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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반딧불이에게 ‘간택’ 받아봄?… 에버랜드의 황홀한 여름밤

입력 : 2026-08-09 10:00:00 수정 : 2026-08-09 01: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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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축제’가 열리는 반딧불이의 숲에서 반딧불이가 풀 위에서 연두색 빛을 내뿜고 있다. 박재림 기자
에버랜드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축제’가 열리는 반딧불이의 숲에서 반딧불이가 풀 위에서 연두색 빛을 내뿜고 있다. 박재림 기자

 

‘반딧불이는 훨씬 뚜렷하고 선명한 빛을 여름 밤의 어둠 속에서 발하고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상실의 시대> 속 낭만적인 문구가 현실이 되는 곳이 있다. 경기 용인시의 에버랜드가 매년 진행하는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축제’다. 지난달 24일 개막, 약 보름 만에 3만 명 관람객이 몰렸다는 축제 현장을 지난 6일 방문했다. 밤하늘의 별을 보듯, 누구라도 숨죽이며 영롱한 아름다움에 젖어드는 ‘적막한 축제’였다.

 

반딧불이의 또 다른 이름은 개똥벌레다. 과거 개똥만큼 흔하게 볼 수 있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게똥만큼 보기 어려운 벌레가 됐다. 청정 자연에서만 자랄 수 있는 반딧불이인데 우리나라가 급격히 발전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으로 서식지가 급감했다는 것.

 

(TMI. 지방 소도시인 경북 안동시에서 20살까지 살면서도 반딧불이를 한 번 본 적이 없고, 14년 전 충북 옥천시 안터마을의 반딧불이 축제에서 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반딧불이 알, 애벌레, 번데기, 성충(모형)을 볼 수 있는 미니 서식지. 박재림 기자
반딧불이 알, 애벌레, 번데기, 성충(모형)을 볼 수 있는 미니 서식지. 박재림 기자

 

이처럼 사라져가는 반딧불이를 보전하기 위해 에버랜드는 1998년 반딧불이 인공 번식에 성공 했고 이후 노하우를 축적하며 2017년부터 반딧불이 체험 공간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콘셉트가 ‘별빛캠핑’으로, 체험장에 들어서니 모형 모닥불과 캠핑 체어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캠핑체어에 앉아 우선 반딧불이의 한살이를 영상과 사육사의 설명으로 배운다. 0.5~0.7㎜ 크기의 알을 깨고 나온 애벌레는 10개월 동안 1급수 물 속에서 몸을 키운 뒤 땅으로 올라와 번데기가 된다. 약 50일간 번데기로 지내며 그때부터 불빛을 내뿜다 마침내 성충이 된다. 입이 퇴화되면서 이슬 등 물만 먹으며 살아가는 반딧불이는 배에서 연두색 빛을 내뿜으며 짝짓기 상대를 찾는다. 성충으로는 열흘 내외의 짧은 나날을 살면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빛을 불태운다.

 

반딧불이에 대해 배운 뒤 지하로 내려가면 ‘반딧불이의 숲’이 나온다. 풀과 깨끗한 물, 옥수수, 나무 형태의 조형물 등으로 꾸며진 인공 서식지가 있고 그 가장자리로 사람들이 앉을 벤치가 있다. 스피커에서 풀벌레 소리, 개구리 소리, 새 소리가 흘러나와 마치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길에 앉은 느낌이다.

 

반딧불이 축제를 찾은 방문객들이 약 1만3000마리의 반딧불이들이 만들어내는 장관을 지켜보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반딧불이 축제를 찾은 방문객들이 약 1만3000마리의 반딧불이들이 만들어내는 장관을 지켜보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곧 최소한의 인공 불빛까지 꺼지자 오직 반딧불이의 영롱한 빛만으로 은하수가 완성된다. 1만3000마리 반딧불이 만들어낸 꿈같은 풍경이다. 야간 비행기를 탑승했을 때 창문 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전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 반딧불이는 낮은 풀에 앉아 있지만 일부는 천정에도, 벤치 근처에도 붙어 있다. 주로 암컷이 앉아있고 수컷은 날아다닌다고. 그때 천정의 반딧불이 하나가 하늘하늘 비행하더니 근처로 날아와 곧 바닥에 자리를 잡는다. 아니 길고양이도 아니고 반딧불이에게 간택을 받을 줄이야. 이 반딧불이는 마치 눈을 깜빡이듯 연두색 불을 켰다 끄며 사람을 홀렸다.

 

벤치 근처로 날아와 불빛을 내뿜고 있는 반딧불이. 박재림 기자
벤치 근처로 날아와 불빛을 내뿜고 있는 반딧불이. 박재림 기자

 

‘반딧불이는 뭔가 생각난 듯이 문득 날개를 펼치더니, 그 다음 순간 난간을 넘어서 희미한 어둠 속에 떠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중에

 

전문 사육사 임진묵 프로는 “이곳 반딧불이의숲은 삼성의 반도체 공장에서 쓰는 미스트 시설을 사용하고, 정수된 물을 제공하기 때문에 반딧불이가 자연에서보다 더 오래 살고, 더 밝은 빛을 낸다. 우리나라의 자연에서 이 정도의 장관은 보기 어렵다”고 자부했다. 애벌레의 동면기간을 조절하는 저온저장 기술, 휴면을 조절해 성충으로 우화시키는 기술, 애벌레 먹이인 다슬기 치패 번식 기술도 최적의 사육 환경의 기반이다.

