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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법이 될 때] 사각지대 바꾼 법…구하라→신해철 사건

입력 : 2026-07-20 12:54:07 수정 : 2026-07-20 14: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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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의 이름이 특정 법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 스타의 삶과 죽음을 계기로 기존 제도의 한계가 드러나고, 여론과 입법 논의가 이어질 때다. 김호중법, 구하라법, 신해철법은 각각 음주측정 방해와 상속, 의료분쟁이라는 다른 영역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세 법 모두 유명인의 사건을 통해 이미 존재하던 제도적 문제가 널리 알려지고, 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고 뒤 추가 음주도 처벌…‘김호중 방지법’

 

김호중 방지법은 음주운전을 한 사람이 사고 이후 다시 술을 마셔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어렵게 만드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마련됐다.

 

가수 김호중은 2024년 5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택시와 충돌한 뒤 현장을 벗어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후 소속사 관계자가 대신 운전했다고 허위로 자수했고, 김호중은 편의점에서 술을 구입한 뒤 사고 약 17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해 음주 측정을 받았다. 검찰은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정확히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음주운전 혐의는 기소하지 못했다. 김호중은 위험운전치상과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교사 등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사고를 낸 운전자가 음주 측정을 방해할 목적으로 추가 음주를 하더라도 이를 별도로 처벌할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는 2024년 11월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개정법은 같은 해 12월 공포돼 2025년 6월부터 시행됐다. 개정법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음주 측정을 어렵게 할 목적으로 추가로 술을 마시거나 의약품 등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하면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정작 이 법에 이름을 남긴 김호중은 지난달 30일 가석방으로 사회에 복귀했다. 11월24일인 만기 출소일보다 다섯 달 앞당겨진 시점이다. 본인은 법정에 다시 서지 않게 됐지만, 그의 이름이 붙은 법 조항은 계속 다른 운전자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부양 의무 저버린 혈연에 브레이크…‘구하라법’

 

구하라법(민법 제1004조의2)은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자녀의 재산을 상속할 권리를 인정해야 하느냐는 논란에서 출발했다.

 

가수 구하라는 2019년 11월24일 향년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친모가 돌연 나타나 상속 분쟁을 벌여 대중의 공분을 샀다. 친모는 고인이 9살이던 시절 연락이 끊겼다가 20년 만에 변호인을 대동하고 장례식장에 나타나 부동산 매각 대금 절반을 요구했다. 이 사건은 친오빠인 구호인 씨의 입법 촉구로 이어졌다. 당시 민법은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유언을 방해한 사람 등을 상속 결격자로 규정했으나 자녀를 부양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별도 조항은 없었다.

 

이에 국회는 2024년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를 담은 민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법은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 미성년자였을 당시의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행위,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으며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상속권 상실 대상을 직계존속에서 상속인이 될 사람 전반으로 넓혔다.

 

◆병원 거부해도 조정 자동 개시…‘신해철법’

 

신해철법은 의료분쟁 조정 절차의 문턱을 낮췄다. 가수 신해철은 2014년 복부 수술을 받은 뒤 사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유족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해도 의료기관이 참여하지 않으면 절차가 시작되지 않던 문제가 주목받았고 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됐다.

 

2016년 5월 공포되고 같은 해 11월 시행된 개정법은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상태가 된 경우, 또는 당시 장애등급 1급 가운데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 피신청인의 동의와 관계없이 조정 절차를 시작하도록 했다. 신해철법 이전에는 피해자나 유족이 조정을 신청해도 병원이 응하지 않으면 절차를 시작할 수 없었다. 개정법은 사망이나 의식불명 등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은 병원의 참여 의사와 관계없이 우선 조정 절차를 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 제도는 유명인의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던 법의 빈틈을 보완했다. 김호중 방지법은 음주 측정을 피하려는 사후 행위에 책임을 묻는 기준을 마련했고, 구하라법은 상속인의 책임, 신해철법은 중대한 의료사고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를 명시했다. 다만 이름을 붙인 법이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변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건에서 법의 취지에 맞게 적용되는지, 새로운 회피 수단이나 제도의 빈틈은 없는지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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