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이문원의 쇼비즈워치] 리센느는 어떻게 ‘로컬리티’ 아이콘이 됐나

입력 : 2026-07-06 09:30:00 수정 : 2026-07-05 18:32:56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일 걸그룹 리센느가 경기도 고양시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리센느의 4번째 지방자치단체 홍보대사 위촉이며, 이로써 리센느 한국인 멤버 4명의 각자 고향에서 모두 홍보대사 위촉이 완성됐다. 5월 멤버 원이의 고향 경상남도 거제시를 시작으로 6월 멤버 리브의 고향 경기도 수원시, 멤버 제나의 고향 경상북도 경주시까지 홍보대사 위촉이 줄지어 이뤄졌다. 그리고 이번에 멤버 메이의 고향 고양시까지 이른 것.

 

단순히 리센느가 지금 K-팝계 화제 중심에 선 ‘뜨는 그룹’이어서만은 아니다. 리센느가 일취월장으로 급성장한 배경 중 하나가 멤버들의 강한 로컬리티 강조에 있었기 때문이라 봐야 한다. 애초 팀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거제, 야호!”부터가 인구 30만 이하 크지 않은 도시를 대중문화 한가운데로 끌어왔단 평판이다. 경상도 방언을 소재로 고향 홍보와 자부심을 드러내는 유튜브 자체 콘텐츠도 1~2편에 걸쳐 각각 600만 뷰 전후를 기록하는 중이다.

 

물론 그런 특성들도 따지고 보면 리센느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긴 하다. K-팝계 포함 국내 대중 문화계 전반에서 연예인 브랜딩에 ‘출신지 정체성’이 강조되는 현상은 이미 5~6년 이상 된 흐름이다. 그 흐름이 콘텐츠화되며 청주시 출신 연예인 에피소드가 유명해진 2020년 tvN ‘서울 촌놈’으로, 또 제일기획 유튜브 채널의 ‘연고지’ 시리즈 등으로 다양한 미디어에 걸쳐 꾸준히 반영돼 온 실정. 이 밖에 아이돌들이 고향을 찾아 소개하고 지인들과 소통하는 형식은 MBC ‘놀면 뭐하니?’ 에피소드로도, 걸그룹 엔믹스 자체 콘텐츠 등으로도 계속 등장한다.

 

와중에도 리센느가 지역 홍보대사까지 ‘올 클리어’할 정도로 돋보인 건 리센느 자체의 언더독 성격과 맞물린 탓으로 봐야 한다. 중소기획사 출신으로 2년여간 무명 활동하다 도약의 발판을 얻은 리센느 멤버들이 고향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모습은 고질적 사회문제가 된 ‘서울공화국’ 현실에서 지역적 언더독처럼 여겨지는 지방 출신들이 악전고투로 일어서려는 모습과 겹치며 한층 더한 감흥을 부르게 됐단 것. 그렇게 ‘지방 아이콘’ 대표성을 얻으며 멤버들 고향뿐 아니라 대전광역시나 전라북도 전주시 관련 콘텐츠까지 종횡무진하고 있다.

 

시야를 넓혀 보자. 그럼 저 5~6년 전부터 스테디화 된 대중문화계 ‘출신지 정체성’ 강조 흐름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복잡한 얘기지만, 크게 보면 201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가 미국발 ‘정체성 정치’와 그 문화적 반영에 영향받은 측면이 있다. 모두가 주류 질서에 자신을 적응시키려는 기존 흐름에서 각자 정체성을 구성하는 인종, 지역, 문화적 지향성 등 다양한 지점에서 특징적 면면들을 고수하고 오히려 강조해 각자 개별성을 확보하려는 흐름으로 바뀌어 갔다. 주류란 개념을 사실상 와해시키고 있는 뉴미디어 현실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겼다.

