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가 각종 비위 행위로 인한 침묵의 카르텔을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현실은 아직이다. 부적절한 행위는 계속되고 선수들은 두려움 속에 입을 닫고 있다.
이미 한국 체육계는 2018년 사회를 뒤흔들었던 ‘미투 운동’으로 홍역을 앓고 격변의 시기를 마주했다. 성비위와 가혹 행위 탓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트라이애슬론 선수를 비롯해 빙상, 테니스, 유도계 등 여러 종목에서 고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후 대한체육회를 비롯해 각 경기 단체 및 종목 연맹들은 이를 방지하고, 사건 발생 시 즉각 대처할 수 있는 각종 시스템과 장치들이 마련했다.
그러나 실제 사건이 발생해도 여전히 선수들은 쉽게 입을 열지 못한다. 이번 정관장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감독 및 코치, 그리고 선수라는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각종 시스템과 장치들이 마련돼 있지만, 선수들은 이를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365일 24시간 선수 여러분들을 위해 귀를 기울이겠습니다’라며 선수고충처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더 큰 단체인 스포츠윤리센터도 존재한다. 정관장 역시 해당 사건 발생 후 추가적으로 건의함을 설치하는 등 추가조치를 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미래 걱정에 직접 신고조차 못 하고 있다. 익명 보장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신고·진술을 하더라도 낮은 처벌 수위에 따라 돌아올 보복이 두렵다. 또 조사 과정에서 계속 마주할 가능성이 있는 업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2007년 당시 여자프로농구(WKBL)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가해 지도자는 성추행으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WKBL은 그를 영구제명하는 동시에 규정을 뜯어고쳤다. 규약 제149조 4항 3호에 ‘성추행, 성폭행, 중대한 폭행은 제명한다’고 명시했다.
서주애 닥터서 스포츠심리연구소 대표 겸 유한대 건강웰니스학과 겸임 교수는 “신고를 하고 싶다고 해서 방법을 알려줘도 실제 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익명이 지켜질 것이라는 신뢰도 자체가 부족한 현실이다. 낮은 처벌 수위에 따른 보복 여지도 두려움 중 하나다. ‘만에 하나’라는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면서 “지도자의 비위 행위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말하지 못할 것 같은 선수들만 골라, 수직적인 관계를 이용해 비도덕적인 행위를 범한다. 선수들은 그런 위치에서 불편함을 느껴도 이후 선수 생활에 대한 걱정에 불쾌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선수들 역시 용기를 내야 하지만, 그보다 환경이 조성되는 게 우선”이라고 짚었다.
이어 서 교수는 “지금 스포츠계에서 필요한 건 삼진아웃이 아닌 원아웃이다. 1등 감독이라도 예외가 없어야 한다. 사례가 쌓여 본보기가 되면 그제야 선수들도 입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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