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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 환수…광복절 앞두고 첫 공개

입력 : 2026-08-13 09:41:10 수정 : 2026-08-13 09: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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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공법불여대포. 국가유산청 제공
만국공법불여대포. 국가유산청 제공

광복절을 앞두고 안중근 의사가 뤼순감옥에서 남긴 유묵이 국민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국제법의 한계를 꼬집은 만국공법불여대포는 안 의사가 순국을 앞두고 남긴 작품으로, 독립과 동양 평화를 향한 그의 사상은 물론 당시 국제질서에 대한 인식까지 엿볼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은 13일 오전 서울 덕수궁 중명전에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함께 일본에서 환수한 안중근 의사 유묵-만국공법불여대포를 언론에 최초 공개한다.

 

만국공법불여대포는 ‘만국공법, 즉 국제법이 대포만 못하다’는 의미다. 1910년 2월 중국 뤼순감옥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안중근 의사가 국제법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 느낀 회의와 안타까움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안중근 의사는 생전 만국공법에 따른 동양의 평화와 질서 유지를 강조했다. 1909년 10월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뒤에도 자신은 대한의군 참모중장의 자격으로 정당한 전쟁 행위를 수행한 것이라며 만국공법에 따른 재판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의사를 단순 살인죄로 기소하고 사형을 구형했으며, 결국 안 의사는 1910년 3월26일 뤼순감옥에서 순국했다. 만국공법불여대포라는 여덟 글자에는 이 같은 현실을 마주한 안 의사의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품 왼쪽 아래에는 안중근 의사 유묵의 대표적인 특징인 손도장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손도장 위에는 ‘경술삼월 어여순옥중 대한국인 안중근 서’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를 통해 이 유묵이 안 의사의 순국일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 작성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서체에서도 안중근 의사 특유의 특징이 나타난다. 행서를 기본으로 하면서 해서와 초서를 함께 사용했으며, 여덟 글자를 한 번에 힘 있게 써 내려간 듯한 필세가 돋보인다.

 

특히 본문의 萬(만)자를 초서로 표현한 점은 안중근 의사의 독특한 서체 특징으로 꼽힌다. 이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황금백만냥불여일교자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만국공법불여대포의 장인. 국가유산청 제공
만국공법불여대포의 장인. 국가유산청 제공

기존에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 의사의 다른 유묵과 비교했을 때도 필획의 처리 방식과 글자의 형태, 운필의 속도감 등 전체적인 서풍에서 높은 유사성이 확인됐다. 여기에 손도장까지 일치하면서 전문가들은 해당 작품을 안중근 의사의 진본 유묵으로 평가했다.

 

유묵 뒷면에 남아 있는 묵서를 통해 최초 소장자와 작품이 전해진 과정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는 점도 이번 환수 유물의 중요한 가치로 꼽힌다. 기록에 따르면 이 유묵은 뤼순감옥 형무소장이었던 구리하라 사다키치가 처음 소장했다. 이후 스스로를 평문광생 뇌협일인이라고 밝힌 인물이 이를 전해받았으며, 해당 인물은 유묵을 보존하기 위해 표구해 보관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유묵의 존재가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현지 협력망을 통해 관련 정보를 입수하면서 작품의 존재를 파악했고, 이후 국가유산청의 행정적 지원과 국외재단의 조사 및 협상을 거쳐 같은 해 11월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이날 언론공개회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보다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2022년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 의사 유묵-일통청화공도 함께 공개된다.

일통청화공. 국가유산청 제공
일통청화공. 국가유산청 제공

일통청화공은 1910년 3월 안중근 의사가 뤼순감옥 간수과장 기요타에게 써 준 유묵이다. ‘날마다 고상하고 청아한 말을 소통하던 분’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동양평화론을 바탕으로 한 안중근 의사의 인애 정신과 철학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환수된 만국공법불여대포와 보물 일통청화공은 여러 측면에서 비교 연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두 작품은 모두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해인 1910년 3월에 작성됐으며, 내용적으로는 동양의 평화를 추구했던 안 의사의 사상을 담고 있다. 서예사적으로도 두 유묵에 공통적으로 사용된 公(공)자를 통해 안 의사의 서체적 특징을 비교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유묵 공개가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과 평화 사상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광복절을 앞둔 뜻깊은 시점에 안중근 의사의 독립과 평화에 대한 열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께 공개하게 돼 의미가 크다”며 “이번 공개를 통해 선열들의 광복을 위한 염원과 헌신을 되새기고 국민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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