 

반딧불이는 외부 충격에 약하고 예민한 벌레라 사슴벌레, 장수하늘소 같은 벌레와 비교해 사육이 쉽지 않다고 한다. 이에 사육사들이 스포이드, 젓가락 등을 활용해 아주 세심하게 한 마리씩 케어해서 키워낸 것이란다. 축제가 매일 오후 5∼9시 진행되는 것도 반딧불이의 습성을 고려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반딧불이는 자연에서 일몰후부터 자정까지 하루에 약 4시간 정도 빛을 내는 생명체”라며 “자연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해 일조시간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버랜드는 작년까지 유료 입장이었던 반딧불이 체험 축제를 올해는 무료로 바꿨다. 좀 더 많은 분들이 반딧불이를 보고 생명에 대한 가치, 환경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썸머 나이트 사파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사자 무리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썸머 나이트 사파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사자 무리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반딧불이 축제 말고도 올 여름 에버랜드는 밤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시원한 친환경 전기버스를 타고 해가 진 뒤의 벵갈호랑이, 사자, 한국호랑이, 백호, 유라시아불곰, 반달가슴곰을 볼 수 있는 ‘썸머 나이트 사파리’가 대표적. 기존에는 주로 가을 시즌에 운영했지만 올해는 시작 시기를 앞당겼다. 오픈 50일 만에 벌써 12만 명이 함께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맹수들은 밤이 되면 한층 더 움직임이 역동적”이라며 “특히 사자는 하루 14시간을 자다가 해가 진 이후로 활동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7시 20분부터 약 15분간 썸머 나이트 사파리를 즐겼는데 여름이라 해가 길어 ‘나이트’ 느낌은 잘 나지 않았다. 관계자의 추천처럼 저녁 8시 타임이 가장 괜찮을 것 같았다.

 

썸머 나이트 사파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유라시아 불곰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썸머 나이트 사파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유라시아 불곰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에버랜드는 불꽃놀이, 문라이트 퍼레이드, 밤밤 썸머나이트 등 여름밤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특히 광복절 연휴인 오는 14~16일은 야간개장 시간을 밤 11시까지 확대할 예정. 오후 6시부터 입장할 수 있는 야간권도 특가로 판매한다. 캐리비안베이 이용 시 당일 에버랜드 무료 이용이 가능해 낮에는 물놀이, 밤에는 테마파크를 즐길 수 있다.

 

역대급 폭염… 사파리 동물들은 괜찮나요?

 

최근 경남 양산시가 42.5도를 찍고 서울마저 40도에 육박하는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물도 무더위에 고생하고 있지는 않을까. 에버랜드에는 사자, 호랑이, 곰, 기린, 코끼리, 코뿔소, 당나귀, 얼룩말, 홍학(플라밍고) 등 115종 동물이 사파리에서 지낸다. 다수 동물이 본래 아프리카에서 사는 종인 만큼 더위에는 익숙하겠지만 우리나라의 높은 습도가 더해지면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에버랜드도 동물들의 건강과 복지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약 60명의 전문 사육사 외에도 보조 인력 약 80명이 동물들을 케어한다. 전체 책임자인 정동희 동물원장은 “최근 일본 동물원에서 사자가 폐사한 일도 있어서 더 세심하게 돌보고 있다”며 “그늘막을 설치하고 미스트 등으로 습도를 조절한다. 또 영양식과 특식에 영양제도 급여하며 기력 유지를 돕는다”고 말했다.

 

용인=박재림 기자 jamie@sportsworldi.com

 

썸머 나이트 사파리 중 한국호랑이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박재림 기자
썸머 나이트 사파리 중 한국호랑이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박재림 기자
썸머 나이트 사파리 중 백호. 백호의 푸른 눈을 보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한다. 박재림 기자
썸머 나이트 사파리 중 백호. 백호의 푸른 눈을 보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한다. 박재림 기자
지난 6월 태어나 최근 대중에 공개된 아기사자 라온이. 박재림 기자
지난 6월 태어나 최근 대중에 공개된 아기사자 라온이. 박재림 기자
라온이와 이름의 유래가 된 삼성 라이온즈 캐릭터 라온이. 박재림 기자
라온이와 이름의 유래가 된 삼성 라이온즈 캐릭터 라온이. 박재림 기자
로스트밸리 투어 중 홍학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박재림 기자
로스트밸리 투어 중 홍학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박재림 기자
로스트밸리 투어 중 기린이 버스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고 있다. 박재림 기자
로스트밸리 투어 중 기린이 버스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고 있다. 박재림 기자


박재림 기자 jami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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