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쪽짜리 선수였다. 특정 포지션에만 머무르지 않는 배구를 강조하는 이유다.”
박철우 우리카드 감독은 인터뷰 도중 스스로를 “반쪽짜리 선수”라고 지칭했다. 선수 시절 V리그 남자부 통산 득점 2위(6623점), 후위 득점 2위(2013점), 서브 득점 3위(352점)에 오른 슈퍼스타 출신 감독의 지나친 겸손 같았다. 하지만 그는 “공격에만 집중하다보니 수비나 리시브가 정말 부족했다. 잘하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했다”며 “배구 선수라면 특정 포지션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선수 시절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자신의 배구 철학으로 굳어졌다.
“선수들에게는 ‘나 같은 선수 되지 마라. 너희가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나 역시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었고, 좋은 선수들을 많이 따라가려고 노력했거든요.”
우리카드 선수단은 다가오는 새 시즌을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중심에는 박 감독이 있다. 지난 시즌 중반 임시 지휘봉을 잡았던 그는 시즌을 마친 뒤 정식 감독으로 승격했다. 그의 지도력을 구단이 높게 평가한 결과였다.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우리카드는 14승4패, 승률 77.7%의 ‘매직’을 일궈냈다. 초보 감독의 성과라고 보기엔 놀라운 반전이었다. 하위권을 맴돌던 우리카드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하지만 새 시즌은 또 다른 도전이다. 주포였던 아시아쿼터 알리가 팀을 떠났고 중앙을 책임지던 이상현이 입대를 하면서 공백이 생겼다. 아라우조와 김지한 등 기존 선수들과 새로 합류한 아시아쿼터 미들블로커 마틴을 중심으로 전력을 재편해야 한다. 훈련에 더욱 공을 들이는 이유다.
가장 공들이는 건 팀워크다. 박 감독은 이를 “최고의 전술”이라고 표현했다. “정신적인 결속력이 단단해야 팀도 강해진다”며 “기술적으로도 절대 혼자 배구를 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블로커가 점프했을 때 수비수가 뒤를 받쳐주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고 동료를 믿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물론 강도 높은 훈련도 뒷받침된다. 오전과 오후 2시간씩 진행하던 훈련을 때로는 한 번에 4시간까지 이어가며 선수들을 강하게 단련한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지독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수의 가능성에는 한계를 두지 않는다. 박 감독은 “절대 선수들에게 프레임을 씌우지 않으려고 한다”며 “이 선수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키가 어떻고, 출신 학교가 어디고…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그 선수의 생명은 끝”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나와 코치는 항상 선수가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선수가 잘 안 되면) 그건 우리의 역량 부족”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카드는 아직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없다. 하지만 박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 때 “왕조”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는 “100을 목표로 하면 80까지 갈 수 있지만 120으로 잡으면 100을 할 수 있다”며 “가장 큰 목표는 한국 배구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카드의) 왕조를 만들었으면 하고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설명했다.
그는 단순한 자신감만으로 왕조를 이야기한 건 아니라고 했다. 박 감독은 “우리카드에는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단순히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했다. “2등을 바라보는 프로는 없습니다. 무조건 1등을 바라봐야죠.”
인천=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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