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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의 차이나로그] ‘사진 한 장’을 위해 떠나는 여행, 중국의 ‘사진 관광’이 커진다

입력 : 2026-08-24 00:01:13 수정 : 2026-08-20 15: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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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여행지를 먼저 정했다. 어디를 갈지 결정한 뒤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사진을 남길지를 고민했다. 최근 중국 젊은 여행객 사이에서는 이 순서가 뒤집히고 있다.

 

샤오홍슈나 더우인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발견하면 “이 사진은 어디에서 찍었지?”부터 찾아본다. 장소와 촬영 포인트를 확인하고 같은 장면을 남기기 위해 여행 일정을 짠다. 여행 중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지를 선택하는 셈이다.

 

오랫동안 한중 관광업에 몸담으며 양국 여행시장을 지켜본 필자에게도 이 변화는 흥미롭다. 중국에서 사진은 이미 여행의 부수적인 기록물이 아니다. 여행지를 고르는 계기이자 의상·메이크업·촬영·숙박·식음료까지 소비를 확장시키는 관광 콘텐츠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충칭이다. 건물을 관통하는 리쯔바 경전철과 훙야둥의 화려한 야경, 고저차가 큰 도로와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풍경 덕분에 충칭은 소셜미디어에서 ‘8D 마법 도시’, ‘사이버펑크 도시’로 불린다.

 

관광객들은 출발 전부터 촬영 장소와 구도, 시간대를 검색한다. 전문 사진작가를 예약해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사진을 남기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충칭이라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촬영 세트처럼 소비되는 것이다.

 

상하이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치파오를 입고 와이탄과 근대 건축물을 배경으로 옛 상하이의 정취를 담거나, 우캉루와 안푸루, 루자쭈이에서 세련된 도시 이미지를 연출한다.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는 사진작가가 관광객과 함께 이동하며 촬영 장소를 정하고 포즈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흔하다.

 

시안과 뤄양에서는 한푸 체험이 관광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관광객은 전통 의상을 빌리고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은 뒤 성벽과 고성, 야경 거리를 배경으로 촬영한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에는 고궁의 붉은 담장이 있고, 쑤저우에는 정원과 수향마을이 있다. 취안저우에서는 전통 머리 장식인 ‘잔화웨이’를 하고 사진을 찍으며, 옌지에서는 조선족 전통 의상 체험이 인기다. 신장과 윈난에서는 광활한 자연경관과 민족 의상을 결합한 촬영 상품이 여행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도시마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 장면은 찍어야 한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진 관광 시장을 들여다보면 실제 소비 범위는 훨씬 넓다. 의상 대여부터 메이크업, 헤어스타일링, 촬영, 포즈 지도, 사진 보정까지 한꺼번에 제공하는 상품이 많다. 최근에는 사진작가가 여행 일정 일부를 함께 소화하며 관광객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주는 ‘동행 촬영’도 늘고 있다.

 

사진을 찍는 몇 시간 동안 관광객은 평소와 다른 인물이 된다. 시안에서는 옛 시대 인물이 되고, 상하이에서는 오래된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충칭에서는 미래 도시를 걷는 영화 속 캐릭터가 된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완성된 사진과 영상은 다시 샤오홍슈와 더우인에 올라간다. 이를 본 누군가는 같은 장소를 검색하고, 또 여행을 떠난다.

 

관광객이 찍은 사진이 도시의 광고물이 되는 구조다.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사진과 짧은 영상의 영향력이 큰 젊은 세대에게는 유명 관광지의 이름보다 ‘내가 저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찍힐 수 있는가’가 여행지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한국에도 사진 관광으로 발전시킬 만한 자원은 많다. 경복궁에는 한복이 있고 성수동에는 서울 특유의 스트리트 감성이 있다. 한강에서는 서울의 스카이라인과 야경을 담을 수 있고, 부산과 제주는 각각 해안 도시와 섬의 색깔이 뚜렷하다. K-뷰티와 K-팝, 한국 드라마가 만들어놓은 이미지 자산도 있다.

 

문제는 아직 관련 서비스가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특정 콘셉트의 사진을 찍으려면 의상 대여점과 메이크업숍, 사진작가, 촬영 장소를 따로 찾아 예약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묶을 여지는 충분하다. 한국 드라마 주인공처럼 스타일링을 받은 뒤 촬영지를 돌거나, K-팝 아이돌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을 체험하고 서울을 배경으로 화보를 찍는 식이다. 성수동 스트리트 촬영, 한강 야경 촬영, 경복궁 한복 촬영처럼 지역별 콘셉트도 세분화할 수 있다. 

 

출국 전 원하는 콘셉트를 고르고, 한국에 도착해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받은 뒤 정해진 코스를 따라 촬영하고, 귀국 후 보정된 사진과 영상을 받는 방식이라면 여행 상품으로서도 완성도가 높아진다.

 

다만 중국에서 잘되는 모델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핵심은 “이 사진을 왜 한국에서 찍어야 하는가”다.

 

가격 경쟁으로 접근한다면 중국 현지 상품을 이기기 쉽지 않다. 한국이 앞세울 수 있는 것은 뷰티와 헤어, 스타일링 분야의 높은 전문성, 그리고 K-팝과 드라마를 통해 세계적으로 형성된 ‘한국적인 이미지’다. 이 자산을 실제 관광 동선과 촬영 경험으로 연결해야 한다.

 과거에는 여행을 다녀오면 사진이 남았다. 지금은 먼저 원하는 장면을 발견하고, 그 사진 속 주인공이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 변화 속에서 사진은 여행의 기록물이 아니라 여행지를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한국 관광업계 역시 이제 ‘어디를 보여줄 것인가’와 함께 ‘한국에서 어떤 한 장을 남기게 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

 

묘청 원더트립 대표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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