마구치는 오랫동안 하이볼을 만들면서 이 술이 식사와 함께 즐기기에 특히 적합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하이볼은 돈가스처럼 기름진 음식에도 어울리고, 스시처럼 생선을 활용한 음식에도 잘 맞는다”며 “기름진 음식과 생선 요리를 모두 아우를 수 있다면 그 사이에 있는 상당히 많은 음식과도 어울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풀어냈다.

카즈나리 마구치 오너 바텐더는 하이볼을 하나의 드레싱에 비유한다. 그에 따르면 하이볼은 음식과 음식, 사람과 사람을 자연스럽게 잇는 술이다. 김두홍 기자
카즈나리 마구치 오너 바텐더는 하이볼을 하나의 드레싱에 비유한다. 그에 따르면 하이볼은 음식과 음식, 사람과 사람을 자연스럽게 잇는 술이다. 김두홍 기자

‘하이볼은 드레싱’이라는 표현도 여기에서 나왔다. 레몬 필에서는 껍질의 오일과 향이 나오고, 위스키에는 나무통에서 비롯된 향과 성분이 있으며 탄산수에는 산미가 있다. 기름과 산이 함께 들어가는 음식에서 드레싱을 떠올린 것이다.

 

마구치는 “하이볼 자체를 하나의 드레싱이라고 생각하면 다양한 음식과 연결하기 쉬워진다”며 “이런 이야기는 일본에서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웃었다.

 

요즘 널리 소비되는 달콤한 하이볼과는 다른 매력도 강조했다. 단맛이 강해질수록 음식과의 페어링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것. 그는 “달콤한 하이볼 역시 개인의 취향”이라면서도 “하이볼이 달아지면 특히 생선과 페어링을 맞추기 어렵다. 달지 않은 하이볼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식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시피가 변하지 않아도 맛은 진화할 수 있다. 마구치 씨는 힘을 빼고 만드는 것을 맛있는 하이볼의 비결로 꼽았다. 정희원 기자
레시피가 변하지 않아도 맛은 진화할 수 있다. 마구치 씨는 힘을 빼고 만드는 것을 맛있는 하이볼의 비결로 꼽았다. 정희원 기자

◆“힘빼면 더 맛있다”…24년째 다듬는 한 잔

수십만 잔의 하이볼을 만들어왔다. 록피시의 기본 레시피는 변하지 않았다. 마구치 씨는 “재료가 적어 쉬워 보이지만 오히려 위스키와 탄산수, 레몬이라는 몇 가지 재료만으로 어디까지 맛있게 만들 수 있는지를 계속 고민하게 된다. 여전히 이 과정이 재미있다”고 털어놨다.

 

지금도 마구치 씨는 하이볼을 최상의 상태로 내기 위해 냉동고와 냉장고의 온도는 물론 글라스와 위스키의 온도, 탄산수를 따르는 방법까지 매일 조율한다.

좋은 하이볼을 만드는 핵심으로는 ‘힘을 빼는 것’을 꼽았다. 위스키와 탄산이 조용하게 섞이도록 하고, 레몬 필도 강하게 누르거나 세게 짜지 않는다. 마구치 씨는 “이제는 손이 알아서 움직인다”며 “어쩌면 여기서 조금 더 힘이 빠지면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아이스리스 하이볼 나왔습니다. 정희원 기자
아이스리스 하이볼 나왔습니다. 정희원 기자

TIP. 마구치 오너바텐더가 추천하는 여름 안주

 

마구치 씨는 바에서 간단히 만들어낼 수 있는 안주를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더위가 한풀 꺾인 요즘, 하이볼 안주로는 록피시의 인기 메뉴인 ‘라유 오이’를 추천했다. 오이를 두드려 탕탕이처럼 만든 뒤 폰즈와 라유, 간장을 넣어 버무리고 마지막에 후추를 더하는 간단한 메뉴다.

 

한국 식재료를 활용한 조합도 제안했다. 토마토를 배추김치와 버무리거나 제철 복숭아를 김치 양념과 섞어 샐러드처럼 즐기는 방식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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