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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뒤흔든 BTS ①] 방탄소년단, ‘亞’로 묶는 그래미에 반기…이젠 ‘문화선구자’

입력 : 2026-08-10 10:39:12 수정 : 2026-08-10 10: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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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그래미를 향한 도전을 멈췄다. 자신들의 음악이 평가받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스스로 경쟁에서 물러선 것이다. 한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며 그래미 수상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이들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스타디움을 메우고 도시 경제까지 움직이는 위치에 오른 지금, BTS는 그래미 트로피 대신 그래미의 권위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지역·언어로 구분되기보다”…그래미 출품 거부

 

 BTS 멤버들은 지난달 29일 개인 SNS를 통해 내년 2월 열리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BTS는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며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과 수록곡으로 그래미에 도전하지 않는다. 아리랑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과 싱글 차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한 앨범이다.

 

 BTS는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래미가 지난 6월 이 부문을 신설한 뒤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 사실상의 보이콧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 부문은 한국의 K-팝과 일본의 J-팝, 중국의 C-팝 등 아시아권 팝 음악을 별도로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미 측은 아시아 팝의 영향력 확대를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BTS는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세계 시장에서 활동하는 음악을 다시 지역 단위로 분류하는 방식에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최고경영자(CEO)도 하루 만에 입장을 냈다. 그는 “슬프지만 BTS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장르별 부문이 있더라도 올해의 앨범이나 올해의 노래 등 일반 부문 경쟁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제61회 2019 그래미어워드를 장식했다. 수상은 불발됐지만 방탄소년단은 아시아 가수 가운데 유일하게 그래미 어워드에 초청, 시상자로서 무대에 올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제61회 2019 그래미어워드를 장식했다. 수상은 불발됐지만 방탄소년단은 아시아 가수 가운데 유일하게 그래미 어워드에 초청, 시상자로서 무대에 올랐다.

◆“열 번 찍어…” 그래미 원했던 BTS의 달라진 선택

 

 이번 결정이 주목받는 것은 그래미가 BTS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 상이었기 때문이다.

 

 BTS는 2019년 최우수 알앤비 부문 시상자로 그래미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에는 릴 나스 엑스와 합동 공연을 펼치며 K-팝 가수 최초로 그래미 무대에서 공연했다. 2021년부터는 3년 연속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등을 비롯한 그래미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BTS도 그래미를 향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2021년 기자회견에서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며 수상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그러나 완전체로 복귀한 2026년의 BTS는 다르다. 그래미 트로피를 향한 레이스를 거부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번 결정에 대해 “최고 권위로 꼽히는 그래미 어워즈를 상대로 한 용감한 행보”라며 “방탄소년단은 이미 그래미를 굳이 타지 않아도 되는 아티스트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래미 없이도 16만명… 미국 한복판서 확인한 ‘BTS 노믹스’

 

 보이콧 선언 이후 첫 북미 공연에서는 BTS와 팬들의 메시지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BTS는 지난 1~2일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이틀간 약 16만명의 관객을 만났다.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은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공연장 가운데 하나다. 불과 2주 전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 쇼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공연에서 리더 RM은 9년 전 발표한 MIC 드롭(Drop)의 가사를 바꿔 불렀다. “욕하는 사람은 어차피 계속 욕할 거고, 우린 우리 방식대로 계속해 나갈 뿐이야. 우린 한국에서 태어났고, 그래서 그들은 우리를 잘 몰라”라는 내용이었다. 팬들은 이를 그래미 논란과 연결된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공연 말미에는 팬덤 아미가 준비한 문구도 객석을 채웠다. “BTS는 화합을, 그래미는 분열을 만들었다”, “아미가 있는데 그래미가 무슨 소용이냐”, “구별을 넘어 음악은 우리의 것” 등의 메시지가 등장했다.

 

 BTS의 현재 영향력은 공연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영국 가디언은 BTS의 북미 투어가 미국 현지에서 상당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8~9월 북미 7개 도시에서 열리는 16회 공연과 지난 5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네 차례 매진 공연 등을 통해 약 3억4000만달러(한화 약 4500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형 호텔뿐 아니라 공연장 주변 음식점과 소규모 상점까지 팬들의 이동에 따른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하이브의 도시형 프로젝트 더 시티(THE CITY)를 통해 한국문화원과 한식당, 전시와 팝업스토어 등으로 소비가 확장되고 있다.

 

 그래미는 오랫동안 BTS가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다. 이미 세계 무대 정상에 선 BTS가 그래미의 선택을 기다리는 대신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래미를 원했던 이들이 이제는 그 평가 기준 자체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BTS의 선택이 단순한 시상식 불참을 넘어, 백인 중심 서구 중심 음악 시장의 오래된 틀을 깨는 계기로 주목받는 이유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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