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 ‘핫100’에 하이브의 미국 현지화 걸그룹 캣츠아이 신곡 ‘Animal’이 24위로 진입했다. 자체 ‘핫100’ 진입 기록인 ‘PINKY UP’ 28위를 경신한 성적이다. 이후 추이도 좋다. 2주차에 35위로 내려앉았다가 3주차 차트에서 다시 30위로 반등했다. 지금 분위기라면 지난해 ‘Gabriela’의 자체 최고 기록 21위도 금세 경신할 듯하단 예상. 한편, 14일(현지시간) 발매된 캣츠아이 EP3집 ‘Wild’도 29일자 빌보드 앨범차트 ‘빌보드 200’ 1위 진입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영국 오피셜차트에선 이미 앨범차트 2위와 함께 싱글차트 톱100에 수록곡 3곡을 동시에 올리는 쾌거를 거둔 바 있다.
그야말로 서구권 ‘진격의 캣츠아이’ 현장이다. 서구, 특히 미국에선 ‘대중음악계 초통령’이 돼간단 소식도 들린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10대 후반~20대 초반 여성 아티스트를 동경하는 어린 소녀들에 의해 1990년대 후반부터 ‘초통령’ 흐름이 시작된 시장에서 이제 그 최신 주자로 캣츠아이가 낙점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 같은 ‘Animal’과 ‘Wild’ 성과를 놓고 K팝 팬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남다르다. 이 모든 게 ‘마농 없이 거둔 성과’란 데 방점이 찍힌다. 캣츠아이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지고 가장 인기 있던 멤버 말이다.
마농은 지난 2월21일 “건강과 웰빙에 집중하기 위해” 활동 중지를 선언한 바 있다. 이후 몇몇 단독 활동들이 이어져 사실상 탈퇴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시되기도 했다. 솔로로서 데뷔를 준비하는 단계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게 캣츠아이는 ‘PINKY UP’과 ‘Animal’에 이어 ‘Wild’ 앨범 녹음과 안무 작업까지 ‘마농 없이’ 이어갔고, ‘코첼라 밸리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에도 마농을 제외한 5명이 섰다. 그런데도 빌보드를 위시로 한 캣츠아이 각종 성적은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고, 화제성과 시장 침투 정도도 꾸준히 부풀어 가는 상황.
한국에선 그리 놀랄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미국 시장에선 이 같은 광경이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수많은 서구권 SNS에서도 이 특이점을 꾸준히 짚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반세기 미국 걸그룹 역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멤버의 탈퇴 내지 개인활동 집중은 곧 그룹 해체를 가리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최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상이 폭락하는 광경이 연출됐다. 데스티니스 차일드와 비욘세, 푸시캣돌스와 니콜 세르징거, 피프스 하모니와 카밀라 카베요 등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결과적으론 대동소이한 사례가 많다. 길게는 1960~70년대 슈프림스와 다이애나 로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도 왜 캣츠아이는 기존과 정반대 흐름을 보이는 걸까 말이다. 이에 대해선 이미 몇 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하나씩 차례로 살펴보자.
먼저, 캣츠아이가 론칭될 무렵부터 팬덤 기반이 된 소비층은 엄밀히 기존 K팝 팬덤이었단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이후 지금 화제가 되는 유소년층을 비롯해 팬덤이 크게 확장되긴 했지만, 초기 팬덤이 SNS 활동 등을 통해 잡아놓은 팬덤 기조는 그대로 정착되고 그 생리도 함께 자리 잡은 구조란 데 비결이 있단 것. K팝은 기본적으로 스포츠팀처럼 그룹 자체를 응원하는 기조가 탄탄하게 작동해 아무리 개인 팬이 많은 멤버라도 탈퇴 시 팬덤이 와해되지 않고 오히려 팬덤 응집력이 더 공고해지는 분위기가 연출된단 얘기다.
