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세월을 거쳐, 마침내 만개한다.
“야구장 가는 길은 항상 재밌다”고 하지만,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것까진 숨기지 못했다. 외야수 김민석(두산)이다. 어느덧 프로 4년차, 타격에 물이 올랐다. 1일 기준 72경기서 타율 0.314(229타수 72안타), 4홈런 28타점 32득점 등을 기록 중이다. 최근 10경기에선 타율이 0.514까지 치솟는다. 12경기 연속 안타. 지난달 30일과 1일 잠실 롯데전에선 연거푸 3안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김민석은 “요즘은 잠도 잘 오고, 아침에 눈도 잘 떠지더라”고 웃었다.
처음부터 뜨거웠던 건 아니다. 인내심을 갖고 예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2023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3순위)로 롯데 지명을 받았다. 높은 순번이 말해주듯 기대치가 높았다. 데뷔 첫 해부터 129경기에 나서는 등 많은 기회를 받았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높은 잠재력에도 빠르게 자리 잡지 못했다. 2024시즌 41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해 말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적 첫 해인 지난 시즌엔 95경기서 타율 0.228 21타점 등을 마크했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전을 확신하기 어려웠다. 감각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기복이 있었다. 중간중간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는 날도 많았다. 긴 호흡으로 준비했다. 김원형 두산 감독은 “(김)민석이는 선발 여부를 떠나 늘 먼저 나와 훈련하더라. 꾸준함이 지금의 김민석을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김민석은 “얼리 배팅 안친 날 안타를 못 치면 이것 때문인가 싶을 것 같더라. 애초에 그런 생각 자체가 안 들게끔 하려 했다”고 밝혔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상승곡선. 원동력은 무엇일까. 귀와 마음을 열었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조언을 가슴속에 새기고 행동으로 옮겼다.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부분이 있었다. 자신의 존을 설정하는 것, 그리고 오른쪽 어깨가 들리는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김민석은 “(양)의지 선배님께서 지난해 ‘타격 1~10위 선수들의 폼을 한 번 보라’고 하시더라. 각자 폼은 다르지만, 간결하더라. 영상 등을 찾아보면서 참고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점점 까다로운 타자가 돼간다. 카운트 싸움을 할 줄 알게 된 것은 물론, 2스트라이크 이후 대처 능력 또한 좋아졌다. 타석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김 감독은 “타석에서 5~6구까지 끌고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끄덕였다. 스윙을 수정하면서 강속구 대처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김민석은 “오른쪽 어깨가 들릴 땐, (구속이) 150㎞ 이상 넘어가는 공들에 밀리는 경우가 많더라. 타석에서의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가져가면서 그런 점이 좋아진 듯하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김민석은 “아직까지 나는 경쟁을 해야 하는 선수다. 못하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려 한다. 또 매년 좋은 선수들이 들어오지 않나. 최소 5년은 잘해야 주전이라 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목표는 지금의 좋은 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커리어하이를 넘어 생애 첫 3할도 정조준한다. 김민석은 “1군에서 계속 시합을 뛰는 게 정말 좋다. 다치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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