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꼭, 잠실 주인다운 모습을!”
미국 메이저리그(MLB)서 112승을 올린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LG의 새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가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지난 1일 잠실 두산전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가히 압도적이었다. 7이닝을 완벽하게 삭제했다. 21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단 한 번도 1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무피안타, 무사사구, 퍼펙트 피칭을 자랑했다. 카라스코는 “팬 분들에게 첫 인사를 드리는 경기였기에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카라스코 영입을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름값만으론 가히 역대 최고 수준. 문제는 경력과 적응력이 언제나 비례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시즌 중간에 투입되는 만큼 보다 빠르게 적응해야하는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1987년생, 선수로서 황혼기에 가깝다. 전성기 시절 구위와는 차이가 있을 터. 올 시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소속으로 빅리그 8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5.94를 마크했다. 그래도 트리플A에선 8경기 평균자책점 2.55로 준수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피칭이었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149㎞ 정도였다. 그마저도 5개만 던졌다. 대신, 슬라이더, 싱커, 커터 등 다양한 변화구로 승부했다. 경기 중반 이후론 체인지업, 커브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여기에 날카로운 제구가 뒷받침되다 보니 타자 입장에선 공략하기 쉽지 않았다. 카라스코는 “첫 경기이기 때문에 그간 해왔던 피칭을 하려 했다. 타자들을 더 잘 아는 (포수) 이주헌의 리드를 따라가려 했다”고 설명했다.
옥에 티라면, 승리투수로 연결되지 못한 점이다. 8회 바통을 넘기자마자 불펜진은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연장 접전 끝에 2-2 무승부로 끝났다. 교체 시점을 두고도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대기록이 달려있었던 만큼 더 던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경기 전 염경엽 LG 감독은 카라스코의 투구 수를 70구 정도로 못 박았다. 2주가량의 공백이 있었던 데다, 올 시즌 선발보단 불펜으로 더 많이 뛰었다는 점도 고려했다. 올해 최다 투구 수는 85개였다.
KBO리그 역사서 퍼펙트게임은 아직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어려운 기록이다. 뛰어난 기량은 기본, 야수진의 도움이 더해져야 한다. 카라스코 이전에 7이닝을 깔끔하게 막은 사례는 12번 있었다. 아깝게 퍼펙트에 닿지 않은 경우도 꽤 있다. 일례로 정민철은 1997년 5월23일 OB를 상대로 9이닝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바 있다. 안타와 사사구는 없었지만 낫아웃 출루가 있었다. SSG 소속이었던 윌머 폰트는 2022시즌 NC와의 개막전서 9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다. 다만, 타선이 1점도 뽑지 못해 연장으로 돌입했고 폰트는 바통을 넘겨야 했다.
중요한 것은 낯선 리그서 첫 단추를 잘 꾀었다는 점이다. LG는 이미 두 장의 외인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했다. 후반기 들어 주춤하는 상황. 왕좌에 도전하기 위해선 마지막 승부수로 택한 카라스코의 활약이 중요하다. 기대치가 급상승한다. 카라스코는 “경기 전부터 투구 수 제한을 갖고 시작했기에 7회까지 마무리한 걸로 만족한다”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LG 팬 분들의 응원은 상상 이상이었다. 다음엔 꼭 잠실 주인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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