또 있다. K팝은 미국처럼 그룹에서 어느 한 멤버가 크게 주목받더라도 그 멤버에 ‘몰아주기’ 하는 전략은 세우지 않는단 점이다. 곡의 파트 분배에서부터 차별이 심각하게 일어나 그 갈등 탓에 다른 멤버들이 차례로 탈퇴하곤 했던 데스티니스 차일드 등 미국 걸그룹 생리가 캣츠아이엔 적용되지 않는단 것. K팝은 상대적으로 긴 활동기간을 설정해 안정적 운영을 꾀하기에 ‘치고 빠지기’ 식 한탕주의로 가는 미국 보이그룹/걸그룹 패턴과 달리 다양한 멤버들이 차례로 주목받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캣츠아이 활동에서 마농의 비중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그만큼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도 않게 됐단 순서.
대략 위 두 가지가 해외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짚는 ‘마농 없는 캣츠아이’ 인기 비결이지만, 어쩌면 더 근본적인 부분은 다른 데 있을 수 있다. K팝은 애초부터 스타성이 폭발하는 ‘개인’의 인기보단 ‘팀’으로서 매력에서 진정한 차별성과 상업성이 발생하는 특수 상품이란 논리다. 퍼포먼스 부분부터 멤버들에 대한 애착까지 모두 그렇다.
일단 ‘K팝=군무’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며, 그게 통용되는 범위도 글로벌적이다. 여러 멤버가 세칭 칼군무를 통해 정교하고 아름다운 안무를 펼치는 데서 여타 시장 댄스그룹들과 차별성을 확보하게 된단 것. 그와 비교해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댄스그룹들은 상대적으로 군무가 그리 복잡하거나 까다롭지 않고 자연스럽게 개개인 ‘끼’를 발산하려는 태도가 많다. 이러니 K팝은 곧 ‘모두가 함께 있어야 가치가 발생’하는 예술 형태가 되고, 그를 즐기던 소비층은 인기 멤버 한 명이 탈퇴한다 해도 굳이 그를 따라가지 않고 팀을 응원하는 자세를 잃지 않는단 것.
한편, K팝에서 팀에 대한 애착을 키우는 전략은 멤버들 간 ‘관계성’을 전시하는 데 있단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흔히 서구권에서 K팝 인기 비결로 왕성한 SNS 활동과 무료 자체 콘텐츠 제공을 거론하곤 하지만, 중요한 건 ‘틀’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다. K팝은 그 안에 멤버들 간 진솔한 커뮤니케이션과 놀이, 생활상 등을 채워 넣어 멤버들 간 우정과 동료의식, 가족애, 연대의식 등을 보여준다. 이런 광경이 점차 파편화돼가는 세계인들에 동경 요소처럼 다가와 흥미를 부르고 팀에 애착을 일으키는 구조이기에 빛나는 개인을 좇으려는 것보다 팀으로서 멤버들을 지켜보고파 하는 욕구가 더 클 수밖에 없단 얘기다.
이런 모든 특이점, K팝에 차별성과 경쟁력을 부여하는 특이점들은 대부분 한국 사회 자체의 공기와 문화적 멘털리티에 기인한다. 흔히 K팝 경쟁력을 고도의 퍼포먼스 교육 시스템에서 찾곤 하지만, 단순히 춤과 노래에 정통한 멤버들로 경쟁력이 생기는 구조라면 그 성공 비결은 이미 다른 나라들에서 수없이 복제되고도 남았다. K팝은 한국의 특징적 사회 공기와 멘털리티가 아이돌 그룹이란 작은 집단으로 응축된 광경을 통해 애착과 몰입을 얻어내는 상품이고, K팝 글로벌화는 곧 세계 곳곳에서 그런 스탠스에 공감하고 반응하는 이들이 꾸준히 불어나고 있단 방증이 되기도 하겠다. ‘마농 없는 캣츠아이’ 승승장구가 다시금 일깨우는 한 단면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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