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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법이 될 때] 스타와 드라마가 현실 바꿨다…해외서도 ‘문화 입법’

입력 : 2026-07-20 16:04:37 수정 : 2026-07-20 16: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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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ITV의 드라마 ‘미스터 베이츠 대 우체국’의 한 장면.
영국 ITV의 드라마 ‘미스터 베이츠 대 우체국’의 한 장면. 

 

문화가 제도를 바꾸는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일찌감치 대중문화 콘텐츠나 스타의 사례가 기존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 현실을 움직이는 게 자연스럽다.

 

1989년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여배우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할리우드의 라이징 스타였던 배우 레베카 쉐퍼에게 3년간 광적으로 집착하던 스토커는 그녀가 영화 속에서 베드신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총으로 쏴 살해했다. 당시 20대 초반에 불과했던 여배우가 끔찍하게 살해된 사건은 대중에게 분노를 안겼고, 이는 스토킹처벌법이 도입되는 계기가 됐다.

 

레베카 쉐퍼
레베카 쉐퍼

 

당시 미국에는 스토킹을 독립된 범죄로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었지만 사건 이듬해인 1990년 레베카 쉐퍼의 거주지였던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스토킹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미국의 50개 주 전부 그리고 연방정부까지 스토킹방지법을 도입했다.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미국 성년후견제의 허점을 드러내며 제도 개선의 계기가 됐다. 스피어스는 2008년 정신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법원이 후견인으로 지정한 친부 제이미 스피어스의 관리 아래 놓였다. 13년간 친부로부터 재산·의료 결정·일상생활 등을 강압적으로 통제당했다고 폭로한 스피어스는 그의 후견인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소송을 벌였고 #프리브리트니(FreeBritney·브리트니를 자유롭게) 운동이 전 세계에서 확산됐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사진=뉴시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사진=뉴시스


이후 2021년 법원이 후견인 제도 종료를 결정하면서 자유를 되찾았다. 나아가 미국 사회에서 성년후견제를 둘러싼 논쟁이 촉발됐고, 2021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성인 후견인의 자산 착취를 막고 피후견인의 법적 권리를 강화하는 이른바 브리트니법(후견인 규제 강화법·AB 1194)이 통과되면서 제도 개혁으로 이어졌다. 

 

비극적인 스타의 사생활뿐 아니라 대중문화 콘텐츠 또한 사회문제를 공론화하며 현실 변화를 이끌어냈다. 2024년 영국은 최악의 오심 판결로 불리는 이른바 우체국 스캔들 파장을 겪었다. 영국에서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수백명의 우체국 운영자들이 일본 후지쯔가 개발한 회계 프로그램 호라이즌의 오류로 수입액이 누락된 것처럼 표기돼 부정회계, 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억울하게 기소된 사건이다. 우체국의 작은 지점을 맡아 운영하던 자영업자들은 훔치지도 않은 돈을 갚느라 파산하거나 감옥에 갔고 충격으로 사망하는 등 큰 피해를 봤다.

 

‘미스터 베이츠 대 우체국’ 포스터
‘미스터 베이츠 대 우체국’ 포스터

 

이 스캔들이 25년이 지나 뒤늦게 재조명된 이유는 당시 영국 지상파 방송 iTV의 4부작 드라마 ‘베이츠 대 우체국’ 인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웨일스 지역 우체국 점주였던 앨런 베이츠가 횡령 혐의로 기소된 뒤 우체국을 상대로 다윗 대 골리앗 같은 싸움을 주도하고 2019년 법원 승소를 끌어내는 과정을 다뤘다.

이미 사건의 진실은 세간에 알려졌지만, 드라마가 방영되며 대중의 관심이 증폭됐다. 특히 아직도 법적 구제나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재조명돼 영국 전역이 비판 여론으로 들끓었다. 영국 정부는 피해 구제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 법원의 유·무죄 판단 특권을 의회가 침해한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의 유죄 판결에 대해 전례가 없는 일괄 사면을 적용한 특별법을 마련했다. 피해자들에게는 정식 소송을 제기할 필요 없이 60만 파운드(약 10억1161만원)의 보상금을 제시했다.

 

당시 주연 배우 토비 존스는 드라마가 미친 영향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다”며 “과거에도 정치적 영향을 미친 드라마는 많았지만 이 드라마만큼 긴급하고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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