 

이런 현상이 대중문화계와 맞닿으면 또 다른 국면을 낳는다. 대중문화계와 전혀 관계없는 이들까지 SNS 등 창구를 통해 차별화된 자기 브랜딩을 꾀하며 정체성 지점들을 강조하는 판국인데, 연예인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뉴미디어 기반으로 대중문화 셀레브리티가 어마어마하게 불어나 자신을 알리기에 한층 치열해진 환경에서 차별화된 브랜딩을 꾀하려면 지역색 요소는 가히 필수적으로 가미돼야 하는 홍보 툴에 가까워졌단 것. 고향 억양 등을 강조하고 고수하는 정도는 할리우드 셀레브리티들에게서도 점점 자주 목격된다.

 

여기서 국내로 좁혀보면 또 다른 원인이 자리 잡고 있을지 모른다. 수도권 과밀화가 2010년대 들어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고 보니 역으로 지방의 고향에 대한 애착과 관심을 강조하는 쪽이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비수도권 지역민들로부터 환영받게 됐단 점이다. 지방의 소외와 맞물리는 대목이라 그렇다. 또 있다. 고향을 떠나온 다수 젊은 층, 곧 대중문화 주 소비층에도 그 입장과 정서를 대변해 줄 대중문화 아이콘이 필요해졌단 것. 타지에서의 현실적 고충과 번민이 심해질수록 애향심으로 뭉뚱그려지는 고향에의 애착도 그만큼 부풀게 마련이다. 그 지점에서 공감할 수 있고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살가운 아이콘에 열광하게 된다.

 

이렇듯 이미 주 소비층에서 니즈는 크게 발생했고, 그를 반영하는 콘텐츠도 매번 화제를 모으니, 이제 그 대표 격 아이콘이 등장할 때도 됐단 얘기다.

 

사실 리센느와 같은 로컬리티 아이돌, 지역색 아이돌 개념은 옆나라 일본에선 일찌감치 그 상업적 가능성을 실험하고 보편화한 지 오래다. 1997년 일본 긴키(간사이) 지방 출신들로 구성된 쟈니스 보이그룹은 아예 긴키 키즈(Kinki Kids)란 이름으로 등장해 간사이 지역에서 상당한 충성도를 확보했고, 홋카이도 출신들 중심으로 같은 해 결성된 걸그룹 모닝구무스메는 마찬가지로 홋카이도에서 상당한 충성도를 얻은 후 다양한 지역에서 새 멤버를 뽑아 각 지역 출신들이 지역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이후 AKB48 등 48그룹에서 ‘지점 전략’으로 승화된다. 한동안 이 같은 전략은 과거 봉건제 역사를 통해 강한 지역색과 그에 따른 애착 및 충성도가 마련되는 일본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었다. 중앙집권제 역사가 긴 한국에선 다양한 출신 지역을 강조해 봐야 딱히 얻을 것 없단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지역색은 하늘의 별만큼 늘어난 연예인들 가운데 조금이라도 인상을 남길 절실한 방편이 되고 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소외가 사회문제로서 부각될수록 더 큰 지지 심리를 얻어내게도 된다.

 

끝으로, 어찌 됐든 새로운 ‘중소의 기적’이 된 리센느이지만 앞선 로컬리티 강조 등부터 현재 눈에 보이는 이런저런 리센느 특징들을 그대로 벤치마킹한다 해서 과연 비슷한 효과가 또 나 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리센느 도약’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화학작용을 일으켜 일어난 현상이고, 특히 역주행의 타이밍 등 애초 계획할 수 없는 요소까지 크게 개입하고 있어 그렇다. 화두로 돌아가면, 큰 차원에서 ‘출신지 정체성’이 먹히는 시대인 건 맞지만 ‘지방 아이콘’ 입지는 그게 과연 한두 번이라도 더 반복될 요소인지조차 미묘하다. 여러모로 워낙 신기한 현상이니만큼 그에 대한 관찰과 연구도 지속해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